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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가 어때서? 80세에 피아노 배웁니다"

노년에도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는 그의 피아노 여정이 계속되기를

등록 2024.06.01 15:37수정 2024.06.0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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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올해 81세인 강기묘씨가 피아노를 치고 있다.

올해 81세인 강기묘씨가 피아노를 치고 있다. ⓒ 김선영


올해로 81세인 강기묘씨는 지난해 피아노를 배우겠다고 가족들에게 처음 얘기했다. 돌아온 반응은? "나이도 많은데 주책이다." 


그러나 지금은 피아노를 친 지 1년이 되어 바이엘 3권으로 연습 중이다. 강씨는 "가족들도 제가 즐거워하니까 다들 좋아해주고, 특히 사위는 얼마 전에 키보드를 서울에서 선물로 안고 왔어요"라며 아이처럼 기뻐했다.

양손을 사용하면 치매 예방에도 좋다는 말을 듣고 피아노를 배우게 됐다는 강씨는 "지금은 너무 즐겁고 생활에 활력을 주어서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에 지원하여 쓰레기를 주우면서도 유튜브로 영어 단어를 공부할 만큼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규칙적인 생활로 약을 가까이하지 않는다는 그의 건강 비결이 궁금해서 묻자 "저녁 6시 이후로는 간식을 먹지 않고 컴퓨터로 고스톱도 친다"며 유쾌하게 웃었다.

이어 "저녁 10시에 취침해서 다음 날 6시에 일어나고, 삼시 세끼를 제철 음식들로 차려서 남편과 함께 식사를 한다"고 말했다. 과거에 살던 일산에서는 미용 봉사를 열심히 다녔고, 서산에 와서는 주변에 홀로 된 지인들과 음식을 해서 같이 나눠 먹으며 사는 것이 즐겁다고 한다.
 
a  인터뷰가 있어서 치마를 입으셨다며 강기묘씨가 수줍게 웃으셨다.

인터뷰가 있어서 치마를 입으셨다며 강기묘씨가 수줍게 웃으셨다. ⓒ 김선영


지난해 피아노 학원에 오다가 사고로 손목이 골절되는 일이 있었지만, 평소 건강한 생활습관 덕분에 회복도 빨라 잠시 쉬었을 뿐 지금은 문제없이 피아노를 칠 수 있다고 한다.

피아노 학원 원장은 "처음에는 도레미를 치는 것도 버거워하시던 분이 양손으로 피아노를 치니까 눈물이 다 나더라고요"라며 여전히 그 감동이 가시지 않는지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정말 지혜롭고 똑똑하신 것 같아요. 계이름도 외우기 힘드신데 이론 공부도 하며 피아노를 친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시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그때 50대의 한 여성이 간식거리를 사 들고 학원 문을 열고 들어왔다. 40대의 여성도 피아노를 치다가 나와 둥근 탁자 주변에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자연스럽게 두런두런 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한바탕 웃고 떠드는 모습이 보기 좋다. 인터뷰를 한다고 하니 예쁘게 치마를 차려입은 강씨가 오히려 수줍어하는 소녀 같았다.


피아노를 치는 시간보다 모여서 담소를 나누는 시간이 더 긴 이곳을 수강생들은 "사랑방"이라고 부른다. 단순한 학습 공간을 넘어 지역 시니어들이 모여 소통하고 즐거움을 나누는 이곳에서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연주를 듣고 응원하며 따뜻한 교류를 나눈다. 피아노 학원 원장은 "시니어들이 행복한 노년을 보내는 데에 피아노가 참 좋은 것 같다"며 "많은 시니어들이 음악을 통해 삶의 활력을 되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a  강기묘씨 남편분은 버려지는 캔으로 다양한 작품들을 만들어 나눠주는 즐거움으로 사신다고 한다.

강기묘씨 남편분은 버려지는 캔으로 다양한 작품들을 만들어 나눠주는 즐거움으로 사신다고 한다. ⓒ 김선영


강씨의 남편은 버려지는 캔을 이용해 소품 등을 만들어 지인들에게 나눠주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그의 손에서 재탄생한 캔들은 아름다운 장식품이나 유용한 생활용품으로 변신한다. 이처럼 소소한 나눔을 통해 그는 지인들에게 기쁨을 선사하며 환경 보호에도 일조하고 있다.

강기묘씨 부부의 이야기는 나이와 상관없이 삶을 즐기고 성장할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며, 삶은 언제나 새로운 도전과 성장의 기회로 가득 차 있다는 희망과 영감을 준다. 노년에도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는 그녀의 피아노 여정이 계속되기를 기원한다.
덧붙이는 글 서산시대에도 실립니다.
#80대시니어 #강기묘 #치매예방 #피아노배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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