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 보건교사 안은영 >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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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은 주인공들이 옴잡이 '백혜민'(송희준 분)을 만나면서 다시금 반복된다. 혜민은 주인공들이 다니는 학교가 있는 동네에서 딱 스무 살까지만 살고 다시 태어나길 반복하며 '옴'('재수 옴 붙었다'고 할 때의 그 옴이다)을 잡아온 캐릭터다. 표면적으로는 '부모 없는 아이'인 혜민을 배척하는 인물들도 있지만, 주인공들은 별다른 편견 없이 자신들의 무리로 받아들인다. 이들은 옴잡이로 살아왔다는 혜민의 이야기도 믿는데 여기에 대한 장래디(박세진 분)의 설명이 일품이다. 혜민처럼 자기도 부모 없이 보육원에서 자라 새로운 가족을 만나 살고 있다는 것. 그러니까 래디는 자신의 '기구함'을 혜민의 '낯선 기구함'을 받아들이는 자원으로 삼는다.
이상한 것들은 사실 평범한 것이다
물론 '안은영 월드'는 정말 이상하기 짝이 없고 그래서 재미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우리가 발 디딘 현실에서도 낯설고 이상한 일은 계속 벌어졌다. 단지 우리의 삶이 속한 곳에서 그 일이 벌어지기에 드라마를 감상하듯 거리를 두고 보기 어려웠을 뿐이다.
지난 10년의 시간을 돌아보라. 별다른 조짐도 없이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뜬금없이 벌어진 전대미문의 일로 점철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대통령의 탄핵이 그랬고(그것도 '정말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냐'고 질문하게 만들 만큼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부정을 이유로), 북미 정상회담이나 친서교환도 그랬다(딥페이크 기술로 누군가 장난을 치고 있는 게 아닐까 의심할 정도였다). 좋고 나쁨을 떠나 현실감각이 옅어지고 세상을 의심하게 만드는 일은 계속 발생해왔다. 이전 10년도 20년도 돌아보면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다못해 작년의 내가 해외여행은커녕 사람도 인터넷으로 만나고 마스크 없이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올해를 상상이나 했을까.
허완수(심달기 분) 무리의 행보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어떻게 저렇게 자신과 다르고 낯선 사람을 쉽게 받아들이지. 어떻게 저런 이상한 애를 자기 무리에 수용하지. 세상을 잘 모르고 지나치게 순진한가. 하지만 우리가 실제 현실에서 보았듯 난데없고 전례 없는 일들이 왕왕 발생하는 것이 사실은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원래 그러하다면 '낯선가 익숙한가', '평범한가 특이한가'는 사실 그리 쓸모 있는 기준이 아니다. 말장난 같지만, 이상한 게 이상한 게 아니게 되어버린다. 안은영도 홍은표도 허완수 무리도 사실은 가장 현실적인 선택을 했을 뿐이다. 쓸모없는 판단기준을 버리고 거기에 정말로 필요한 것들을 가져다 둔 것이다. 그래서 이들 사이에는 불필요한 소요나 유해한 충돌이 없다.
불필요한 낭비가 없는 '현실적인 판단'을 바라며
성소수자를 지칭하는 퀴어(Queer)는 본래 '이상함'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 이름에는 사람들이 성소수자를 아무렇지 않게 차별하고 없는 존재처럼 치부하며 손쉽게 혐오를 표해온 역사가 담겨있으리라 생각한다. 이상한 존재들에게 사회는 자주 그래왔으니까. 하지만 시대가 점점 달라지긴 하는 걸까. 좋긴 하지만 당사자가 보기에도 현실감각은 떨어지는 뉴스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