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이 지난 6월 20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대장동 사건 관련 허위 인터뷰로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도착하고 있다.
권우성
- 원장님이 신학림씨한테 책을 구입하는 과정에 협박, 공갈이 있었다는 취지로 검찰에서 진술한 게 맞나요?
"강요지요. 검찰이 신학림씨 문자를 다 포렌식 했잖아요. 이 사건의 맥락을 알아야 해요. OO(지역 이름)에서 안티조선운동을 하던 제 지인들이 있어요. 제가 그 지역 신문을 좀 도와주고 있었는데, 나중에 그쪽 지인으로부터 신씨를 소개받아 알게 됐어요."
- 언제부터 알고 지냈나요?
"몇 년인지는... 하여간 신학림 기자를 세 번쯤 만났어요."
정 전 원장은 OO에서 보건소장을 지낸 인연으로, 신학림씨와도 잘 아는 OO 지역 언론인들과 친하게 지냈다고 한다.
- 신학림씨가 원장님한테 책을 넘긴 게 2022년이라고 하던데, 그전부터 알고 계셨던 거지요?
"그렇죠. 가까운 지인이 '신학림 기자 좀 도와달라'고 해서 그러겠다고 했는데, 어느 날 다 같이 제가 근무하는 순천을 찾아왔어요. 책을 들고 왔죠. 제가 식사를 대접했는데, 책 얘기가 나왔어요. 제가 여유 있을 때 조금씩 돕겠다고 했어요. 그렇게 시작된 거예요."
말하자면, 딱히 구매 의사가 있어서가 아니라 후원의 뜻으로 책을 구입하게 됐다는 것이다.
- 원장님한테 책이 넘어간 시점이 언제인가요?
"제가 (2022년) 1월에 임기가 끝났는데, 그해 7월경이었어요. 여름에 순천으로 찾아왔으니까."
참고로, 신학림씨와 김만배씨의 책 거래 시점은 2021년 9월이다.
- 도와준다는 얘기를 신학림씨는 책을 사준다는 의미로 받아들였겠군요.
"그렇게 받아들일 수는 있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거기서부터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됐어요."
- 책 구입 문제를 두 분이 직접 얘기한 게 아니라 중간에 전달자가 있었다는 거죠?
"예. 신학림 기자와 (사이가) 나빠졌다기보다는 얘기하는 방식이 되게 힘들어지더라고요. 나중에 검찰에 가서 신 기자와 제가 주고받은 문자를 보게 됐는데, 제가 부정을 하기에는 내용이 너무 세더라고요."
두 사람 사이가 틀어진 결정적 계기는 그가 신씨한데 받은 책을 문재인 전 대통령 측에 넘기면서부터다. 시기는, 그의 기억으로는 2022년 7월 말 또는 8월 초다.
"저는 어느 정도 도와주면 된다는 생각이었는데, 신 기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러다 문 (전) 대통령이 양산에서 책방을 연다는 얘기를 듣고, 내가 갖고 있는 것보다 거기에 두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일로 양산을 방문했을 때 비서관에게 책을 건넸지요. 빈손으로 가기도 좀 그렇고, 나중에 빛도 나겠다 싶어서."
일은 엉뚱한 데서 터졌다. 신학림씨와 개인적 친분이 있던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가 어느 날 그 책 사진을 두 사람의 카톡방에 올린 것이다.
"다혜씨가 좋은 의미로 그 책을 사진으로 찍어서 카톡방에 올렸다는데, 신 기자가 그걸 보고 화가 났는지 그다음부터 말이 험해졌어요."
- '내가 당신한테 준 책이 왜 거기 가 있느냐'는 항의였겠네요.
"그 일이 생기고 나서 노골적으로 책값을 요구했어요."
- 책값으로 얼마를 요구하던가요?
"1억의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해서 제가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하느냐'고 물었지요. 그러면서 '이것 때문에 인간관계를 해치고 싶지 않으니 좀 기다려라'고 말했어요. 내가 갑자기 그런 큰돈을 마련할 수도 없으니. 중간에 낀 지인이 난처해하니까 신학림 기자가 '너는 빠져라. 내가 정 원장과 직접 얘기하겠다' 이러면서 거칠어진 거죠."
그가 신씨에게 건넨 '책값'은 약 5000만 원이다. 그런데 이 돈은 한 번에 전달된 게 아니다. 1년여에 걸쳐 여러 차례 건넨 돈을 합한 금액이다. 맨 처음 순천에서 책을 받고 나서 지인을 통해 300만 원을 전달했다. 이후 3000만 원을 더 건넨 뒤 끝내려 했으나 신씨의 요청으로 추가로 지급했다고 한다.
"검찰에서 이건 '강요'라고 하더군요. 문자 내용이 있으니, 저도 부인할 수 없었지요. 강요라면 강요로 볼 수도 있고. 나도 괴로웠다고 솔직히 얘기했어요. 그 후 강요죄인지 뭔지가 성립됐어요. 참고인 조사지만 힘들었어요."
"문 전 대통령과 엮으려 했다... 검찰이 흠집 내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