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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팔 탁구 브라질 선수를 보며 떠오른 것

나의 오만을 반성했던 장애인 선수와의 경기... 다름이 차별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돼

등록 2024.08.12 08:42수정 2024.08.12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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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새벽 파리올림픽 여자 단체전이 펼쳐지는 프랑스 사우스 파리 아레나 4경기장에서 감동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승패와 상관없이 전 관중이 일제히 한 선수에게 기립박수를 보낸 것.


대한민국 여자 탁구 대표팀과 브라질과의 16강전. 전 세계 탁구팬들의 이목이 한 선수에게 쏠렸다. 그녀는 오른팔 없이 왼팔 탁구를 구사하는 브라질 대표팀의 '브루나 알렉산드르' 선수였다.
 
a  (파리=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브라질과의 1회전 4경기에서 브라질 브루나 알렉산드르가 한국 이은혜와 경기를 치르고 있다. 2024.8.6

(파리=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브라질과의 1회전 4경기에서 브라질 브루나 알렉산드르가 한국 이은혜와 경기를 치르고 있다. 2024.8.6 ⓒ 연합뉴스

 
올해 29세인 알렉산드르 선수는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백신 부작용으로 오른팔을 절단했다. 10살 때부터 탁구를 시작했고 장애인탁구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14년 베이징 세계장애인탁구선수권 단식과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했고, 2017년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대회 단체전에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 여자 단식과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2020 도쿄 패럴림픽에서는 단식 은메달을 땄다. 알렉산드르는 '한 팔 탁구 레전드'라 불리는 폴란드 나탈리아 파르티카 선수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모두 출전했으며, 브라질 스포츠 사상 '최초'로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모두 출전했다.

비장애인에게 영감을 준 브라질 선수

비록 한국이 브라질에 3:0으로 승리했지만 승패와는 상관없이 관중들은 알렉산드르에게 기립 박수를 보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알렉산드라 선수는 "관중들이 나에게 보내는 응원에 감동했다. 나를 응원해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힘을 낼 수 있었다"라며 "나는 태어날 때 이랬다. 팔이 없든 다리가 없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꿈을 믿어야 한다.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믿어라. 난 22년의 선수 생활 끝에 오늘 이곳 올림픽에 와 있다. 이번을 계기로 나도 다른 사람,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들은 물론이고 전 세계 언론들이 불굴의 의지로 인간의 한계를 극복한 알렉산드르 선수를 톱기사로 다뤘다.


그녀와 맞대결을 펼친 한국 선수들도 그녀에게 경의를 표했다. 신유빈 선수는 "정말 존경스럽고 노력하는 모습은 저도 본받아야 된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으며, 그녀와의 경기가 어땠냐는 질문에 이은혜 선수는 "다른 것을 느끼지 못했다"라고 대답했다.

알렉산드라가 보여준 인간 정신의 위대한 승리는 지구촌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으며 그녀의 뜨거운 열정과 불굴의 의지에 찬사를 보내는 관중 역시 이 감동적인 드라마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잘못된 팬심으로 상대 선수를 조롱하고 경기 방해를 하는 등 눈살 찌푸려지는 행동을 한 응원객들과 아주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더욱 여운을 남겼다.


다름이 차별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다. 장애인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신체적 고통보다도 어쩌면 '타인의 시선'일지도 모른다. 어딘지 '자신을 불편해하는 시선'. 정면에서 보지 않고 옆에서 힐끔힐끔 쳐다보는 다수의 그릇된 시선이야말로 그들을 의기소침하게 만들고 스스로 소외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얼마 전 지역 탁구 클럽에서 진행된 리그전에 참가했을 때 일이다. 나의 상대가 한쪽 발에 목발을 짚고 있었다. 당연히 한 손 팔 밖에는 사용하지 못했다. 상대방의 장애를 감지한 순간의 당혹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순간이지만 내가 느낀 당혹감을 분명 상대방도 감지했을 것이다. '왜 게임에 나왔을까' 하는 원망의 마음도 들었다.

경기가 시작된 지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내 생각과 걱정이 터무니없는 '오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나보다 한 수 아니 몇 수 위의 실력을 갖춘 실력자였다. 그는 한 손으로 토스를 하고 또 그 손으로 강력한 서브를 구사했다.

목발로 짚고도 이리저리 코스를 빼서 나를 힘들게 했다. 그는 노련했고 강했으며 여유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당했다. 게임은 3:2로 그의 승리로 끝났다. 마지막 경기가 끝났을 때 내가 느끼는 감정은 존경과 부끄러움이었다. 내가 얼마나 오만했던가 하는 반성도 했다.

탁구에 입문한 이후 주변에서 장애인 탁구인들을 심심치 않게 만난다. 한 팔로, 한 다리로 어떻게 탁구를 칠까 하는 의구심은 그들 앞에서 의미 없는 질문이었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시각장애인들도 탁구를 친다는 사실이다. 물론 경기 시스템이 약간 다르긴 하지만 말이다.

이제 나는 경기장에서 장애인들을 만나도 처음처럼 당황하지 않으며 비장애인 경기와 같은 자세로 경기에 임한다. 신체적 불편함을 겪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 존재를 비하하거나 차별해서는 안 된다. 단지 다르다는 이유로, 그들이 소수라는 이유로 사회적 불이익을 받게 해서도 안 된다. 우리에게는 그럴 권리가 없다.

알렉산드르 선수의 패기와 도전 정신은 앞으로도 계속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영감을 주는 위대한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이참에 우리나라에서 열리고 있는 장애인 경기에도 많은 관심과 지원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알렉산드르 #파리올림픽 #여자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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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한국여행작가협회정회원, NGPA회원 저서: 조지아 인문여행서 <소울풀조지아>, 포토 에세이 <사할린의 한인들>, 번역서<후디니솔루션>, <마이크로메세징> - 맥그로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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