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신공항,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 손상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 4차 재판

등록 2024.06.15 13:52수정 2024.06.1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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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 양재동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 4차 재판에서는 영국 출신의 조류학자 나일 무어스 박사의 증언이 이루어졌다.

재판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 전국 각지에서 60여 명의 참가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잼버리 파행 이후에 잠시 멈췄다가 여론을 무시하고 다시 강행하고 있는 새만금신공항 사업의 부당함을 규탄하고 사업 백지화를 외쳤다. 방청을 위해 법정으로 이동한 참가자들은 법정을 가득 메우고도 공간이 모자라 법정 바닥에 밀집하여 앉고 벽에 기대어 서서 증언에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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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신공항 취소소송 4차 재판 서울 양재동 행정법원에서 열린 새만금신공항 취소소송 4차 재판에 조류 전문가 나일 무어스 박사가 조류충돌의 위험성과 멸종위기 조류에게 새만금 수라갯벌이 갖는 의미에 대해 증언했다. ⓒ 김나희

 
나일 무어스 박사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를 따라 국제적으로 연구를 해왔고, 특히 새만금에서는 1998년부터 연구를 시작한 조류학자이다. 이번 재판에서는 조류충돌의 위험성, 신공항 예정지인 수라갯벌의 높은 가치, 바로 인접한 유네스코 세계유산 서천갯벌에 직접 미치는 악영향, 전략영향평가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기준에 따라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에 대해 증언했다. 

증언에 따르면, 조류의 덩치가 큰 데다가, 큰 무리를 지어 이동하고, 개체수도 수천~만 단위인 민물가마우지와 큰기러기가 신공항의 비행경로와 완전히 겹치는 이동경로를 보이는데도, 전략환경영향평가 분석에서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빠져 있어 조류충돌 위험을 누락시킨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이 지역에서 민물가마우지와 미군 전투기의 조류충돌이 이미 보고되었고, 전국 모든 공항 중 비행편수 대비 조류충돌 위험이 가장 높은 곳이 바로 군산공항이다.

또한 증언에 따르면, 인접한 유네스코 세계유산 서천갯벌의 도요물떼새들은 만조 때 새만금신공항 예정지인 수라갯벌에 날아와 휴식을 취하므로, 신공항 건설은 멸종위기종 조류를 더욱 위기에 몰아넣고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훼손시킨다. 이는 세계유산 등재시 한국 정부가 더 이상의 갯벌 훼손을 막고 갯벌을 복원하겠다고 명백하게 약속한 사항과 위배된다.

그리고 수라갯벌은 현재에도 람사르 기준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해당하고 멸종위기종인 쇠제비갈매기, 검은머리갈매기의 번식지이기도 하므로 국가적, 국제적 공조로 보존해야 한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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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 전 기자회견에서 성미산학교 학생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 성미산학교 학생들인 포스트중등, 화경의 자작곡 '같이 살자'를 이 학교 학생들이 연주하고 부르고 있다. ⓒ 김나희

 
통역을 포함해 40분으로 예정되어 있던 재판이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 1시간 30분  간 진행되었다. 재판부는 답변을 독촉하지 않거나 중단시키지 않고 끝까지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대심문은 시작도 하지 못하고 다음 번 재판으로 연기되었다. 

재판 후 참석자들은 법원 앞에서 '서식지를 위한 춤'을 추며 마무리했다. 다음 재판은 2024년 8월22일 오후4시30분에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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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주최 '큰뒷부리도요 모형' 공모전도 같은 장소에서 열려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에 따르면, 큰뒷부리도요는 평생 46만km를 비행하며, 호주/뉴질랜드에서 출발해 새만금갯벌, 낙동강하구를 비롯한 한국의 서남해안 갯벌 등으로 찾아온다. 출발할 때의 몸무게에서 40%가 줄어든 상태로 중간 기착지에 도착하는데, 40여일 동안 충분히 먹고 쉬면서 체력과 몸무게를 회복하고 다시 북극으로의 비행을 시작하므로 한국의 습지는 이들의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 호주/뉴질랜드에서의 출발 몸무게 450g, 1만km를 쉬지 않고 날아 한국 갯벌에 도착할 때의 몸무게 250g을 한 세트로 만들어 갯벌 체험자들에게 이 새들의 여정을 가늠해보게 하는 것이 이 공모전의 목적이다. 봉제인형, 종이 공예, 뜨개질 등 다양한 큰뒷부리도요 모형이 출품되었다. ⓒ 박은서


[기자회견문] 수라갯벌 살아있다. 새만금신공항 철회하라!

오늘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 4차 재판이 열립니다. 이번 4차 재판부터는 원고와 피고측 증인신문이 진행됩니다. 오늘 재판에서는 수십년간 동아시아 조류 연구와 새만금을 비롯한 서천갯벌 등에서 다수의 조류 조사를 수행해온 조류전문가인 나일 무어스 박사가 원고인단의 첫 번째 증인으로 나섭니다.


나일 무어스 박사는 증인신문을 통해 갯벌에 의존하는 조류를 중심으로 새만금신공항 계획부지인 수라갯벌의 생태적 중요성, 공항 건설이 야기할 부정적 영향, 새만금신공항 사업의 국내법 및 국제적 협약 위반, 새만금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의 부적합성 등에 대해 증언할 예정입니다.

새만금신공항 사업 계획부지인 수라갯벌을 비롯한 새만금 갯벌은 생태계 건강성의 중요한 지표인 물새 서식지이자 생물다양성의 원천으로서 정부가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는 "국제적으로 특별히 중요한 습지"입니다.


수라갯벌을 비롯한 새만금 갯벌은 람사르협약에서 정하고 있는 물새와 관련한 두 가지 기준인, "2만 마리 이상의 물새가 정기적으로 서식하는 습지"와 "물새 한 종 또는 한 하위종 개체군의 1%가 정기적으로 서식하는 습지"를 충족하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해당합니다. 람사르협약 제4조는 람사르 습지목록 포함여부에 관계없이 국내습지에 의무적으로 자연보호구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한국정부는 수라갯벌을 비롯한 새만금 지역을 자연보호구를 설치하여 보호해야 합니다.

사업자인 국토교통부의 주장과는 달리 새만금신공항 건설은 갯벌에 의존하는 조류의 대규모 감소와 법적보호종을 포함한 국내 및 국제적으로 중요한 생물다양성 감소를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지구 생물다양성 보존에 있어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대체 불가능한 탁월성을 지니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서천갯벌과 하나의 생태권역인 수라갯벌에서 행해지는 추가적인 공항 건설은 갯벌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훼손하고, 생태적 완전성을 위협하여 유산 등재 취소에 이를 수 있습니다.

새만금신공항 계획은 국제적으로 약속한 생물다양성협약과 대한민국의 제4차 국가생물다양성 전략 및 행동계획의 정신에 위배되고,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며, 궁극적으로 헌법에 명시된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을 누릴 시민의 권리를 훼손합니다.

조류 평가의 관점에서 새만금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이하 전략환경영향평가)가 매우 부적절하고 부실하게 수행되었습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수행된 조류 연구가 UN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요구사항을 충족하기에 범위와 기간 면에서 전적으로 부적합하고, 특히 조류충돌 위험과 관련하여 부적합하며 과학적 엄밀함을 결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략환경영향평가는 새만금신공항 사업이 람사르협약에 의해 정의된 "물새 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 내에 건설될 것이라는 점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서천갯벌의 조류에 대한 소음 수준이 크게 증가하여 조류의 개체수가 대규모로 감소할 가능성을 고려하는데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수라갯벌은 새만금 권역에서 가장 많은 생물종을 부양하고 있는 핵심생태지역이며, 대체 불가능한 서식지입니다. 결론적으로 새만금신공항 건설과 운영이 허가된다면 수라갯벌을 비롯한 새만금, 나아가 국제적으로 생물다양성의 추가손실이 불가피하고, 국내 및 국제적 보호종의 감소를 불러오며, 세계자연유산의 생태적 완전성과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크게 훼손될 것입니다. 이는 생태적 건강성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초래할 것입니다. 따라서 국제적으로 특별히 중요한 습지인 수라갯벌에 건설 계획인 새만금신공항 사업은 철회되어야 마땅합니다.

수라갯벌이 물새 서식지로서 국제적으로 특히 중요한 서식지라는 증언은 그동안 수라갯벌이 육화되어 생물이 서식하지 않는 죽은 땅인 것처럼 주장해 온 국토교통부의 주장을 전면으로 뒤집고 있습니다. 또한 새만금신공항 사업이 국내법을 비롯한 여러 국제적 협약을 위반한다는 증언은 이 사업의 부당함을 증명하고, 사업 취소의 당위성을 부여합니다.

갯벌이 쓸모없는 땅으로 치부되어 매립사업이 정당화되던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현재 우리는 생물다양성 붕괴와 기후붕괴라는 절체절명의 생존위기 속에 처해있습니다. 더군다나 군산공항이 새만금신공항 계획부지 바로 옆에 버젓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엇으로도 만들 수 없고,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수라갯벌을 매립하여 또 하나의 공항을 짓겠다는 계획은 심각한 시대착오이자 퇴행이며, 생물다양성 붕괴와 기후붕괴를 가속하는 생태학살 범죄입니다.

우리는 이 소송을 통해 수라갯벌을 비롯한 새만금 갯벌이 지구 생물다양성 보존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 밝혀내고, 기후붕괴와 생물다양성 붕괴를 가속하는 정부의 범죄를 심판하여, 이 돌이킬 수 없는 생태학살을 기필코 막아낼 것입니다.

생명이 옳습니다. 재판부가 서야할 자리는 그릇된 생태학살 범죄가 아니라 생명입니다. 오늘 수라갯벌에 기대어 살아가는 소중한 생명의 목소리를 전하러 온 우리는 그들의 목소리가 온전히 전해지고, 그들의 삶터가 온전히 지켜질 수 있도록 생명의 편에서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수라갯벌 살아있다. 새만금신공항 철회하라!
미군 제2활주로 새만금신공항 필요없다. 수라갯벌 보존하라!
정부는 기후붕괴와 대절멸을 직시하고, 학살과 착취를 멈춰라!

2024. 6. 13

새만금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 
#수라갯벌 #새만금신공항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새만금갯벌 #큰뒷부리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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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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