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토요일, 와이즈멘 전북지구대회 행사 진행 중 사회자가 경품 추첨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박세원
철쭉이 전주대학 교정 건물 울타리를 타고 절정을 이루고 있는 날이다. 지난 27일, 연 1회 열리는 와이즈멘 전북지구대회에 참석차 일행들과 장소에 도착하니 꽃들이 환하게 반겨준다. 화창한 날씨 탓인지 참석하는 회원들은 모두 활짝 웃고 있었다. 참석한 사람들만 500여 명이라고 했다.
와이즈멘 클럽은 범세계적인 우호 단체로서, YMCA를 공동으로 성심껏 도우며, 적극적인 봉사활동을 통항 지도력을 계발·육성·제공해 인류를 위한 보다 나은 세계를 건설하는 데 힘을 다한다는 목적을 지닌 조직이다.
최근 퇴직을 하고 나니, 예전 직장에서 만나던 사람들은 시간이 단절된 양 대부분 과거의 사람들이 된 것 같았다. 시간적 여유가 생긴 나는 지역사회에서 봉사도 하면서 사람들을 사귈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와이즈멘 클럽에 입단해 활동을 하고 있다. 우선 기독교라는 같은 신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 때문인지, 활발한 모임의 성격 때문인지 사람들과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대부분 나보다 젊은 층들이 많아서 생기가 돌았다.
일찍 도착하여 앞자리에서 제65차 전북지구대회에 참석하고 있었다. 축사, 시상식 등으로 행사 시간이 길어지자 사회자가 간간히 행운권 추첨을 하여 분위기를 환기시켜 주었다.
선풍기, 밥솥... 점점 값이 올라가는 행운권 상품
참석 인원 500여 명 중 행운권에 당첨된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행사장에 갈 때마다 앞에 놓여 있는 상품들은 마지막까지 남아 있을 것을 유혹하며 대상은 맨 나중 뽑는 것이 관례였다. 상품이 하나 남는 순간까지 참석자들은 그 행운이 나에게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에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한다. 나도 그랬다.
다행히 초반에 내가 가지고 있는 256번이 불려졌고 두루마리 휴지 세트를 선물로 받았다. 당첨 선물을 받아 본 적이 언제였던가, 기억마저 희미한데 휴지를 통째 받은 것은 행운처럼 여겨져 감사할 따름이었다.
추첨 상품이 휴지에서 건강식품, 공기청정기, 선풍기, 압력밥솥 등으로 점점 그 몸값을 불리고 있었다. 상품 수위가 올라가면서 분위기 또한 고조되고 이름이 불려질 때마다 환호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미 휴지를 받아서 의자 사이에 품고 있던 나로서는 별 기대도 없으니 마음을 비우자 하면서, 다른 사람이 상을 받으러 뛰쳐나가면 함께 박수를 보내며 기뻐해주었다.
그런데 갑자기 사회자가 "여기 끼고 있는 금반지도 상품으로 내놓습니다" 하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다시 "화장실에서 금반지를 주워왔는데 주인을 찾습니다" 하고 안내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인이 누구인지 궁금한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마침 앞줄에 앉아 있던 고령의 전임 회장님이 일어서서 자기가 잃어버린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금반지는 주인에게 돌아갔다. 사람들은 찾아서 다행이라고 여기며 본인 것을 찾은 것처럼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물론 금반지를 찾아 준 이가 누구라는 것은 다들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다.
다시 행사가 시작되고 마무리되어가는 분위기였다. 이제 남은 경품은 대형 스크린 TV 한 대가 남았을 뿐이다. 사회자에게 모든 이목이 집중되고 행사장은 조용해졌다. 사회자의 입에서 620번이라는 숫자가 불러지지 뒤쪽에서 환호를 지르며 젊은 회원이 달려 나왔다. 문득 주변에서 웅성웅성대더니 "그분이 반지를 주워 준 분입니다!"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회자가 마이크를 잡고 멘트를 이어갔다.
"금반지는 5돈쯤 됩니다. 여기 화장실은 CCTV도 없는 곳입니다. 요즘 금값이 40만 원이 넘어가는 건 모두 알고 계실 것입니다. 주워서 슬쩍 주머니에 넣어도 아무도 모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선생님은, 금반지를 주워서 주인에게 돌려주었습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아무도 보지 않았지만 반지를 주워서 돌려준 사실을 보신 분이 있습니다. 바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신은 알고 계시기 때문에 1등 대상이 선생님께 돌아간 것입니다. 맞지요? 여러분."
그러자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금반지를 찾은 전임 회장님도 나와서 고맙다며 젊은이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반지를 주워서 돌려준 젊은이는 '당연히 할 일을 한 것' 뿐이라며 겸연쩍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