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문제가 되는 건 의도치 않게 도덕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한 실수를 할 때다. 나 혼자 비판을 받으면 괜찮은데 대부분은 '어느 단체 활동가가 그랬다더라'는 식으로 이야기가 돈다.
픽사베이
'활동가 스트레스'라는 게 있다. 보편적으로 쓰이는 단어는 아니고 사실은 나를 비롯하여 소수의 사람들이 쓰는 말이다. 하지만 시민사회 단체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이게 무엇인지 바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나를 단순히 한 명의 개인이 아니라 단체에 소속된 활동가로 인식한다. 예를 들어 내가 SNS로 어떤 이야기를 했을 때, 나와 인맥이 직간접적으로 닿아 있는 사람들은 '신필규가 무슨 말을 했다더라'가 아니라 '비온뒤무지개재단의 신필규가 무슨 말을 했다더라'라고 말한다. 대부분 비영리 단체가 가진 주요 자원이 '사람'이고 이들이 외부로 나서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스트레스라는 명칭에서 유추할 수 있겠지만 이런 환경이 편하기 보다 압박이 될 때가 많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의도치 않게 도덕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한 실수를 할 때다. 나 혼자 비판을 받으면 괜찮은데 대부분은 '어느 단체 활동가가 그랬다더라'는 식으로 이야기가 돈다.
사실 양심 고백을 하자면 나조차도 그렇게 이야기할 때가 있다. 그래서 어느 자리를 가든 긴장을 하게 된다. 활동가들끼리 편하게 술이나 마시자고 모여도 사적으로 친하지 않은 사람이 섞이면 언행에 신경 쓰게 된다. 윤리적인 부분 만이 아니라 단체의 이해가 엮인 일에 대해 경솔하게 말을 하는 건 아닌지 계속 주의하게 된다. 매우 피곤한 일이지만 이 일을 계속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 일과 전혀 무관한 사람을 만날 때는 이런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기도 하다.
단순한 말실수가 1년 간의 조롱으로 이어지다
이런 스트레스를 다시 떠올린 건 약 한 달 전 그룹 뉴진스의 멤버 민지가 사과문을 발표한 일을 보면서였다. 한 달이나 지난 이슈를 왜 이제야 이야기하느냐고 질문할지 모르겠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이 일을 이해하는데 정확히 그 정도의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아무리 돌이켜봐도 발단부터 전개와 결말까지 상식적인 부분이 하나도 없다.
민지는 작년 초에 출연한 방송에서 '칼국수가 뭐지?'라는 발언으로 1년 동안 놀림을 받았다. 때로 대중들이 대수롭지 않은 일로 밈(meme)까지 만든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게 그럴 일인가 싶었다. 기상천외한 말실수는 누구나 한다. 가령 나는 직장 동료가 임시 보호 중이던 강아지 이름을 두 번이나 잘못 부르는 대형 실수를 한 적이 있다. 한 번은 '짱구'라고 그랬고 나머지 한 번은 '여포'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 강아지의 이름은 '앤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