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홀 뚜껑 어떻게 열리냐더니..." 침수피해 농민, 공무원에 분통

용인 경안천 주변 비닐하우스 수십 동 침수... 수문 자동 개폐시설 관리 사각지대

등록 2024.07.22 09:36수정 2024.07.2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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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에만 150mm 이상의 비가 경기 용인시에 쏟아진 가운데, 도로는 물론 농경지와 주택이 침수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18일 오후 2시 기준 용인시 재난안전대책본부가 잠정 집계한 결과, 농경지를 제외하고 총 90여 건의 시설 피해가 신고됐다.
 
a  처인구 모현읍 초부리의 한 시설채소 재배 농장주가 빗물이 들어찬 비닐하우스를 바라보며 침수 피해 원인에 대해 하소연하고 있다.

처인구 모현읍 초부리의 한 시설채소 재배 농장주가 빗물이 들어찬 비닐하우스를 바라보며 침수 피해 원인에 대해 하소연하고 있다. ⓒ 용인시민신문


이날 오후 들어서야 비가 잦아들어, 비닐하우스 등 농경지와 사유 시설물 등에 대한 피해 조사가 진행되면 시설 피해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용인시와 소방서 등은 앞서 장마와 집중호우에 대비해 시설물을 점검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나섰다. 그러나 도로와 하천 등 공공시설 등의 침수 피해가 이어졌다.

짧은 시간에 집중되는 폭우가 주요 원인이지만, 일각에서는 같은 지역과 장소에서 피해가 반복되고 있는 점을 들며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처인구 경안천 주변 포곡읍과 모현읍 일대 비닐하우스 단지다.

2022년 8월 처인구 일대에 내린 집중호우로 경안천 수위가 상승하자 단지 수로를 채운 빗물이 하천으로 흘러가지 못하고 역류했다. 이 때문에 시설하우스는 물론, 이주노동자 기숙사로 사용되는 농막에 물이 들어차는 등 장마철이나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이 때문에 시는 지형적인 여건 등으로 침수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모현읍 경안·오산천 주변을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자연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모현 일대를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로 지정했다.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로 지정된 곳은 처인구 모현읍 일산리 일대 135만여㎡ 일산지구와 왕산·갈담리 일대 32만㎡ 왕산갈담지구 등 2곳이다. 이곳은 경안천과 오산천 등 하천 수위 상승에 따라 배수가 안 되거나 우수관과 배수로의 통수능력 부족으로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침수 피해가 큰 지역이다.
 
a  처인구 포곡읍 삼계리 일대 시설채소단지 농로에서 오수관이 역류하며 인근 비닐하우스로 물이 흘러들고 있다

처인구 포곡읍 삼계리 일대 시설채소단지 농로에서 오수관이 역류하며 인근 비닐하우스로 물이 흘러들고 있다 ⓒ 용인시민신문


배수문 설치됐지만 관리 사각지대

용인시는 일산지구에 대해 올해부터 2027년까지 432억 원을 투자해 3곳에 배수펌프장과 소규모 간이 펌프장을 설치하고, 하천과 배수로를 정비에 나서기로 했다. 홍수 시 외수위가 높을 때 문을 닫아 역류를 막고, 단지 쪽 내수위가 경안천 수위보다 높아지면 문을 열어 물을 빼내는 배수문을 7곳에 설치하기로 했다.

또 왕산갈담지구에 대해 2025년부터 2028년까지 184억 원을 들여 배수펌프장을 설치하고, 경안천과 소하천인 왕곡천을 정비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집중호우에는 경안천 하류인 왕산갈담지구보다 재해위험지구에서 제외된 초부리 일대가 먼저 물에 잠겼다. 해당 지역 농장주들은 배수펌프장 부족과 배수문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초부리 일대에는 자동 배수문이 설치돼 있지만 배수문 장치에 대한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농장주는 "경안천 수위가 상승하면 자동으로 배수문이 닫혀 역류를 막아야 하지만 농장주들이 알아서 수동으로 열고 닫아야 하는 실정"이라며 "업체가 설치한 이후 관계 기관이나 업체에서 잘 작동하는지 여부나 작동법에 대해 설명하거나 관리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초부리 일대에 설치된 배수문을 확인한 결과 자동장치 기능이 있었지만, 인근 시설채소단지 관계자가 수동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18일 오전 7시 용인시 전역에 호우경보가 발령된 이후 금학천, 양지천, 대대천 등 경안천 지천 물이 경안천 본류에 유입됐다.

이 때문에 하천 수위가 빠르게 상승해 포곡읍 삼계리와 유방동 일대 경안천에 설치된 세월교가 거센 물살에 파손되거나 잠겼으며, 빗물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역류해 초부리 일대 하우스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포곡읍 삼계리에서는 농로에 설치된 오수관이 역류해 빗물과 함께 인근 비닐하우스 단지로 밀려들어 침수 피해를 안겼다.

침수 피해를 입은 한 농장주는 "오수관 맨홀로 역류할 수 있어 포곡읍에 조치를 요구했지만 맨홀 뚜껑이 어떻게 열리느냐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며 "하지만 이번 비에 오수관 역류로 농막이며 채소가 침수돼 큰 손실을 입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 이날 오전 해당 농로에 설치돼 있는 오수관 맨홀이 수압을 이기지 못하고 들리며 물이 쉴새 없이 쏟아져 인근 비닐하우스 농장으로 흘러들고 있었다.
 
a  처인구 고림로 일대 도로가 침수돼 한 차량이 불어난 물에 고립돼 있다.

처인구 고림로 일대 도로가 침수돼 한 차량이 불어난 물에 고립돼 있다. ⓒ 용인시민신문


반복되는 도로 침수와 대규모 개발지역에 대한 토사유출 등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에 대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진석 용인특례시의회 자치행정위원회 위원장은 "장마철만 되면 국지도 57호선 등에 대한 도로 침수와 개발지역의 토사 유출 피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용인은 산업단지 등 대규모 공사 현장이 많은 만큼 공사가 중단돼 방치되는 개발사업지는 물론, 산업단지 등에 대한 별도의 재해 예방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배수로 없는 도로가 적지 않은데 이에 대한 개선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윤선 도시건설위원장은 "공직자들이 피해 예방과 복구에 노력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위원회 차원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초부리 일대 비닐하우스와 이주노동자들이 사용하는 기숙사와 쉼터 등이 침수되자 모현읍은 단지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12명을 초부1리 마을회관으로 대피시켰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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