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성루가 광희문이고 오른쪽 노란 건물이 서산부인과 의원 건물이다. 사진으로는 이렇게한 프레임에 담을 수 없는데 몸을 돌려가면서 두 요소를 그림에 담았다.
오창환
이번달 서울어반스케쳐스 모임은 '광희문 일대'에서 했다. 지난 20일,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역에서 내려서 3번 출구로 나가면 오른쪽에 동글동글하게 특이하게 생긴 건물이 있는데 그 건물을 뒤로하고 길을 건너면 광희문이다. 하루 종일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우중 스케치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로 모여드는 스케쳐들을 막지는 못했다. 광희문 홍예 아래에 자리를 잡은 스케쳐들도 있었고, 나는 비를 피해 광희문이 보이는 상가 어닝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조선 건국 후 서울 도성을 지을 때, 동서남북 방향으로 사대문을 만들었고 그 사이사이에 작은 대문인 사소문을 만들었는데 동대문과 남대문 사이에 만들어진 남소문에 해당하는 문이 광희문으로 1396년(태조 5년) 다른 성문과 함께 완공되었다.
광명원희(光明遠熙/ 광명이 멀리 빛나다)에서 두 글자를 택해 문의 이름을 광희문(光熙門)이라 지었다. 아마도 성리학이라는 문명의 빛을 세상 끝까지 비추려는 당대의 원대한 이상을 표현한 것이리라.
역사와 함께 부침을 거듭해 온 광희문은 1975년 원래 자리에서 남쪽으로 12미터 거리에 이축 되었고, 현판은 여초(如初) 김응현 선생님이 쓰셨다. 여초 선생님은 선친의 첫 번째 서예 선생님이셔서 우리가 살던 삼선교 집으로 방문하신 적도 있고, 어린 시절에 몇 번 뵌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