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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원 걸면 윤석열 또 걸고... 분 단위로 전화 '외압의 그날' 흔적들

[채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 윤 대통령, 개인폰으로 5번 전화하던 날... 12인의 8월 2일 통신기록 분석... 총 59회 90분 넘는 통화와 문자

등록 2024.06.25 12:19수정 2024.06.25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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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현

 
모든 게 급박했다. 대통령실과 국가안보실은 분 단위로 통화를 주고받았고, 국가안보실과 국방부·경찰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엔 윤석열 대통령의 전화가 있었다. 대통령의 복심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의 여러 흔적도 새롭게 드러났다. 그가 전화를 걸면, 곧장 윤 대통령이 그 인물에게 전화를 거는 모습도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이 모든 일이 하루 만에 일어났다. 지난해 8월 2일의 일이다.

그날 해병대 수사단(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은 경북경찰청에 채상병 사건 수사기록 이첩을 완료했으나(오전 10시 30분~11시 50분), 국방부 검찰단은 늦은 저녁 수사기록을 도로 회수해갔다(오후 7시 20분). 그날은 채상병 수사외압 의혹이 쏟아지게 된 결정적 분기점으로 꼽힌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및 국가안보실, 국방부와 경찰 사이엔 어떤 급박한 사정이 있었던 것일까. <오마이뉴스>는 수사외압 의혹의 주요 인물들의 지난해 8월 2일 통신기록을 집중 분석했다.

등장인물 : 윤 대통령,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 임기훈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이상 대통령실), 이종섭 장관, 신범철 차관, 박진희 군사보좌관, 유재은 법무관리관(이상 국방부), 김계환 사령관, 김화동 사령관 비서실장, 박정훈 수사단장(이상 해병대)

통신기록 : 총 59회 - 전화 49회(1시간 32분 45초), 문자 10회


[국가안보실-대통령실] '사건 이첩' 급박한 통화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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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국빈 방문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3일 오전(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공항에서 다음 국빈 방문지인 우즈베키스탄으로 향하며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가안보실과 대통령실 사이의 통화는 '사건 이첩' 당시부터 급박하게 이뤄졌다. 지난해 8월 2일 오전 10시 30분~11시 50분은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기록을 넘기던 시점이었다. 이때부터 임기훈, 조태용, 이시원 세 사람의 통화가 집중됐다.

임기훈은 11시 23분 조태용에게 전화를 걸었고, 조태용은 11시 52분 임기훈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통화했다. 이들의 통화 주기는 낮 12시 무렵부터 짧아지기 시작했다. 12시 정각과 12시 7분 조태용은 임기훈에게 전화를 걸었고, 12시 14분 임기훈은 이시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12시 20분과 12시 28분에도 조태용은 임기훈에게 전화를 걸었고, 12시 29분 임기훈은 다시 이시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 시간은 대개 30~40초였고 길어도 5분을 넘지 않았다. 채상병 사건 수사 이첩을 두고 조태용, 임기훈, 이시원으로 대표되는 국가안보실, 대통령실 핫라인이 그만큼 급박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조태용과 임기훈은 그날만 총 8차례 전화를, 임기훈과 이시원은 총 11차례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이들은 해병대 수사단이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지 못하도록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국가안보실-국방부-경찰] '사건 회수' 대통령 지시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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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재 법무부 장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임기훈 국방대 총장,박진희 육군 56사단장, 이시원 전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 이용민 전 포병여단 포7대대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채상병 특검(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입법청문회에 참석해 증인 선거를 하고 있는 가운데,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이 증인 선서를 거부한 채 자리에 앉아 있다. ⓒ 유성호

 
8월 2일은 휴가 첫날인 윤 대통령이 우즈베키스탄 출장을 갔던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세 차례(낮 12시 7분, 12시 43분, 12시 57분), 총 18분간 통화한 날이기도 하다. 그 사이인 12시 45분 무렵 이 사건 수사를 맡았던 박정훈 대령이 해병대 수사단장에서 보직 해임됐다.

이종섭은 윤 대통령에게서 걸려 온 통화가 박정훈의 해임과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통화에 앞서 조태용(오전 11시 49분)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낮 12시 4분)이 이종섭에게 전화를 걸어온 사실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의 외압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이후에도 국가안보실은 광범위하게 움직였다. 통화기록엔 윤 대통령의 지시가 국가안보실을 거쳐 국방부와 경찰로 넘어간 정황까지 담겨 있다.

박정훈이 보직 해임된 이후인 오후 1시 25분(4분 41초 통화) 윤 대통령은 임기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어 임기훈은 1시 42분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에게 전화를 걸었고, 유재은은 1시 51분 노규호 당시 경북경찰청 수사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했다. 유재은은 2시 44분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과도 통화했는데, 그날 오후 7시 20분 국방부 검찰단은 경북경찰청으로부터 이첩된 수사 결과를 회수해 갔다. 윤석열·임기훈·유재은·노규호로 이어지는 통화 연결고리를 들여다볼 수 있는 부분이다.

[대통령실 패턴] 이시원이 전화하면, 곧장 윤석열이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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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원 전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채상병 특검(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입법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지금 특검법안의 수사 대상이 된 상황에서 이미 고발이 됐고, 현재 공수처에서도 한참 수사 중이라 의원의 질의에 답하지 못함을 양해 부탁드린다"고 답변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 유성호

 
이시원이 통화한 인물에게 윤 대통령이 잇달아 전화하는 패턴도 반복적으로 관찰됐다. 이시원이 12시 32분과 12시 48분, 1시 21분 세 차례 임기훈에게 전화를 걸자, 직후 윤 대통령은 1시 25분 임기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어 오후 4시 16분과 19분에도 이시원이 신범철 국방부 차관에게 전화를 걸자, 윤 대통령은 2분 뒤인 4시 21분 신범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검사 출신인 이시원이 윤 대통령의 대리인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시원은 유재은·임기훈·신범철과 이날만 총 20차례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지난 21일 국회에서는 수사외압 의혹을 받는 증인 12명 가운데 10명이 채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에 출석했다. 이종섭, 신범철, 임성근, 이시원, 유재은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종섭과 신범철과 임성근은 증인 선서를 거부했고, 이시원은 선서는 했으나 청문회 내내 증언을 거부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은 각각 '해외출장'과 '안보상황'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출석하지 않았다. 다만 김 사령관은 화상으로 청문회에 참여해 진술했다. 
#채상병 #이시원 #윤석열 #임기훈 #유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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