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가 내건 한강 작가 책 판매 관련 안내문지역 서점과 상생을 위해 이달 31일까지 한시적으로 도서 판매를 중단한다고 적혀 있다.
교보문고, 페이스북 갈무리
지역 동네 서점, 대형 서점, 가릴 것 없이 녹록지 않았던 현실
시간을 잠시 돌려보자. 2021년 9월 5일, 25년 역사를 뒤로한 채 서울시 은평구의 불광문고가 폐업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 역시도 폐업 이전부터 조금씩, 들려오던 터였다. 그러다 결국 '폐업을 결정했다'는 소식을 서점 관계자가 SNS로 먼저 전했다.
마지막 날 손님이 몰렸다. 은평구청 홈페이지에는 이와 관련한 청원까지 올라왔을 정도로 지역 주민의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정순구 역사비평사 대표는 이에 대해 "출판사와 출판문화산업 진흥 정책의 무관심 속에 고독사했다"고 자신의 SNS에 남겼다. 그러자 최낙범 불광문고 대표는 "무리하게 운영하기보다 거래처 대금과 직원들 퇴직금을 정산하고 존엄사를 택한 것"이라고 담담히 얘기했다.
최근에는 대전의 대표적 향토서점이었던 계룡문고도 폐업했다. 이 서점 역시 지역 문화공간으로서 폐업 직전까지도 29년 동안 북콘서트, 학생 견학 프로그램 등 각종 문화 행사를 개최했던 터였다. 오랫동안 지역문화를 뒷받침하던 동네서점 한 곳이 사라진다는 건, 단순히 서점 한 곳이 없어진다는 게 아닌 그에 기반한 지역 네트워크와 작가의 연결고리가 끊긴다는 데 문제가 있다.
대형 서점도 상황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반디앤루니스는 부도로 폐점됐지만 지난 해 말부터 온라인 서점으로 간신히 부활했다. 국내 최대 오프라인 서점 매장을 보유한 교보문고도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교보문고는 지역 동네 서점에 책을 공급하는 업체이기도 하다. 이익률이 3%도 채 되지 않는 도매 영업까지 뛰어 든 상황에서 매출 1억도 되지 않는 동네서점까지도 책을 유통해야 할 만큼 다급했던 것이다.
특히, 적자 상황을 조금이라도 모면하기 위해 교보문고 매장 내에는 여러 커피 브랜드와 잡화, 문구점이 입점해야 할 정도로 매장 유지를 위해 애쓰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책이 팔리지 않으니 출판사가 함께 어려워지는 것도 당연한 순리였다. 교보문고는 지난해 감원까지 했다. 2023년 국내 71개 출판사 모두 합산해 총 영업이익이 42%나 감소했고, 올해는 그 폭이 더 컸으니 그 어려움은 출판계 모두 겪고 있던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