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1] 윤석열 사단 수사·지휘 라인
봉주영
[표1]은 현직에 남아 있는 윤석열 사단 검사들 중 검찰권력의 핵심인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의 주요 수사·지휘 라인 보직자만 정리한 명단이다. 이름 옆 괄호 안 숫자는 사법연수원 기수다. '주요 수사'는 윤 대통령과 함께했던 수사(굵은 글씨)와 해당 검사의 대표적 수사다. 대검 대변인 재직 시 고발사주 사건에 연루된 권순정 법무부 검찰국장처럼 윤석열 라인이지만 수사 인연이 없는 검사는 제외했다.
윤 대통령과 가장 끈끈한 수사 인연을 맺은 사람은 한동훈 위원장이다. 두 사람은 불법 대선자금, 현대차 비자금, 론스타(외환은행 헐값 매각), 국정농단 특검 수사에서 힘을 합치고, 적폐청산 수사와 조국 수사를 지휘했다. 조국 수사의 경우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각각 검찰총장과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지휘 라인이었지만, 수사 전반에 깊이 관여했다는 점을 감안해 두 사람의 주요 수사에 포함시켰다.
그다음이 이복현 금감원장이다. 론스타 수사 때 두각을 나타낸 그는 박근혜 정권의 거센 압력을 받은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에 참여하고 국정농단 특검팀에서 활약했다. 이후 이재용 회장의 승계 구도와 관련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수사를 주도했다.
검찰 인사와 수사 구도를 보면, 곳곳에 윤 대통령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명목상 총장은 이원석이지만 실질적 총장은 윤석열"이라는 견해는 일리가 있다. 지휘부와 주요 수사 라인에 있는 검사들은 여전히 윤 대통령을 총장처럼 떠받들고, 윤 대통령도 여전히 총장인 것처럼 인사와 수사를 챙긴다는 시각이다.
한 가지 변수는 검찰정권 2인자인 한 위원장과 윤 대통령의 관계다. '디올 백 전투'는 무승부로 끝났지만, 향후 김건희씨를 둘러싼 권력투쟁 양상이 재현될 개연성이 있다. 윤석열 사단의 일부는 한동훈 라인과 겹친다. 이원석 총장만 해도 한 위원장의 동기로 절친한 사이다. 한 위원장이 법무부 장관을 지내는 동안 그에게 줄을 서거나 신세 진 검사도 적지 않을 것이다.
윤-한 갈등이 심해지면 윤석열 사단이 균열할 수 있다. 이는 검찰정권의 운명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대선배인 박성재(연수원 17기) 전 서울고검장을 후임 법무부 장관에 내정한 것을 두고 "한동훈 라인 견제용"이라는 성급한 관측이 나오는 게 흥미로운 이유다.
검찰의 주요 수사 대상
지난 2년간 검찰의 주요 수사 대상은 크게 다섯 부류였다. 첫째는 문재인 정부 고위직 인사들, 둘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측근들, 셋째는 대장동 사건 관련자들, 넷째는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연루된 민주당 의원들, 마지막은 여권이 "대선 공작"으로 규정한, 이른바 <뉴스타파> 사태와 관련된 언론인들이다(뉴스타파, JTBC, 경향신문, 뉴스버스, 리포액트).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수사의 시발점은 서해 피살 공무원 월북 조작 의혹 사건과 탈북 선원들 강제 북송 의혹 사건이다. 전 정부의 안보실장, 국정원장, 국방부 장관, 통일부 장관, 비서실장 등이 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됐다. 특수정보(SI)와 남북 관계의 특수성, 국제법을 무시했다는 비판과 더불어 직권남용죄 적용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공공기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도 전 정부 고위 인사들을 옭아맸다. 임기가 끝나지 않은 공공기관 기관장들에게 사표 제출을 종용하고 사적 경로로 추천된 새 기관장 후보자들에게 특혜를 제공했다는 혐의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일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인사들과 전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 등이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재명 대표 관련 수사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김문기, 백현동 개발 관련 발언), 대장동 개발 특혜 비리 의혹, 측근의 정치자금 및 뇌물수수 의혹, 성남FC 뇌물성 후원 의혹과 성남지청장의 수사 무마 의혹, 쌍방울 대북 송금과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여러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수사 검사와 수사 대상자 수, 방대한 수사 내용에 비춰 역대 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 중 최대 규모라는 평을 듣는다.
이와 관련해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장에서 "한 건 한 건이 중대 구속 사안"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수사 당위성 논란과 별개로 검찰이 명운을 걸다시피 2년 내내 야당 대표 구속에 집착한 것은 정치적 표적수사라는 오명을 쓸 만했다.
대장동 개발 특혜 비리 사건은 주범 김만배씨와 공범들에 대한 수사로 출발해 '50억 클럽' 대상자들과 로비 의혹에 휩싸인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수사로 확대됐다. 강압과 회유 의혹, 피의자들의 잦은 말 바꾸기와 입 맞추기 의혹, 법정 진술 번복 등으로 수사 신뢰성에 흠집이 났다. 특히 검사 출신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과 윤 대통령의 '검찰 사부'인 박영수 전 국정농단 특검이 포함된 50억 클럽 의혹 수사의 경우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다가 특검 도입을 의식해 뒤늦게 시동을 걸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 돈봉투 사건의 발화점은 2021년 전당대회에서 의원들에게 돈봉투가 뿌려졌다는 정황이 담긴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녹음파일이다. 검찰은 윤관석 의원과 송영길 전 대표를 구속하고 이성만 의원을 불구속 기소한 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충분한 증거 없이 민주당 의원 20명을 돈봉투 수수자로 거론해 당사자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고 피의사실공표 시비에 휘말렸다.
언론인들에 대한 무차별 압수수색으로 국내외에서 화제가 된 <뉴스타파> 관련 수사는 오리무중이다. 지난해 9월 '대선 개입 여론조작 특별수사팀'을 가동할 때만 해도 "희대의 정치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는 수사 성과가 금방이라도 나올 것처럼 보였으나, 5개월이 지난 지금 검찰 주변에서는 "뭔가 잘 안 맞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여권이 총공세에 나섰던 만큼 어떻게든 기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보도의 대가성이나 허위성을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과의 공모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확보했다는 얘기도 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