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 막지리.
월간 옥이네
"요즘엔 다람쥐택시를 많이 이용하지. 마을 배를 타고 군북면 소정리 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버스로 갈아타는 방법은 훨씬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다, 최근에 마을 배 운행하던 분들이 건강이 안 좋아졌거든."
그나마 막지리 주민들이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이동 수단은 '다람쥐택시'다. 다람쥐택시는 오지마을 이동권 보장을 위해 2015년부터 옥천군이 시행하고 있는 사업으로 버스비만 내고 마을과 옥천읍을 오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다만, 한 마을에서 사용할 수 있는 횟수(월 왕복 31회, 일 최대 왕복 2회)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마을에서는 자체적으로 하루 왕복 1회로 규칙을 정해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주민들과 일정 맞추기 어렵거나 급한 일이 생기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기에 월말이면 다람쥐택시 이용 가능 횟수가 부족한 일이 다반사다. 이럴 경우에는 타지에 사는 자녀의 방문을 기다리거나, 편도 4만 원이 넘는 택시비를 부담해야 한다. 둘 다 여의찮으면 외출을 미루게 되는 것이다.
약 구하기부터 수술까지, 산 넘어 산
막지리에서 가장 가까운 의료시설은 군북면 국원리에 위치한 보건진료소. 마을 배를 타고 건너간 소정리 정류장에서 버스로 5분, 마을에서 자동차로 바로 출발할 경우 35분이 소요되는 거리에 있다. 보건진료소의 역할은 혈압과 혈당 검사 등 간단한 건강검진과 약 처방에 그칠 뿐이지만, 막지리 주민에겐 더없이 소중한(그리고 유일한) 마을 의료시설이다.
유경순(74)씨는 "보건진료소 덕분에 간단한 약은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한다. 병·의원은 고사하고 근방에 약국마저 없기에 간단한 약품 하나도 옥천읍에 있는 약국까지 다녀와야 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소화제 하나에도 '큰맘을 먹어야' 하는 셈이다.
"마을에서 약을 어떻게 구해. 집에 있는 상비약이 전부지. 그래도 필요한 약이 있으면 국원보건진료소에 연락해요. 그럼 소장님이 다른 마을 순회 건강검진 하는 길에 소정리 선착장으로 가져다주시기도 하고, 동네 사람들이 옥천읍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들러 받아오기도 하고."
간단한 약 처방은 보건진료소에서, 진료는 옥천읍 소재 병의원에서 볼 수 있지만, 복잡한 수술이 동반되는 질환 치료는 옥천읍에서도 해결이 어렵다. 결국 대전까지 긴 여정을 떠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