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몇인데, 다 늙어서 무슨....’으로 시작하는 포기가 그들에게는 없어 보였다.
한성은
엄마가 북유럽 1만km를 운전하며 직접 본 것이 바로 자전거 타는 노인들이었다. 도심에서도, 국도변에서도, 끊어진 길을 연결하는 작은 페리에서도, 더운 날에도, 추운 날에도, 비가 오는 날에도 '자전거를 타는 노인'들이 있었다.
물론 젊어서부터 단련이 되어서 그렇겠지만 적어도 '내 나이가 몇인데, 다 늙어서 무슨....'으로 시작하는 포기가 그들에게는 없어 보였다. 엄마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노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엄마의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이다.
엄마가 달라졌다. 원래도 의욕이 넘치는 분이었지만, 환갑을 넘기고 은퇴를 하면서 세월은 못 이긴다는 노인들 특유의 푸념도 자주 입에 올리기 시작하는 엄마였다. 근육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가 반평생을 휠체어에 앉아서 생활하고, 그 뒷바라지를 혼자 감당하셨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랬던 엄마가 달라졌다. '내 나이가 몇인데, 여행하기 딱 좋은 나인데....'로 바뀌었다.
요즘은 백세시대라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쓴다. 그게 사실이다. 엄마는 살아온 만큼이나 긴 여생이 있다.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담당 의사 선생님이 약봉지만 들고 있으면 오래 산다고 했으니, 노년을 충분히 즐길 수 있게 마음 단단히 잡수셔야 한다. 이 글을 쓰는 중에 가족 단톡방에 사진이 한 장 올라왔다. 다음 여행까지 뱃살을 빼겠노라 선포한 엄마가 구포 둑을 달리며 젊은이처럼 만세를 외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