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노래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으로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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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내게 항상 노래하는 사람이었다. 빨래를 널면서도, 밥상을 차리면서도, 돼지 농장의 돼지들에게 사료를 퍼주면서도 노래했다. 들어도 잘 모르는 가곡들, 찬송가들을 늘 불렀다. 어린이 날에는 동요를 부르기도 했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난 것처럼 따라다니는 가난 때문에 단칸방으로 이사갈 때도 이탈리아 가곡 선집 LP판들은 꼭 가지고 다녔다.
엄마가 노래 부르는 것을 보고 처음 반한 것은 중학생 때다. 우리 가족은 기초생활수급자였다. 엄마와 나는 밤마다 종이를 주워 판 돈으로 쌀도 사고 소풍비도 냈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도로, 종이를 실은 1톤 트럭을 타고 엄마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열대야였지만 중고로 산 1톤 트럭에는 에어콘이 나오지 않았다. 창문을 활짝 열고 달려야 했다.
귀가 심심해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웅장한 노래가 나왔다. 처음엔 애국가 같은 건 줄 알았는데 멜로디 선율은 이내 감미로운 기타와 피아노 반주로 바뀌었다. 구슬프면서도 힘 있고 단단한 여성 보컬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태어나 처음 듣는 노래였다.
엄마는 이 노래의 제목이 '여러분'이고 노래 부른 사람 이름이 '윤복희'라고 했다. 이 노래는 원래 찬송가라고도 했다. 그러더니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나는 너의 영원한 노래야. 나는 나는 나는 나는 너의 기쁨이야."
왼손을 창틀에 걸치고, 오른손으로 운전하면서,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노래하던 엄마의 모습. 중고 1톤 트럭의 모터 소리가 엄마의 노래 소리에 묻혀 버렸다. 빠르게 지나가는 가로등과 가로수는 함성을 보내는 관객 같았다.
여자는 조용히 살아야 한다고 했지만 찬란하게 노래하는 정숙, 징그러운 가난 속에서 생계부양자로 살면서도 노래를 포기하지 않았던 정숙. 내 눈에 비친 정숙은 노래 그 자체였다.
요즘은 엄마가 제일 멋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