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영업을 종료한 '롱플레이'
허윤경
소식을 접한 지인들 중에는 아무리 이상순이 운영하는 가게라 하더라도 손님이 없는데 운영이 되겠냐, 이상순이 설마 돈 때문에 카페를 접는 거겠냐 하며 한 마디씩 거드는 이들도 있었다.
롱플레이와 나름 인연이 있는(?) 나로서는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카페가 제주 동쪽 작고 조용한 마을에 들어섰을 때(이후로 런던베이글까지 입점하면서 더이상 조용한 마을이 아니게 되었지만) 웨이팅 하는 인파로 인해 주민 피해 문제가 야기되었고, 이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문제였는데 자신들의 영향력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경솔했다, 하지만 예약제로 운영 방침을 바꾸며 발빠르게 대응한 점은 좋았다는 내용의 기사를 오마이뉴스에 실은 적이 있다.
[관련 기사 :
이상순 카페,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https://omn.kr/1zohq]
이후 그곳에 방문해 이상순님이 카페를 열게 된 취지에 맞게 커피와 음악을 즐기기도 했다. 남편과 함께 가기도, 육지에서 놀러 온 친구들을 데려가기도 했는데 솔직히 단골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롱플레이에 자주 가지 않은 건 예약의 번거로움이 가장 컸다. 부담없이 자주 가기에는 커피와 디저트가 비싼 편이기도 했다.
제주에는 롱플레이 못지 않게 맛이 좋은 커피와 디저트를 파는 곳이 많은데 차로 20분 거리를, 굳이 예약까지 하면서? 무엇보다 간다고 이상순 님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내인 이효리 님을 볼 수 있는 건 더더욱 아닌데.
실제로 엄마가 제주에 오셨을 때 이런 대화를 한 적이 있다.
"엄마, 이효리 남편이 하는 카페 있는데 가볼려? 가려면 미리 예약해야 돼."
"뭐 거기 가면 이효리 볼 수 있간?"
"아니. 이효리가 아니라 남편이 운영하는 데야."
"아.. 그 머리 길고 기탄지 뭔지 음악한다는... 그 사람은 볼 수 있간?"
"아니, 없을 걸?"
"그럼 뭐하러 간댜. 그냥 집 앞이 가까운 데 아무데나 가아. 널린 게 카페아녀."
이상순 님이 방송에 나와서 직접 밝힌 카페 폐업의 사유는 임대 계약 기간 만료였다. 그리고 이효리, 이상순 부부가 제주를 떠나 서울로 돌어가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들이 거주할 서울 평창동 집은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라는 구체적인 기사들도 쏟아져나왔다.
이효리 님이 결혼 후 제주살이를 시작해 소길댁으로 연예계에서 한발 비켜 나와 있던 때와 달리 '효리네 민박'을 기점으로 방송에 시동을 걸더니 최근 중단했던 상업 광고까지 다시 하는 행보를 보여주었기에 이런 소식들이 뜻밖이라거나 놀랍지 않았다. 카페 영업 종료도 이해되었다. 그들 부부가 제주에 터를 잡을 때처럼 제주를 떠날 때에도 떠들썩하다(본인들이 원하는 바는 아니었겠지만).
내가 속한 직장만 해도 벌써 여럿이 제주를 떠났다. 그들 대부분 제주가 좋아서 제주살이를 시작했던 이들이다. 그리고 그 자리를 또 여러 사람들이 채웠다. 그들 역시 제주가 좋아서 제주살이를 택한 이들이고 제주를 떠나지 않고 있다, 아직은.
이효리 이상순 부부가 제주를 떠난다고 하자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제주살이 열풍이 식었네, 땅값이 떨어지겠네, 이제 사람들이 제주 안 가겠네 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제주가 온통 그들 부부의 영향력 아래 존재하는 듯, 그들이 떠난 제주는 별볼일 없다는 듯.
2023년 제주 전입인구는 8만1508명, 전출 인구는 8만3195명으로 집계됐고, 2009년 이후 14년 만에 순유출이 나타났다는 기사를 보았다([설왕설래] 제주살이 열풍 '시들', 2024. 9. 2. 세계일보 오피니언).
이효리의 제주살이는 2013년 결혼 후이니까 2009년부터의 많아진 인구 유입이 그녀의 영향력때문은 아니었을 테고 순유출이 집계된 2023년 역시 이효리 부부가 제주를 떠난다는 소식이 들려오기 전이다.
언론에서는 도시에 사람들이 들고 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을 제주살이 열풍이니, 로망이니 하면서 부추기더니 이제는 시들해졌다고 떠든다. 정작 제주는 고요한데 말이다.
누구에게는 자기가 태어난 고향이, 누구에게는 화려한 서울이, 또 누구에게는 고즈넉한 속초가 가장 살고 싶은 도시일 거다. 직장 때문에, 아이들 교육 때문에, 집 값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살기를 선택한 곳도 있을 것이다.
충남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나는 지금 제주에 살고 있지만 제주에 너무 살고 싶었다거나, 어쩔 수 없이 살게되었다기 보다는 '타협'에 가까웠다. 제주 토박이인 남편보다는 내가 직장을 이동하는 게 수월했고 서울보다는 제주 집 값이 더 쌌으니까.
남편은 내가 제주로 온 2016년도의 제주도만 해도 자신이 어렸을 때와 현저히 다르다고 했다. 지금의 제주 역시 내가 처음 보았던 제주와는 많이 다르다. 전에 없던 고층건물이 들어섰고(제주 연동 드림타워), 한산했던 중산간 여기 저기 타운하우스가 지어지고, 도민들만 알음알음 찾아가던 포구는 다이빙 성지가 되었다. 제주를 요란하게 흔들어대던 사람들과 이제는 제주가 예전같지 않아 그 매력을 잃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다르지 않다.
서울은 지난 10년(2014~2023년)간 순유출 인구가 86만 명에 이르지만(서울 인구 순유출 86만여명…높은 집값에 경기, 인천으로 이동, 2024. 2. 5. 파이낸셜 뉴스) 이를 두고 '시들'해졌다고 표현하는 사람은 없다. 제주는 섬이라는 지역 특성상 건설, 제조업 종사자보다 숙박, 음식점.공공서비스업 종사자 비율이 월등히 높다. 안정적인 직업을 구하기 어렵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