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의 낯선 동반자, 햇빛 연금

신안군 여흘리 마을 주민과 함께 햇빛 연금을 알아가다

등록 2024.08.19 11:37수정 2024.08.19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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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4일부터 30일 18명의 '2024 햇빛바람농활' 대원들은 햇빛 연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전남 신안군 안좌면 여흘리를 찾았다. 햇빛바람농활은 기본소득당 전남도당과 기본소득당 청년·대학생위원회가 공동으로 주관·주최한 농촌연대활동으로 신안군 주민들을 직접 만나 햇빛 연금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농촌이 마주한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연대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모두의 것을 모두에게 돌려준다는 의미를 가진 햇빛 연금은 분기마다 지급되는 것으로, 햇빛 연금을 받는 주민들이라면 당연히 '이 연금을 어떻게 받게 됐는지', '이 연금을 왜 받는지' 등에 대해 개괄적이라도 알고 있는 것이 옳다. 또한 이러한 제도의 장점을 토대로 조합에 가입하였을 것이며, 이는 높은 조합의 참여율로 이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햇빛 연금 제도에 속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아직 햇빛 연금이 실생활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직접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우리가 만난 따스한 여흘리의 사람들

a 등대 벽화가 있는 할머니의 집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대원들 호별 방문을 통해 섭외한 할머님의 집에서 햇빛연금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등대 벽화가 있는 할머니의 집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대원들 호별 방문을 통해 섭외한 할머님의 집에서 햇빛연금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 권서진


이번 인터뷰에는 총 2가구의 어르신 분들이 응해주셨다. 첫 번째 가구는 80세 조아무개 할머님이다. 인터뷰를 통해 할머니는 26살에 시집을 신안으로 오며 이곳에 정착하게 되었다고 말씀해주셨다. 현재는 무릎이 불편하셔서 원래 가지고 계시던 땅들을 전부 아들 앞으로 이전하였고,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황이라 할머니의 수입은 노인연금과 햇빛 연금 등 뿐이었다.

두 번째 가구에선 노부부를 인터뷰했다. 이분들 또한 20대 때부터 이곳 신안에서 결혼을 하면서 사셨고 40년 넘게 마늘농사를 하시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인터뷰를 통해 말씀해주셨다. 특히 아버님은 마을의 이장님을 하셨던 분으로, 햇빛 연금에 대한 이야기를 더욱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는데 이는 농활 이전 피상적으로 알 수 있었던 햇빛 연금을 넘어 또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끔 하는 계기가 되었다.

처음 마주할 수 있었던 햇빛 연금의 얼굴

구술 인터뷰를 통해 농활대원들은 정책 시행에 대해 완전히 설득되지 못한 채로 햇빛 연금을 받고 있는 일부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어떤 지점들이 이들에게서 정책이 수동적으로 다가왔는지를 알게 되었다.


어떤 제도를 시행할 때 모든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시행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어느 곳이든 반대하는 자들은 존재하고, 현실에서 이들을 끝까지 설득하여 제도를 시행하기에는 여러 한계들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들의 목소리를 조명할 필요가 있다. 그들이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설득되지 못한 부분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듣는 것은 햇빛 연금이 제자리에 머무는 제도가 아닌 더 나은 제도가 되게 하는 시작의 한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아래는 설득되지 못했거나 반대한 이유에 대한 주민들의 이야기로 농활대원들이 햇빛 연금에 대한 새로운 부분들을 볼 수 있었던 첫 시작이다.


- 처음에는 어떤 이유로 주민분들이 (햇빛 연금 도입을) 반대하셨나요?

"(태양광발전소가) 사람 건강에 안 좋다는 얘기가 있으니까 반대했지.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는데 안자도 도로 주변에 창마 변전소가 있는데 암이 발생했다는 말을 사람들의 말이 있었어. 깊이 자세히는 모르는데 안 좋은 영향이 있다고 하니까."

"반대하려고 주민들이 참여하고 그랬어. 창마 변전소 쪽은 할머니들이 눕고 그랬어."

- 햇빛 연금을 도입할 때 간담회 같은 것도 했었나요?

"간담회 같은 거 했지. 주민 반대가 심했어."

- 햇빛 연금 접수하실 때 마을에서 간담회를 진행하거나, 군청에서 와서 설명해 주고 했던 적들이 있었나요? 군수님이 오시거나?

"군수님이 오셔서 설명을 해주셨지. 마을회관에서 군수님이 오셔서 설명한다고 방송하면 가서 듣지."

- 군수님이 뭐라고 말했었는지 기억 나시나요?

"태양광 나오고 그런다는 소리만 몇 번 들었어. 태양광에서 나온 거 돈으로 준다는 거 들었어."

- 처음에는 신뢰가 안 가고 그런 점도 있으셨나요?

"나는 잘 몰라. 방송하면 뭔 소리하려나 가서 들었지. 오래 앉아서 이상한 말 나오거나 하면 나는 싫어서 그냥 집에 와버려."

- 태양광에서 햇빛 연금 지급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알고 계신가요?

"태양광을 통해서 햇빛 연금이 나오는 건 알지만 이것이 실제적으로 어떻게 조합을 통해서 수익이 나오는 건지는 잘 모르지. 햇빛 연금에 대해 의문이 생겨. 아이들은 거주를 얼마나 했는지 관계없이 주고 40세 이하는 바로 주고 이상은 몇 년 살아야 주는데 인구가 증가하고도 그 돈이 지속적으로 나오는데 여유가 있어서 나오는 건가 당겨서 나오는 건가 주민들한테 얘기를 안 해 주니 모르지. 그리고 뭐가 바뀌더라도 와서 설명해 주는 게 없으니까 잘 알지는 못하지."

- 햇빛 연금에 대한 조례 개정이 15번 정도 이뤄졌다고 들었는데, 햇빛 연금 관련 조례 개정 과정에서 주민들이 참여했었나요?

"주민들의 참여 과정은 없었지."

앞선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 햇빛 연금을 처음 도입할 당시 주민들의 반대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건강상의 이유이다. 태양광 패널에서 방출되는 전자파가 건강에 악영향을 줄 정도라고 알고 있는 주민분들도 많았고, 그러한 이유로 처음에는 집 앞에 패널을 설치하는 것을 반대하였다.

창마 변전소를 설치한 이후 암에 걸리는 마을 사람들이 생겨났다는 진위를 알 수 없는 소문 또한 돌아 주민들이 변전소와 유사한 태양광 발전소의 도입을 부정적으로 보았다. 두 번째는 제도 자체가 어려워 큰 관심이 없거나, 간담회가 실효적으로 다가오지 못한 주민들로부터 정책의 주체인 군청이 신뢰를 얻어내지 못한 것이다.

- 햇빛 연금이 경제적으로 효과가 있는 것 같나요?

"큰 돈은 아니어도 17만 원씩 3개월에 한 번씩 주는데 없는 것보다는 낫지. 근데 건강상 자세한 건 몰라도 몸에 좋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 그래서 자라도 같이 가까운 곳은 돈을 더 많이 주겠지. 근데, 올해 비가 많이 와서 처음에 받은 금액하고는 좀 줄어들었어."

햇빛 연금은 지역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순이익의 30%를 가지고 주민들에게 연금을 할당한다. 이는 발전사업의 순이익이 적으면 30%에 해당하는 연금의 액수도 줄어듦을 의미한다.

결국, 수익의 특정 비율을 재원으로 쓰는 방식으로 인해 주민들의 연금을 안정적으로 보장해 주지 못하고, 수익의 하락에 대한 손해를 특별한 보상 없이 오롯이 주민들이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햇빛 연금은 주민들에게 주어지는 액수 또한 발전소의 순이익 변동에 의해 수동적으로 결정되는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존재하는 햇빛 연금의 의미

햇빛 바람 농활 대원들은 할머니와 예전 마을 이장님을 인터뷰하며 기존에는 미처 알 수 없었던 다양한 햇빛 연금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많은 주민의 참여와 의견 개진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알았던 햇빛 연금에는 사실 정책의 수동성이 존재했고, 태양광이 어떻게 주민들의 이익으로 돌아가는지에 대해 주민들이 다 알았기에 참여율이 높을 것이라는 예측은 빗나갔다. 햇빛 연금을 직접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여흘리의 주민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사실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술 인터뷰는 햇빛 바람 농활 대원들에게 햇빛 연금의 이면을 보여줌과 동시에 햇빛 연금의 '실효성'을 정확히 알려주었다. 이 실효성은 기본소득을 원형으로 하는 햇빛 연금이기에 나타나는 긍정적 영향이다.

- 햇빛 연금을 받았을 때, 좋았던 부분이 있으셨을까요?

"필요한 거 마트에 가서 살 수 있어서 좋았어. 그리고 우리가 일을 안 하고 돈을 받을 수 있으니까 좋긴 하지. 이런 거는 정부에서 생각해서 준 것인데."

이처럼, 햇빛 연금은 몸이 약해져 더 이상 일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주민들에게는 효과가 있음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필요한 거 농협에 가서 사고 돈이 남았다고 하면 찾아서 농협에 가서 다 쓰지"라는 말씀을 하시며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살 땐 도움이 된다는 뜻을 전했다.

누군가에게는 10만 원이 조금 넘는 돈이 별것 아니라고 느껴질 수 있지만, 일을 할 수 없는 현실에서 일하지 않아도 내 삶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적은 돈은 의미를 지니게 된다. 농활 대원들이 이곳에서 햇빛 연금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한 발짝 더 나아갈 햇빛 바람 연금

농활 대원들은 햇빛 연금의 한계를 넘어 긍정적 영향이 존재함을 확인했지만, 햇빛 연금에 부족함이 있다는 것은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이다. 주민들은 지역화폐의 형태와 금액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 현재는 햇빛 연금이 지역화폐로 지급되는데, 만약에 이걸 현금으로 준다면 농촌의 일손 부족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당연하지. 지역화폐보다는 현금이 낫지. 근데 현재는 우리같이 농사 짓는 사람들은 비료 사는 데 주로 쓰니까 지역화폐나 현금이나 똑같아. 농사 안 하는 노인분들에게는 돈이 더 낫겠지. 그리고 비료랑 농약값은 계속 오르는데 농산물 가격은 그대로야. 20년 동안 공산품은 오르는데 농작물은 오히려 내려가고 있어. 그러니까 농촌에 젊은 사람들이 오려고 하겠어? 농기구들도 비싸고 그런데."

- 과거에 비해 현재 농촌의 달라진 점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최근에 농촌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고, 옛날에는 동네사람 데려다가 모내기도 하고 다 했는데, 이제는 일손이 없으니까 돈 주고 부르는 외국인 노동자 아니면 안 하지."

- 햇빛 연금을 어느 정도 줘야 삶을 꾸리는 데 만족스러우실 것 같나요?

"50~60만 원 정도 주면 좋은데, 현실적으로 한 30~40만 원 정도는 줘야 실제 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농활 대원들은 이러한 햇빛 연금의 숙제를 안고 내호리 태양광 발전소를 방문해 간담회에 참가했고, 그곳에서 고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간담회 질의응답 시간에 안좌쏠라시티 태양광발전소 허인호 부장님, 신안군청 박성욱 미래 에너지팀장님, 신재생에너지 주민•군 협동조합 박두훈 사무국장님에게 현재 태양광발전 사업 수익의 30%를 주민의 몫으로 계산하는데 이 비중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지에 관해 물었고, 이를 점진적으로 늘려나갈 수 있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또한 현재 신안군은 2030년까지 신안 바다에 8.2GW 해상 풍력발전 단지를 만들어 모든 군민에게 1인당 월 50만 원, 연간 600만 원을 추가 지급할 수 있는 바람 연금을 기획하고 있어 금액 측면에서의 발전 가능성을 확인했다.

햇빛바람농활 대원들은 여흘리 주민들과 구술 인터뷰를 진행하며 다양한 삶의 이야기와 햇빛 연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를 통해 기존에 몰랐던 정책의 수동성이나 햇빛 연금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 등을 알게 되며 햇빛 연금이라는 제도를 다시 바라볼 수 있었고 정책 자체를 재고해 볼 수 있었다. 또한 대원들은 이전의 문제로 인식되었던 수동성 측면에서 주민들과의 더 많은 소통을 통해 이들의 반대 의견을 진정으로 해소하여 강제성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해결책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고민의 시간을 통해 농활 대원들은 햇빛 연금은 현재 마주한 문제로 인해 멈춰야 할 제도가 아닌 더욱 나아가야 하는 제도라는 결론을 내렸다. 제도에 대해 마냥 실망하기보다는 햇빛 연금을 직접 받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것을 알려 신안군 주민들에게 햇빛 연금이 진정한 기본소득이 될 수 있도록 하게 하는 것이 이야기를 들은 자들의 몫이라고 다짐했다.
덧붙이는 글 정태영 yeong2325, 김태헌 kth120707 박서영seoypark0317, 권서진 sjjw0219 시민기자가 함께 작성하였습니다.
원지영, 조성윤 시민기자의 '2024 햇빛바람농활 기본소득 구술 인터뷰' 연속 연재글입니다.
#농활 #햇빛연금 #신안 #기본소득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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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번에 기자로 새로 가입하게된 정태영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대학교 다니는 중인 김태헌입니다.

안녕하세요, 박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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