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7일 위의 사진과 동일한 장소임에도 단 5개여월 사이에 재선충 감염목이 급격히 증가했음이 보인다.
최병성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를 잘라 비닐로 덮어 놓으면 마치 재선충을 방제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흐르면 또다시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들이 나타난다. 훈증은 재선충 방제가 아니라 감염목을 잘라 비닐로 덮어 일시적으로 재선충 감염목을 우리 눈에 안 보이게 '눈 가리고 아웅'한 것에 불과하다. 이렇게 훈증으로 반복해 소나무를 벌목해내면 결국 소나무는 전멸하고 숲에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 훈증 방법은 죽은 나무 감추기일 뿐, 올바른 방제가 아니다.
훈증 방법이 왜 소나무재선충병을 더 확산시키는 것일까?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나무를 잘라내 빈 공간이 커지면 숲에 바람이 잘 통하게 된다. 재선충을 옮기는 솔수염하늘소가 바람을 타고 더 멀리 이동하며 재선충을 확산시키기 좋은 숲이 되는 것이다.
둘째는 나무를 잘라내 빈 공간들이 많아지면 숲에 온도가 올라간다. 갑자기 생육 환경이 달라진 소나무들의 수세가 약해지며 재선충에 더 취약해지는 것이다.
산림청이 숲가꾸기라며 활엽수를 베어내고 소나무만 남겨두는 작업을 전국적으로 벌여왔다. 울창했던 숲에 재선충 감염목 또는 활엽수들을 제거하니 휑해진 산림 토양에 햇볕이 강하게 들어온다.
벌목으로 텅 빈 공간으로 햇볕이 쏟아져 들어오는 산림 토양의 온도를 열화상카메라로 측정해 보았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최고 온도가 80도까지 측정되었다. 다른 온도계로 확인해봤다. 역시 70도가 넘는다. 동일한 날, 같은 시간대에 산에서 내려와 뜨거운 햇살이 비치는 아스팔트 온도를 측정하니 56도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