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6일 자 <경향신문> 이대근 칼럼 '나쁜 정치'
경향신문 PDF
그런 그가 4년의 침묵을 깨고 처음 쓴 칼럼의 제목은 <나쁜 정치>(1/16)다. 그가 말하는 나쁜 정치란 무엇일까?
한동훈은 한국 정치에서 하나의 사건이다. 대통령의 젊은 측근이 어느 날 갑자기 집권당 대표이자 전권을 쥔 총선 사령탑이 되더니, 금세 유망한 정치 지도자로 부상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벌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 선두 경쟁을 한다. 윤석열 대통령 말에 시큰둥하던 사람들도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주목한다. 집권당 의원, 당원, 지지자들은 이 정치 신인에게 경의를 표하며 기꺼이 그의 지도를 받아들인다.
정치 경험 없는 인물의 대선 직행은 실패한다는 불문율을 깬 윤 대통령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후배 검사를 통해 대선에 이은 또 다른 승리를 손에 쥐려는 꿈이다. '윤석열 성공 모델', 재현될지 모른다. 한국 정치의 오랜 관행과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한동훈은 윤 대통령이 갖지 못한 것을 갖고 있다. 하나는 보수층이 강조하는, '똑똑하다' '젊다'라는 긍정적 특성이다. 보수층은 그런 장점이 윤 대통령 단점을 보완해주리라 기대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칭찬 일색이다. 그럼에도 분명 다른 할 말이 있을 거라 여기며 참고 읽었다.
윤 대통령과 달리, 한동훈은 나름대로 정치 감각도 있고, 정치적 제스처에도 능하다. 그러나 지지자와 사진 찍기, 재래시장에서 떡볶이 먹기, 1992 맨투맨 티셔츠 입기는 정치 흉내다. 정부 실정 외면, 야당 조롱도 정치가 아니다. 그게 정치라면 나쁜 정치다.
이대근의 이야기를 요약하면 이렇다. 한동훈은 정치적 양극화 현상에 의한 정치팬덤의 지지를 받고 있을 뿐, 제대로 된 정치를 하지 않고 있다. "다양한 이해와 의견을 조정하고 타협하며 합의를 만드는 게 정치"며, 한동훈은 정치하는 척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정치를 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노무현을 벼랑 끝으로 내몰던 이대근의 펜 끝이 이렇게까지 무뎌질 수 있을까. 앞부분만 읽은 독자라면 이대근이 한동훈을 찬양하는 칼럼을 썼다면서 공유할 수도 있겠다 싶다.
이대근이 복귀 후 두 번째로 내놓은 칼럼의 제목은 <명품백, 선거제, 그리고 리더십>(2/6)이다. 그는 두 명의 지도자를 나란히 세운다. 바로 연동형 선거제 공약을 지키지 않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에 대해 제대로 사과하지 않는 윤석열 대통령이다.
멋진 무언가를 덜컥 받은 일로 궁지에 몰린 두 지도자,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이걸 왜 자꾸 사오세요" 하고 빈말로 끝냈다 해도 나중에 돌려주라고 했으면 하고 후회할 것이다. 대선 때 참모들이 제안한 '비례 확대(연동형) 선거제' 공약을 받지 않았더라면, 받아도 "평생 꿈"이라거나 "내가 대통령 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라는 따위의, 마음에도 없고 물리기도 어려운 말을 함부로 해서 여지를 없애버리지만 않았더라면 하고 자책할 것이다.
명품백 받은 사실이 드러나고,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철석같던 연동형 선거제 약속을 뒤집어 여론이 악화됐을 때 뭔가를 해야 했다. 어차피 엎질러진 물, 즉각 잘못을 인정하고, 수습해야 했다.
대통령 부인이 고액의 선물을 받은, '불법행위' 논란이 있는 명품백 사건과 야당 대표의 공약 철회가 어떻게 같은 잣대로 비판해야 할 잘못인지 난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대근은 끝까지 그 둘을 비교하면서 싸잡아 비판한다. 그러면서 두 지도자 모두 리더십이 부족하다고 마무리한다.
한동훈·윤석열에겐 무뎠던 펜 끝, 이재명에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