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조각들... 별이 된 이들에게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암흑을 직시하는 동시대인' 기획전시

등록 2024.09.15 14:49수정 2024.09.1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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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겪은 참사를 어떤 누구도 겪지 않기를 바랍니다."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에 비치된 재난기록에서 발견한 문구다.

전시를 주관한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는 재난피해자들의 권리 증진을 주목적으로 하는 기관이다. 세월호 참사를 포함해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 참사 ▲인천 인현동 화재 참사 ▲2·18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7·18 공주사대부고 병영체험학습 참사 ▲가습기살균제 참사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 등 재난참사 피해자들과 연대하고 있다.

이들이 열고 있는 '암흑을 직시하는 동시대인' 기획전시는 청강문화산업대학교에서 협력하며 사랑의 열매에서 지원한다. 이번 전시는 청년 작가들이 청강문화산업대학교에서 '참사, 애도와 서사' 수업을 듣고 재난피해자를 만난 후 그린 작품을 선보인다. 호밬, 정시현, 오서윤, 안미르, 배종원, 땡글, 강예나 총 7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참사의 고통에 공감하는 마음으로 재난피해자권리센터를 찾아 전시를 관람했다.

a  ‘암흑을 직시하는 동시대인’ 재난 기록

‘암흑을 직시하는 동시대인’ 재난 기록 ⓒ 이호정


전시장에 들어서자 한국에서 발생한 여러 재난 기록이 보였다. 벽에는 7개 참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설명된 글이 붙어있었다. 천장에는 "재난참사 피해자의 희망에 빚져 우리가 오늘을 살았다, 이제 우리가 당신들이 살아갈 내일을 만들 힘을 채워갈 차례다"라는 문구가 매달려 있었다.


기록을 보며 재난이 결코 남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사가 백화점, 지하철, 여객선 등 누구나 갈 수 있는 장소에서 발생해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은 것이 안타까웠다.

a  정시현 작가의 ‘당연한 것’

정시현 작가의 ‘당연한 것’ ⓒ 김효원


재난 기록이 있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정시현 작가의 만화 '당연한 것'이 보인다. 이 작품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의 일상을 담고 있다. 약 먹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체육 시간에 달리면 숨이 차서 뒤처지며, 아파서 수업을 끝까지 듣지 못하고 조퇴하는 일이 빈번하다.


재난 참사의 고통은 순전히 개인에게만 부여되고 있기에 피해자와 유가족의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는다. 무책임한 사회에 분노를 느끼며 지금까지 이들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던 우리를 반성했다.

a  땡글 작가의 ‘복귀’, 오서윤 작가의 ‘내일의 안녕’, 배종원 작가의 ‘안산으로 돌아가는 날’, (오른쪽부터 차례대로)

땡글 작가의 ‘복귀’, 오서윤 작가의 ‘내일의 안녕’, 배종원 작가의 ‘안산으로 돌아가는 날’, (오른쪽부터 차례대로) ⓒ 이호정


그 옆에는 웹툰 포스터가 붙어있다. 땡글 작가의 '복귀', 오서윤 작가의 '내일의 안녕', 배종원 작가의 '안산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복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 대중의 시선에 갇힌 고통스러운 현실을 말하는 웹툰이다. 사람들은 이들이 항상 슬픔에 빠져 있는 모습을 원한다. 생존해서 삶을 살아가도 그들은 웃지 못한다.

'내일의 안녕'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인 형이 동생을 잃은 후 죄책감을 느끼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었던 형은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믿고 공부에 매진했으나 동생의 죽음을 알게 된 후 추운 날 자전거를 타고 팽목항으로 향한다. 이야기는 형이 동생에게 보고 싶다고 말하는 것으로 끝난다.

'안산으로 돌아가는 날'도 세월호 참사 이야기다. 이 웹툰은 동생을 잃은 형이 안산을 떠난 후 다시 돌아오는 과정을 담았다. 형은 동생과 함께 봤던 영화 <토르>의 장면을 떠올리면서 가족사진을 떼어내며 더 이상 울지 않겠다고 고백한다. 그는 다른 곳으로 이사 갔지만 안산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다시 돌아온다. 평범한 일상을 누릴 자격이 있는지 고민하는 형의 모습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10년이 지났다.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는 이 사건을 절대 잊을 수 없다. 제주도를 향하던 여객선이 진도 해상에서 침몰했다는 보도를 들었을 때, 전원 구조 소식이 오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 충격과 슬픔은 아직도 우리에게 큰 상처로 남아 있다.

슬픔으로 고립된 자들은 일상의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죽은 자처럼 살아간다. 상상 못할 고통을 겪은 이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아팠다. 항상 피해자들을 기억하며 애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연대의 목소리다.

a  ‘암흑을 직시하는 동시대인’ 벽에 붙어 있는 4·16운동 피켓

‘암흑을 직시하는 동시대인’ 벽에 붙어 있는 4·16운동 피켓 ⓒ 이호정


관람은 약 30분 정도 소요됐다. 뜻 깊고 감동적이었기에 더 많은 작품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다. 전시는 그림과 만화로 이뤄져 누구나 쉽게 관람할 수 있다. 특히 청년 작가들의 그림인 점이 인상 깊다. 대학교를 포함한 교육 기관에서 재난 참사 피해자들의 아픔을 알리는 수업이 늘어나고 이러한 전시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10월 4일까지 하는 재난피해자권리센터 기획전시 '암흑을 직시하는 동시대인'은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전시장에 방문해 피해자들의 고통에 연대하는 것은 어떨까?
덧붙이는 글 김효원, 이호정 기자가 공동 취재해 작성한 기사입니다. 두 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시됩니다.

김효원 https://blog.naver.com/sa__ppy
이호정 https://blog.naver.com/hojeonglee0925
#암흑을직시하는동시대인 #세월호 #재난참사 #재난참사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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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잡지교육원 취재 기자 미디어 에디터 27기입니다. / az78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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