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7.31 07:03최종 업데이트 23.07.31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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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로 영동선 철로가 유실되었다. 최병성
 
철로가 하늘에 붕 떠있다. 은하철도 999가 아니다. 지난 폭우로 인한 산사태로 철로가 유실됐다.
  
하늘의 은하 철도가 아니라 산사태로 지반이 유실되었다. 최병성
 
경북 봉화군 법전면 소천리 일대를 지나는 영동선 철로의 모습이다. 코레일은 법전면과 춘양 사이의 영동선 복구에 약 60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철도 이용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7월 28일부터 하루 4회 대체 버스를 제공한다.

철도 유실이 얼마나 심각하기에 복구에 두 달여의 시간이 걸린다고 하는 걸까. 현장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철로 아래가 유실된 곳도 있고, 엄청난 양의 토사가 철로를 덮은 곳도 있었다. 또 철로가 부분적으로 유실된 곳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산사태로 지반이 사라져 철로가 공중에 떠 있다. 최병성
 
산사테가 철로를 덮쳐 많은 양의 토사가 철로 위에 쌓여 있고, 그 아래 사과밭이 큰 피해를 입었다. 최병성
   
곧게 뻗어 있어야 할 철로가 엿가락처럼 휘었다. 철로를 받치고 있어야 할 지반이 산사태로 떠밀려온 토사와 함께 유실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인근의 철로엔 계곡에서 떠내려온 엄청난 양의 토사와 나무들이 쌓여 있다.
 
엿가락처럼 휘어버린 영동선 철로최병성
 
산사태로 지반이 사라지고 철로가 공중에 떠 있다. 최병성
  
이곳엔 산사태로 떠밀려온 토사가 철로 위에 쌓여 있다.최병성
     
산림청 임도가 빚은 대형 재난

토사가 떠내려 온 철로 위쪽의 산을 살펴보았다. 철로 붕괴 원인이 있었다. 산림청이 만든 임도에서부터 산사태가 시작됐다. 
 
철로가 유실된 지점 위를 살펴보니 산림청이 만든 임도에서 부터 산사태가 시작되고 있었다. 최병성
 
임도가 맞는지 카카오맵의 항공사진을 찾아보았다. 임도가 명확했다.
 
카카오맵의 항공지에도 산사태가 발생한 철로 바로 위에 임도가 보인다. 최병성
 
카카오맵의 항공사진을 연도별로 자세히 살펴보았다. 2008년 이전에 임도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2019년 항공사진을 보면, 임도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아 길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풀로 뒤덮여 있다. 2021년 항공사진에는 풀이 무성했던 임도에 또 다시 혈세를 퍼부어 곳곳에 콘크리트 포장을 한 게 확인된다. 그리고 2023년, 이번 폭우에 임도에서 산사태가 발생하며 철로를 덮친 것이다. 
 
카카오맵의 항공지도를 년도별로 살펴보았다. 사용하지 않아 풀이 무성해진 2019년 사진, 그리고 2021년엔 다시 풀을 밀어버리고 콘크리트를 포장했다. 카카오맵
 
임도가 산사태의 원인인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2021년 카카오맵의 항공사진과 2023년 7월 26일 촬영한 사진을 비교해 보았다. 임도 노선과 정확히 일치한다. 우측 휘어지는 곳의 콘크리트 임도에서 산사태가 시작되었다. 
 
카카오맵(위)과 비교해보니 정확하게 일치한다. 2021년 콘크리트 포장했으나 이용하지 않으니 겨우 2년도 안되 풀밭이 되어 길이 잘 보이지 않지만, 임도에서 산사태가 시작됨이 분명하게 보인다. 카카오맵. 최병성

동그라미 지점에서부터 붕괴가 시작되었다. 바로 그 지점이 임도다. 그런데 2021년에 콘크리트 포장을 했음에도, 겨우 2년도 안 된 2023년 현재 또 다시 풀로 뒤덮였다. 활용가치가 없어서인지 이용하지 않는 임도였던 것이다. 좀 더 가까이 살펴보았다. 정확히 임도에서부터 산사태가 시작되었다.
  
2021년 포장한 임도 콘크리트 부분에서 산사태가 시작되었다. 최병성
 
산사태의 원인이 임도임이 바로 옆의 또 한 지점에서 확연하게 보인다. 임도의 콘크리트에서 산사태가 시작되어 철로까지 주욱 이어졌다.

임도가 산사태를 일으키는 이유는 간단하다. 나무가 있을 때는 큰 비가 와도 빗물이 골고루 퍼지며 산사태가 잘 발생하지 않는다. 임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나무를 자르고 급경사진 사면을 절개한다. 급경사면에 만든 임도는 흘러내리는 빗물을 모으는 물받이 역할을 한다. 임도 중간 중간에 만든 배수로에서 경사면으로 쏟아내리는 빗물이 결국 아래쪽 토양을 계속 파헤치며 임도 붕괴를 초래한다.

큰비가 지속적으로 오면 빗물을 머금은 지반이 약해지고, 산사태가 한번 시작되면 아래로 내려올수록 토사량과 힘이 증폭되며 대형 사고를 일으키는 것이다. 이번 폭우에 극한 호우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기후위기에 언제든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큰 비가 올 수 있다.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지역의 임도와 벌목지는 언제든 대형 산사태가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이 되는 것이다.
 
콘크리트 포장된 임도에서 산사태가 시작되고 있다. 최병성
  
임도에서 산사태가 시작되어 철로까지 이르고 있다. 최병성
   
국민의 생명과 재산 위협하는 산림청

임도 산사태는 철로 유실만 가져오게 아니었다. 철로 아래 주택과 축사와 과수원을 덮쳤다. 창문에 붙어 있는 붉은 황토 자국이 당시 산사태의 위험을 보여준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 집은 더 이상 사람이 살기 어려운 곳이 되었다. 
 
산사태로 밀려내려온 토사가 집을 덮쳤다. 최병성
 
축사 한 동은 토사에 무너졌고, 인근의 사과 밭은 떠내려온 토사에 절반이 사라졌다. 주택 위치가 조금만 좌측이었다면 인명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산림청이 만든 재난은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임도가 무너진 맞은편 산은 2021년경 싹쓸이 벌목을 하고 어린나무를 심었다. 이번 비에 토사가 줄줄이 흘러내린 현장들이 눈에 쉽게 보였다. 한 곳은 주택을 덮쳤다. 다행히 인명사고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벌목하고 조림한 곳이 무너지며 바로 아래 도로를 덮친 현장이 4곳이나 보인다.
 
왼쪽은 임도 산사태로 철로를 덮친 현장이고, 우측은 벌목 조림으로 발생한 산사태가 도로를 덮친 현장이다. 도로가에 놓인 붉은색 위험 안내판들과 포클레인이 보인다. 최병성
  
우측 동그라미가 임도 산사태로 철로를 덮친 곳이고, 좌측 화살표가 벌목으로 인해 줄줄이 발생한 산사태가 도로를 덮친 곳들이다. 지나가는 차량이 언제든 매몰될 수 있다. 최병성
 
산림청의 벌목이 언제든 대형 산사태의 재난을 불러 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벌목 현장에서 산사태가 발생하여 바로 곁의 도로와 주택을 위협하는 현장은 수없이 많다. 

산림청이 대한민국을 재난국가로 만들었다

그동안 산림청은 산불 진화를 위해 임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지금도 수천억원의 혈세를 퍼부어 전국 곳곳에 산불 진화용 임도 공사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임도가 바람의 이동 통로가 되어 대형 산불의 주범이 되고 있다. 지난 2022년 5월 경 밀양의 산불이 임도를 따라 확산되었다.
  
임도가 있어도 산불을 끄지 못했다. 오히려 임도를 따라 산불이 확산된 밀양 산불이다. 최병성
 
지난 3월 발생한 함평 산불 현장 역시 임도가 있음에도 산불을 끄지 못했다. 임도 주변만 새까맣게 불에 탔다. 임도가 대형 산불을 확산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런데 남성현 산림청장은 산불진화를 위해 임도 확대가 필요하다며 정부에 많은 예산을 요구하고 있다. 산림 재난을 이용해 국민 혈세를 엉뚱한 곳에 쏟아붓고 있는 셈이다. 
 
2023년3월 발생한 전남 함평 산불 현장. 임도가 있어도 산불을 끄지 못했고, 오히려 임도 따라 산불이 확산되었다. 최병성
 
임도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사망하거나 산사태로 떠내려 온 토사에 집과 농토와 삶터를 잃은 사람들이 많다. 임도가 철길마저 훼손해 국민의 발을 묶기도 한다. 

산림청이 만드는 재난 현장은 어느 한두 곳에 특정되지 않는다. 산림청은 지자체별 할당량을 정해 예산을 골고루 나눠주며 임도와 벌목을 독려하고 있다. 전국 각 지역에 있는 산림조합과 벌목상들과 육묘상들의 배만 불리는 일이다. 지자체 산림과 공무원들은 연말이면 지난 1년 동안 진행한 임도 공사와 벌목과 조림 결과를 산림청에 보고해야 한다. 산림청이 할당량만큼 예산을 지자체에 내려 보냈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들은 언제든 산림청이 만든 재난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산림청은 산림을 관리하라고 주어진 권한과 수많은 예산으로 오히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재난을 만들어 내고 있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산림청의 벌목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1년에 평균 10명 사망하고 500~600명 부상 당한다. 한편에서 벌목지 아래 살아가는 주민들은 산사태 위협에 시달린다. 

재난에서 안전한 나라 되려면 

경북 예천의 산사태 현장. 뜨거운 폭염 아래 119 구조대원들이 산사태로 매몰된 분들의 시신들 찾기 위해 고생하고 있었고, 해병대원과 많은 군인들이 피해지 복구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119 구조대원들과 군인들은 산사태 현장마다 보이는데, 임도와 벌목을 해서 오늘 이 대형 산사태를 유발한 산림청 관계자들은 구조현장에 보이지 않았다. 
 
산불을 끄던 소방청의 119 구조대가 산사태로 매몰된 사람들을 찾고 있고(위), 해병대 장볍들이 산사태 피해입은 주민들을 돕고 있다. 최병성
 
산림청의 1년 예산은 2조 7842억 원인 반면, 전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소방청의 2023년 예산은 겨우 3천억 원에 불과하다. 
 
대한민국을 재난 국가로 만드는 산림청의 모든 사업을 중단시키고 사업 예산을 전면 삭감하여 수해로 피해 입은 국민들을 지원해야 한다. 산림청, 소방청
 
지난 7월 18일 윤석열 대통령은 "이권 카르텔, 부패 카르텔에 대한 보조금을 전부 폐지하고 그 재원으로 수해 복구와 피해 보전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산림청의 사업과 예산을 재조정하고 그 재원으로 수해복구와 피해 보전에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면 지난 수십 년간 대한민국을 재난 국가로 만들어 온 산림청의 어두운 카르텔이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관련기사]
산사태 피해지역의 끔찍한 공통점... 산림청 무슨 짓 한 건가 (https://omn.kr/24us1)
덧붙이는 글 임도, 벌목, 조림, 산불 진화후 조림, 재선충 예방 등 그동안 산림청이 해온 모든 사업이 대한민국을 재난국가로 만들고 있습니다. 산림청의 잘못이 바로 잡힐 때까지 연재를 계속합니다. 수해 현장 사진이나 산림청의 잘못을 아는 분들의 제보를 받습니다. 보내주실 곳은 cbs5012@hanmail.net로 보내주세요. 여러분의 제보가 더 건강한 산림과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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