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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중노위가 교원의 적정 근로조건 설정 필요"

'교원노동관계 중재재정취소청구' 소송... 원고 대전교육감 사실상 패소

등록 2024.05.01 11:25수정 2024.05.0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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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대법원연합뉴스
 
교원노조 단체교섭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 4월 16일 대법원 제1부(재판장 오경미)는 설동호 대전광역시 교육감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교원노동관계중재재정취소청구'(2022두57138) 사건에 대해 판결을 선고했다. 

'중재재정'은 중앙노동위원회(아래 중노위)가 전교조 대전지부와 대전광역시교육청의 단체교섭 갈등을 조정한 결과 2021년에 내놓은 노사 중재안을 말한다. 전교조대전지부는 대전시교육청과의 '2013 단체교섭'이 7년 넘게 난항을 거듭하자 지난 2021년 4월 30일 교원노조 역사상 처음으로 중노위에 조정을 신청했다. 같은 해 7월 9일 중노위가 노사 양측에 중재재정서를 통보하였으나(6월 15일부터 협약 발효), 설 대전교육감이 이에 불복해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법원은 "중재재정의 각 조항이 교원노조법 제6조1항에서 정한 교섭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위법하거나 월권이므로 취소되어야 한다"는 원고 대전교육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원심에서 취소를 결정한 13개 조항 중 5개는 "취소 이유가 없다"며 대전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상고를 제기한 원고 설동호 대전교육감은 사실상 패소한 것이다. 

네 가지 의미

이번 상고심은 네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대법원 재판부가 중노위 중재재정 총 31개 조항 중에서 주위적 청구 3개 조항(제3조, 4조, 8조)이 위법하지 않다고 결정한 것은 향후 교원노조의 단체교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재재정 제3조는 "교육청은 교사가 수업 및 생활지도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일반 행정업무를 담당하지 않는 방향으로 지도한다"는 내용이고, 제4조는 "교육청이 학교 통․폐합, 학급 감축 등을 추진할 때 전교조대전지부의 의견을 듣는다"는 것이며, 제8조는 "교육청은 교사에게 인력 채용, 시설물 관리, 통학차량 관련 업무 등을 부과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교육부와 교육청은 학교 업무분장과 관련하여, 교원과 행정직의 업무 경계가 분명치 않다는 점을 들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않은 채 학교(장)의 자율에 맡기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교육당국이 '학교 업무분장 표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게 되었다. 앞으로 학교 업무분장 표준화 및 교원 업무경감에 대한 교원노조의 요구가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대전시교육청은 교원노조법에 교섭 의제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음에도 공무원노조법을 준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는데, 대법원은 이를 잘못된 법령 해석이라고 판단했다. "법령 등에 따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그 권한으로 행하는 정책 결정에 관한 사항, 임용권의 행사 등 그 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으로서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되지 아니하는 사항은 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공무원노조법 제8조1항의 단서는 교원노조의 단체교섭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대법원이 "헌법과 법률이 교원의 지위를 보장하면서 그 노동3권을 일정 부분 제한하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교육기관의 본질적․근본적 권한을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내용을 정한 중재재정은 위법하다"고 해석함으로써 논란의 여지는 그대로 남았다.

재판부는 "어떤 사항이 '본질적·근본적 권한'을 침해 또는 제한하는지는 근로조건의 내용과 성격, 사용자 부담의 정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되, "쟁의권이 없는 교원노조가 자신의 요구를 관철할 수단이 없으므로, 중노위가 (조정·중재를 통해) 적정한 근로조건을 설정해 줄 필요가 크다"고 짚었다. 전교조와 교사노조 등이 공동교섭단을 꾸려 단체교섭을 요구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앞으로 교섭 결렬 시 중노위 조정·중재 신청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셋째, 대법원은 "교육청은 단체협약의 이행 점검과 교육정책 및 현안에 대한 협의를 위하여 정책협의회를 운영한다"는 내용의 중재재정 제1조가 위법·월권에 해당한다는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인정했다. 이는, 향후 교육정책에 관한 노사 협의를 상당 부분 어렵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정책협의회'라는 명칭을 사용하거나 법적 구속력을 요구하기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교육정책 관련 협의를 아예 못하는 것은 아니며, 다양한 방식으로 노사 협의는 진행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학교 교육의 특성상 교육정책의 방향이 교원의 근로조건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으므로, 단체교섭이나 교육현안협의회 등 다양한 통로를 통해 교육정책에 관한 협의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넷째, 재판부가 교원노조법상 '비효력 사항'(법령, 조례 및 예산에 의하여 규정되거나 그에 위임받은 내용)은 단체협약으로서 효력을 갖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사용자가 비효력 사항에 대해서도 그 내용이 이행될 수 있도록 성실하게 노력할 의무가 있으며", "중재재정이 비효력 사항에 관하여 정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동안 일부 교육감(또는 교육감의 위임을 받아 테이블에 앉은 사측 교섭단)은 노조가 "법령 및 예산에 의한 내용이라 하더라도 교원의 근로조건과 직결되는 경우 논의할 수 있다"고 주장할 경우 "해당 사항은 단체협약으로서 효력을 갖지 않는다"는 사실을 내세워 아예 교섭 의제로 삼지 않으려 했다. 대법 판결로 이러한 자의적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이 중노위 중재재정 총 31개 조항 중 취소가 결정된 8개를 제외한 23개 조항의 효력을 인정하여 '단체협약'으로 확정한 만큼, 설동호 교육감과 대전광역시교육청이 중재재정의 이행에 즉각 나서야 한다는 요구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 대전지부 김현희 지부장은 "2013년 7월부터 현재까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대전교육청은 온갖 핑계를 대며 단체교섭을 해태하고, 우여곡절 끝에 도출된 중노위 중재재정마저 거부했다"며 "말로만 노사 상생을 외칠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중재재정 이행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교조대전지부는 교육감이 제기한 중재재정 취소 소송과 별개로 '중재재정 이행청구 소송'을 벌이고 있다. 현재 해당 사건은 대전지법에 계류 중이다. 전교조 소송대리인 김하경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대전교육감이 쟁송을 이유로 중재재정을 전달받은 2021년 7월 이후 현재까지 아무런 이행 노력도 하지 않은 데 대해 위자료를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원노조단체교섭 #중재재정 #대법원판결 #중노위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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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전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맘껏 놀고, 즐겁게 공부하며, 대학에 안 가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상식적인 사회를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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