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9일 열린 모든 보건의료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교섭 촉구 기자회견.
유나리
우리 동네 작은 병원, 의원, 수두룩한 법 위반과 저임금
열이 나고, 배가 아플 때 등 심신에 이상이 있을 때 당장 찾아가는 곳이 동네 의원이다. 내가 주로 다니는 의원은 원장과 간호조무사 2명, 물리치료사까지 총 3명의 노동자가 일한다.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20여 분 걸어서 갈 수 있는 종합병원으로 옮긴다. 그다음은 근방 대학병원을 찾게 될 것이다. 이 종합병원과 의원에는 노동조합이 없다.
대학병원의 근로조건은 의료 직종 학생들이 가고 싶어 할 정도로 가장 낫다. 노동조합 조직화 비율이 낮은 중소병원 의원은 규모가 작을수록 노동조건이 열악하다. 상급종합병원은 S 병원이 유일하게 노조가 없어 노조조직률이 94%이며, 종합병원은 34%, 병원은 1%다. 노조조직률에 비례해 노동조건도 규모가 작을수록 열악하다.
2024년 4, 5, 9월 보건의료노조는 인천 부평구에 소재한 120여 개 의원을 방문해 '근로조건 실태 설문조사'를 했다. 응답자 109명의 설문 결과는 믿고 싶지 않을 지경이었다. 의사들의 급여가 4억, 6억이라는 뉴스가 빈번한데 같이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열악하다 못해 법 위반 사례까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가 정말 많았다. 설문조사 결과 ▲근로계약서 미작성 또는 미교부 27.5% ▲임금 명세서 미교부 14.7% ▲사회보험 미가입 5.5% ▲연장 근무수당 미지급 10.1% ▲야간근무수당 미지급 24.6% ▲휴일근무수당 미지급 39.4% ▲연차휴가 시기 강제 16.7% ▲연차휴가 일수 제한 11.1% ▲휴게시간 미사용 24.7%로 나타났다.
여성이 다수인 의료기관 노동자들이 출산과 육아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출산휴가 미보장 68.7% ▲육아휴직 미보장 33.3% ▲배우자 출산휴가 미보장(해당 사항 없음 85%, 미보장 8%, 사용 7%) ▲난임 치료 휴가 미보장(해당 사항 없음 87.8%, 미보장 8.1%, 사용 4.1%) ▲태아검진휴가 미보장(해당 사항 없음 85.9%, 미보장10.1%, 사용 4.1%)이 나타났다. 이는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이다.
의료 전문 직종이지만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었다. 250만 원 미만자(2022년 중위 임금 249만 원)가 63.9%였고, 토요일 근무를 하는데도 월 최저임금(206만 원) 미만자가 18.7%였다.
그런가 하면 폭언, 폭행 경험도 많았다. 폭언 40.4%, 폭행 13.8%, 언어적 시각적 성폭력 11.0%, 신체접촉 성폭력 7.3%, 모바일 온라인 성폭력 5.5% 순으로 '경험했다'고 답했다. 환자로부터의 폭언·폭행이 가장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