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차 편집기자의 내공이 담긴 책 <이런 제목 어때요> 중 서문.
루아크
특히 나는 책 '제목의 밖'의 내용에 주목했다. 이 책은 제목의 안과 밖을 챕터로 양분해 서술하고 있다. 제목 안 챕터는 제목의 구체적 사례를 통해 테크닉을 설명했다면 제목 밖은 제목과 관련해 저자의 다양한 경험과 시각을 소개하고 있다.
책을 읽을 때는 두 챕터의 순서를 바꿔 읽어도 무난하다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내공과 저력은 '제목 밖'의 서술 부분에서 고스란히 접할 수 있었다. 특히 '제목이 안 나올 때'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대목은, 제목 정의의 백미다.
"뾰족한 한 문장을 짓기 위해 문장과 문장 사이를, 단어와 단어 사이를 찾아 헤매고 글쓴이의 문장에 기대어 제목을 뽑는다. 제목 뽑는 일이 아무리 힘들다 한들 그나마 할 만하다고 여기는 것은 내가 기댈 수 있는 문장이 어딘가에는 있다는 믿음 때문이 아닌가 싶다. 무수히 많은 사람 속에서도 '소중한 사람'은 한눈에 알아보는 것처럼." (134쪽)
책의 마지막 부분 '조회수의 유혹과 제목의 윤리'에 대한 부분도 오래 남은 대목이다. 저자는 입장을 이렇게 정리했다.
"조회수의 유혹과 제목의 윤리사이에서 고민될 때 저는 우선 독자를 떠올립니다. (중략) 가장 중요한 독자 입장에서 선정적으로 보인다거나 편파적, 일방적, 과장, 왜곡, 선동 등으로 읽힌다면 백만 명(웃음)이 읽은 만한 제목이라도 접게 되는 것 같아요." (224쪽)
반듯하고 인상적인 제목은 기사의 조회수와도 직결된다. 아마도 인터넷매체 특성상 조회수가 평가 기준 혹은 덕목임은 자명할 것이다.
그런데 편집기자도 아닌 내가, 기사의 조회수에 보다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 지난 5월에 쓴 기사 때문이다.
내가 나온 고등학교의 1년 선배들이 노후를 대비해 악기를 배우고 밴드까지 만들어 취미생활을 넘어 봉사활동까지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닥 특별할 것은 없어 보였는데, 그때까지 쓴 역대 기사들 중 이 기사가 최고 조회수를 기록한 것이다. 왜일까.
당시 편집기자가 뽑은 기사 제목은 '노후 대비 취미로 시작한 모임, 이 정도로 대박일 줄이야'이다(관련 기사 보기:
https://omn.kr/28izp ). 기사의 제목이 미래를 예고한 것인지, 제목처럼 조회수가 16만 회가 넘어가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내가 쓴 원래 제목? '나이 들어 음악으로 봉사하는 삶이 부럽네요'였다).
이 기사가 대박이 난 이유는은 본문 내용보다도 기사의 전 문장을 관통하는 훌륭한 제목 덕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