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슈퍼 펼침막이동슈퍼라고 적힌 작은 펼침막을 달고 이동트럭이 마을을 돌며 식재료, 과일, 생필품 등을 팔고 있다.
이윤옥
매주 목요일 아침 10시가 되면, 마을에는 이동슈퍼 트럭이 찾아온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용하는 편의점에서 파는 모든 것들이 작은 트럭에 가득하다. 움직이는 편의점이라고나 할까? 생필품부터 일회용 도시락을 비롯하여 과일, 푸성귀, 냉동식품까지 없는 게 없다.
어제(25일), 시즈오카현 미시마의 나가이즈미마을(長泉町)에 찾아온 '이동슈퍼' 트럭을 구경했다. 고령화되어 가다 보니 빈집이 늘어나고 남은 사람들은 차를 운전할 수 없을 정도의 나이가 되어 버리자, 올봄부터 이동슈퍼 트럭이 들어오고 있다.
"저는 이동슈퍼 트럭을 자주 이용합니다. 일주일 치 식재료를 사놓고 먹지요. 냉동 생선부터 고기는 물론이고, 돈까스나 튀김류도 있고 토마토, 사과, 바나나 등 과일도 없는 것이 없답니다. 우리가 자주 다니는 슈퍼의 물건을 다 갖추었다고 보면 됩니다."
이동슈퍼 트럭을 자주 이용한다는 나까무라(84세)씨는 이동트럭이 와줘서 매우 편리하다고 했다. 인구의 고령화로 북적대던 마을이 쪼그라들고 있다. 젊은이들이 떠난 버린 마을에는 빈집이 늘고 있고, 사람이 사는 집이라고 해도 노인들만 살고 있다.
일본의 가장 큰 온천이 있는 아타미에 인접한 미시마시(三島市)의 나가이즈미마을(長泉町), 이곳에도 유명한 모모자와온천이 있었지만 5년 전 문을 닫았다. 새로운 인구가 유입되지 않고 젊은이들이 대도시로 빠져나가다 보니 동네는 생활용품이나 식자재를 살 수 있는 작은 슈퍼 하나 없다. 그 흔한 편의점도 없다. 그러다 보니 고령자들이 살아가기에 불편한 마을이 되고 있다. 집집마다 있던 차도 운전할 사람이 없다 보니 장을 보는 게 가장 큰 일이 되어버렸다.
이동슈퍼트럭은 매주 목요일, 아침 10시에 동네에 나타나 약 30분 동안 머물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고 한다. 식품이나 식자재 등은 모두 냉장고과 냉동고에 싣고 있어 신선도는 동네 편의점과 같다. 물론 물건값도 슈퍼와 동일하지만, 서비스료가 1점당 10엔, 소비세가 1엔이 붙어 모두 11엔을 더 내야 한다. 예컨대 100엔짜리 빵을 산다고 하면 111엔을 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소비자로서는 더없이 고마운 '이동슈퍼' 트럭이다.
이동슈퍼는 물건을 가득 실은 작은 트럭 1대와 그보다 더 작은 봉고차가 생필품을 가득 싣고 마을 곳곳을 누비는 방식이다. 이동슈퍼 트럭에서 장을 보고 있는 주민들을 보니 마치 과거의 방물장수 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든다. 허리 굽은 노인들이 '완성된 음식'을 손에 손에 들고 이동슈퍼 트럭의 계산대에 서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나가이즈미마을(長泉町)의 미래를 그려보았다.
아름다운 숲공원과 일본인들의 로망이라는 가지런한 단독주택지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 이 마을도 결국은 역사 속의 마을로 남아 있을 것인가? 아니면 도시의 번잡한 삶을 정리하고 다시 돌아온 자녀 세대로 다시 옛 영화를 찾을 것인가? 이동슈퍼 트럭이 마을을 빠져나갈 때까지 나는 깊은 상념에 젖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문학박사. 시인.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한국외대 외국어연수평가원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냄
저서 《사쿠라 훈민정음》, 《오염된국어사전》,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집《서간도에 들꽃 피다 》전 10권,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외 다수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