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를 유치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른 이야기를 하지만, 데이터센터 유치가 곧 국익이라는 기본 전제는 같습니다.
한국경제, MBC
지난 1월, 세계 최대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인 미국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일본에 클라우드 서비스 인프라 구축을 위해 약 20조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뒤이어 마이크로소프트(MS)가 4조 원을, 오라클은 11조 원을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일본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발표된 세 회사의 투자 금액을 다 더하면 35조 원이 넘습니다.
이에 대해 지난 5월 <한국경제>는 "아시아 데이터센터 허브, 일본에 밀리는 이유 직시해야"라는 사설을 통해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전력산업 기반이 크게 약해진 상태"이고 "환경·에너지 규제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데다, 전자파 발생 등 환경꾼들의 허구적 선동도 걸림돌"이라면서 탈원전과 환경 규제가 원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지난주 MBC는 AWS의 아시아 태평양 및 일본 에너지 환경 정책 총괄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AWS는 지난해 한국 내 클라우드 인프라에 8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는데, 이번 인터뷰에서는 한국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는 허가를 받는 것도 어렵고, 발전소가 완공된 뒤에는 전력망에 연결하는 것도 어렵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다른 나라로 투자 순위가 바뀔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한국에 데이터센터 투자가 꺼려지는 건 재생에너지 부족이 핵심 문제라는 겁니다.
<한국경제>는 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전력이 부족해서라고 말하고, MBC는 현 정부의 정책이 잘못되어 재생에너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두 주장 가운데, 투자하는 기업에서 하는 말을 좀 더 믿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정권이 바뀐 지 언제인데 지금까지 전 정부 탓을 하는 것도 곱게 보이진 않습니다.
<한국경제>와 MBC가 서로 다른 이유를 이야기하고 있긴 하지만, 전제조건으로 삼은 건 같습니다. 정보통신 대기업(빅테크)들의 대규모 투자, 즉 데이터센터 투자유치가 국익에 도움이 될 거라는 겁니다. 수십조 원의 외화가 들어오고, 데이터 센터 건설 관련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니 좋은 일이라는 판단입니다. 한국에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생기면 과연 좋기만 한 걸까요?
국가 전력의 7%가 데이터센터로
데이터센터 투자유치에 앞선 싱가포르의 사례를 보겠습니다. 싱가포르에는 세계적인 빅테크 기업인 구글, AWS,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운영하는 70개 넘는 데이터센터가 있습니다. 올해만 해도 구글이 50억 달러를 투자한 데이터센터가 완공되었고, AWS는 새롭게 88억 달러를 투자해 데이터센터를 확장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싱가포르는 데이터센터를 짓기에 적합한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동남아 국가 중 금융과 무역이 가장 발달한 비즈니스 허브인 데다, 지리적으로도 동남아의 중심에 있고, 16개의 해저 케이블을 통해 대륙과 주변 섬나라 모두를 연결하고 있습니다. 정치적으로도 안정되어 있을 뿐 아니라 지진, 태풍, 화산 폭발과 같은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하기에 데이터센터를 지으려는 기업들이 밀려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이런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에 제동을 걸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에 이미 3년 동안 신규 데이터센터 허가를 중단한 적이 있었고, 이후에도 데이터센터의 총량을 규제하고 개별 기업 투자 계획에 엄격한 심사를 해 일부만 허가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