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이후 세계 최저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한국과 싱가포르의 합계출산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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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는 독립을 했던 1965년만 해도 합계출산율 4.5가 넘는 나라였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 후반에 2 이하로 떨어진 후 1990년부터는 한국과 함께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두고 경쟁하는 나라가 됐습니다. 'UN인구기금'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9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고, 싱가포르가 1.0으로 바로 그 앞에 놓여 있습니다. 출산율만 놓고 보면 싱가포르 역시 우리와 같이 인구가 줄어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싱가포르 인구는 줄지 않고 있습니다. 줄지 않는 수준이 아니라 매년 일정 폭으로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비교를 해 보자면 2000년에 한국의 인구는 약 4700만 명이었는데 2022년에는 약 5160만 명으로 9.5%가 증가했습니다. 싱가포르의 경우 2000년에 약 402만 명이던 인구가 2022년에는 약 591만 명으로 46%가 늘었습니다.
출산율은 비슷한데 인구의 증가폭이 4배가 넘는다면 인구 증가를 위한 다른 방법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 방법은 바로 적극적으로 이민을 받아들이는 겁니다.
2022년 싱가포르에서 출생한 아이의 수는 3만 429명입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출생아 수 3만 1800명에 비해 1000명 넘게 줄었고, 합계출산율도 1.04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반면에 사망자 수는 2만 6891명으로 1960년 이후 가장 많습니다. 출생아 수와 사망자 수를 가지고 계산해 보면 인구 증가는 3000명 남짓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2022년 563만 명에서 2023년 6월 591만 명으로 5% 증가했습니다. 그 비결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싱가포르에서 태어나지 않은 외국인 2만 3082명이 싱가포르 시민권을 취득했습니다. 같은 기간 국적 취득 대신 영주권을 취득한 수도 3만 4493명이나 됩니다. 매년 새로 태어나는 아이보다 많은 수가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받아 싱가포르 인구를 늘리는 것입니다.
새로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되는 외국인에게 싱가포르 정부가 요구하는 교육수준과 임금수준에 대한 기준이 높기 때문에 이들은 싱가포르에서도 중상류층에 속합니다. 연령대를 살펴보면 새로운 시민권자의 73%가 40세 이하고, 영주권자의 경우는 88%가 40세 이하라서 경제활동인구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됩니다. 경제력이 있는 영주권자들이 갑자기 늘어나서 싱가포르의 아파트값을 오르게 만든다 해서 2010년 이후로는 매년 일정한 숫자를 정해 유입폭을 조절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