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스웨덴 말뫼에서 열린 2024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우승한 스위스 대표 니모가 두 팔을 번쩍 치켜들고 있다. 스위스 대표가 유로비전에서 우승한 것은 1998년 셀린 디옹 이후 처음이다.
연합뉴스
유럽 최대의 국가 대항 노래 경연대회인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의 2024년 행사가 지난 12일에 마무리 되었다.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여러 가지 화제를 모았던 이번 대회는 마지막 날에 이르러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되었다.
대회 최초로 커밍아웃 한 논 바이너리(여성/남성으로 구분된 이분법적인 성별정체성에서 벗어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 가수가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주인공은 스위스를 대표해 대회에 참가한 가수 니모(Nemo)이다. 특히나 니모가 부른 노래 '더 코드(The Code)'는 니모가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이를 수용하기까지의 과정을 다루었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니모는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의 무대에 논 바이너리를 상징하는 자긍심의 깃발을 들고 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이후 기자회견장에서 니모는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가 열리던 공연장에 논 바이너리 깃발을 들이기 위해 이를 몰래 숨길 수밖에 없었다고 폭로했다. 니모의 팬들이 논 바이너리 깃발을 들고 공연장에 입장하려고 하자 진행요원들이 그 깃발을 버리고 들어올 것을 명령했다는 제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니모는 만약 자신이 깃발을 숨겨 들어가지 않았다면 똑같은 일을 당했을 것이라 말했다. 그리고 유럽방송연합의 조치는 믿을 수 없으며 이중 잣대라고 평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발언도 했다.
"유로비전이 내 논 바이너리 깃발을 빼앗을 것이었기에 나는 몰래 숨겨서 들고 와야만 했다. 하지만 어쨌든 나는 해냈다. 다른 누군가도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
부당한 지침 앞에서, 성소수자 가수가 보여준 행보
자신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깃발을 빼앗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니모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을 것이다. 부당한 규칙에 일단 순응하고 후에 이를 비판하거나 아니면 침묵하거나. 유럽방송연합이 거의 모든 유럽 방송사들의 연합 단위라는 점에서 추후에 있을지 모를 불이익을 생각한다면 아무 말 없이 지나갔다고 해도 그 선택을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니모는 그러지 않았다. 그리고 주어진 선택지에서 더 나아가 부당한 규칙은 지켜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으며 다른 사람들 또한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는 발언을 남겼다. 즉 직접 저항을 실천하고 사람들에게 거기에 함께할 것을 요청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