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
권우성
화제를 윤석열 정부의 안보관, 안보 정책으로 옮겼다.
- 윤석열 정부 안보의 가장 큰 문제점은 뭐라 보는가?
"대한민국 안보의 목표는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고 국민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의 안보 행보는 국민을 굉장히 불안하게 한다. 한미동맹이야 당연히 잘 유지돼야 하지만, 일본과는 그렇게 쉽게 가까워질 수 없는 정서적 역사적 환경적 요인이 있다. 물론 두 나라가 친해지기를 바라는 미국의 압박도 작용한다. 관리하기 편하니까.
그런데 그것 때문에 북중러가 더 결속하게 됐다. 얼마 전 북한이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는데 그 기술도 러시아에서 전수한 것이다. 우리는 그걸 문제 삼아 9.19 군사합의를 깨버렸다. 유엔의 제재 대상이기는 하지만, 그게 9.19 합의와 직접적 관련성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하는데 성급하게 일부 효력 정지를 선언했다. 그러자 북한이 전면 폐기로 대응했다. 9.19 합의는 남북 간 일종의 안전핀이었다. 관련 조항들이 다 맞물려 있기에 뭐는 유지하고 뭐는 중지할 수 없다. 한반도 위기가 극단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 북한의 도발이 예상된다는 건가?
"분명히 도발할 거다. 오랜 군 생활 경험에 비춰보면, 지금 갈 데까지 간 상황이다. 나는 천안함 사건(2010.3) 몇 년 전에 2함대사령관을 지냈고, 연평도 포격사건(2010.11) 때는 작전사령관이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데 두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남북 간 긴장이 몹시 고조된 상태였다."
그는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상황이 우리나라에도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긴장 수위를 높이는 것은 결국 전쟁하자는 거다. 그럼 우리나라 국민이 과연 전쟁을 원하느냐, 전쟁을 할 수 있겠느냐? 그렇지 않다. 우리는 북한과 전쟁해서 얻을 게 없다. 국민 안전도 보장할 수 없지만, 경제면에서도 피해가 엄청나다. 국제적 신인도 추락도 고려해야 한다. 한 번 싸움이 시작되면 멈추기가 쉽지 않다. 평화를 관리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외려 갈등을 부추기고 긴장감을 높인다. 안보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행위다. 우리 정보력이 북한보다 뛰어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이스라엘이 정보력에서 월등히 앞서는 데도 하마스한테 선제공격을 당한 걸 보라. 북한이 어떤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라도 도발할 가능성이 크다. 9.19 합의는 북한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계속 활용해야 하는데 왜 그렇게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이 빚어진다면, 그 강도가 이명박 정부 때보다 높지 않을까 싶다.
"훨씬 심각할 거다. 그때는 그래도 중국이나 러시아가 북한을 견제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런 중재 장치가 전혀 없다. 부산 엑스포 유치에 실패한 데는 두 나라와의 관계 악화도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일본과도 언제든 영토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 한미일 동맹과 별개로 방심해서는 안 된다. 일본에 극우정권이 들어설 경우 한일관계가 급속도로 냉각할 수 있다."
- 일본은 독일과 달리 반성하지 않는 나라다. 위안부나 강제징용 문제만 봐도 그렇다. 교과서에 버젓이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기재한다. 예전부터 독도를 두고 양국 해군이 충돌하면 한국 해군이 밀릴 거라는 분석이 많았다.
"미국의 견제가 있으니 그렇게 극단적인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을 거다. 다만 일본이 해군력을 급속도로 키우는 것을 주시해야 한다. 일본의 해상자위대에 비해 우리 해군력이 약한 건 사실이다."
- 원인이 뭔가? 우리도 그동안 투자를 많이 했는데.
"육군 중심, 대륙 중심적 사고가 문제다. 해군력이 강하냐 약하냐를 떠나 바다에 대한 생각 자체가 없었던 거다. 우리는 해양국가다. 바다에서 돈을 벌어와야 국민이 먹고살고 국부가 창출된다. 해상 교통로가 단 일주일만 차단당해도 난리가 날 거다. 해양을 통제하고 해양력을 투사하는 것이 해군의 임무이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항공모함이다. 항공모함이 국익 보호의 핵심 전력이 돼야 한다."
- 우리나라같이 해역이 좁은 나라에서 항공모함은 낭비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미래를 내다보고 반대하는 건지 모르겠다. 항공모함은 그 자체로 주변국들에 억지력을 행사한다. 북한에 대한 억지력은 말할 것도 없다. 유사시 공군 비행장은 북한의 공격 1순위다. 항공모함은 바다의 활주로다. 또한 바다에서 육지로 고강도 전력을 투사할 수 있다. 그 점에서 항공모함은 단순히 해군 무기가 아니라 우리 군의 전략자산인 셈이다.
또 우리가 북한만 바라볼 수는 없지 않나? 이어도나 난사군도 등지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거나 해상 통로가 차단된다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겠나? 지금 (항공모함 도입 사업을) 시작해도 늦다. 서둘러야 한다. 10대 강국이 모두 바다를 끼고 있고 항공모함을 갖췄다. 이들 나라는 모두 해상 교역을 통해 부를 축적한다."
- 윤석열 정부는 국제적, 장기적 전략이 없고 오로지 북한을 제압하겠다는 생각만 하는 듯싶다.
"맞다. 그것도 자강(自强)도 아니고..."
- 남의 힘을 빌려 나라를 지키겠다는 발상 아닌가?
"외교에서는 국익이, 안보에서는 자강이 중요하다. 스스로 강해야지 남의 힘을 빌리는 건 한계가 있다. 물론 부족한 점을 남의 도움으로 채울 수는 있다. 그래서 나라 간 동맹이나 전략적 연대가 있는 거고. 하지만 기본은 자강이다."
- 윤석열 정부는 북한이 우리를 공격하면 응징을 넘어 미군의 전략자산을 동원해 아예 북한을 섬멸하겠다고 공언한다. 실제로 그런 충돌이 빚어지면 어떤 양상이 펼쳐질 것으로 보나?
"천안함 때나 연평도 포격 도발 때 보지 않았나? 못한다. 그렇게까지 할 수가 없다. 그런데 한번 충돌하면 중재가 쉽지 않다. 이스라엘이나 우크라이나 사태도 그렇지 않나?"
- 설사 중재가 이뤄진다 해도 서로 엄청난 피해를 보고 난 다음이다.
"그래서 위기를 관리하고 평화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억지력을 갖춰야 한다."
- 전례로 볼 때 육지보다 해상 도발의 가능성이 크지 않나?
"그래서 해군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국익 수호 선봉' 항공모함 도입 서둘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