다섯 마을의 큰 할머니를 만나다

[사진] 전남 완도 생일도 '오부락당제'

등록 2024.02.29 10:33수정 2024.02.29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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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도신문


전남 완도 생일도에는 인근 다섯 마을 당신(堂神)의 큰 언니 격인 마고(馬苦) 할머니를 모시는 당이 있다. 면 소재지인 서성마을에서 모시는 오부락당제(五部落堂祭)다. 오부락이란 용출(龍出), 굴전(屈前), 유촌(柳村), 금곡(金谷), 덕우(德牛里)등 생일도 내 다섯 마을을 지칭한다. 이 다섯 마을의 당신(堂神)이 서성마을 당집을 큰 집으로 철마(鐵馬)신을 마고 할머니의 신체로 모신다. 

이 오부락당제는 칠흑같이 어두운 새벽 네 시에 당제가 시작된다.


제주는 세 명이며 신체(神體)는 철마(鐵馬)다. 

오부락당의 특징은 네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당제를 정월 초여드랫날에 모시는 것이다.

대부분의 마을 당제가 초하룻날 아니면 정월 보름날에 모시는데 서성마을의 오부락당제는 초여드랫날에 모신다. 당 할머니다 돌아가신 날이 초여드랫날이어서 그렇다고 한다.

두 번째는 갯제를 안모시고 산신제를 모신다는 것. 제주들은 당제를 모신 다음 제찬을 챙겨서 산을 오른다.

산신당은 당집에서 500여미터 떨어진 곳의 산속에 있는 거대한 바위다. 백운산의 줄기가 서성마을을 향해 내려오면서 계곡을 이루고 계곡 옆에 산신당이 있다. 거기에서 간단한 음식을 차려서 제를 올린다. 


세 번째는 헌식을 당집 주변에 차리지 않고 제주 중 한명이 징을 들고 나서면 제주가 아닌 또 한 사람이 짚과 쌀밥, 갈치구이를 들고서 마을을 돌며 13곳에 헌식을 하고 징을 쳐서 마을주민들에게 당제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린다. 

네 번째는 당제를 다 마치면 마을의 중앙에서 발광대놀이를 진행하는데 그 연원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고 그냥 옛날부터 그렇게 해 왔다고 한다. 


"에헤라 상사듸여~ 여보시오 농부님들 상사소리 맞아주소."

"봄이 오면 이종하고, 여름이면 보리타작, 가을이면 추수하고, 겨울이면 길쌈매내."

"..."

"서마지기 논배미가 초승달로 남았구나."

발광대놀이를 주관하며 서사(敍事)를 풀어가는 이야기(소리)꾼은 마치 키르기스스탄의 마나스(Manas)를 낭송하는 마나스츠처럼 10여 분 간 농어촌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이번 당제에서는 느티나무 대신 생일송(松)에서 마을의 무사안녕(無事安寧)과 풍어(豊漁)를 기원하며 당제를 모두 마쳤다.

생일도의 오부락당제를 화보로 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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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인 다도해해양문화연구원 원장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완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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