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위치한 삼성 오스틴 반도체 공장.
연합뉴스
삼성전자만 보조금을 받는 건 아닙니다. 미국 상무부는 이미 미국 인텔에 최대 85억 달러, 대만 TSMC에 최대 66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삼성전자와 달리 인텔과 TSMC는 각각 보조금 외에 110억 달러와 50억 달러를 추가로 대출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대출금을 더하면 인텔은 삼성전자보다 약 3배의 자금을 조달하게 되는 겁니다.
인텔은 ASML의 최신형 노광장비인 하이 NA EUV 장비를 세계 최초로 설치한 오리건주의 반도체 팹을 비롯해 18A 공정을 사용하는 최신 파운드리 팹의 신규 건설 및 기존 팹의 개조에 보조금을 사용한다고 발표했습니다.
TSMC는 애초 애리조나주에 두 개의 팹을 건설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발표를 통해 향후 10년 안에 세 번째 팹까지 건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첫 번째 팹은 4나노 팹, 두 번째 팹은 2나노 팹이 될 것이며 세 번째 팹은 그보다 훨씬 미세 공정이 가능한 최첨단 팹이 될 거라고 했습니다.
세 회사 모두 각각 약 4000만 달러 이상의 금액을 건설과 반도체 인력 양성에 쓰겠다고 밝힌 것도 특이한 점입니다. 보조금을 받으면 미국에 최첨단 반도체 생산시설을 짓는 것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의 인력 양성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겁니다.
보조금 받는 회사들의 특징
보조금을 받기 위해 600건 이상의 투자의향서가 접수되었다는데 지금까지 미국 상무부가 공식 발표한 반도체 보조금 수혜 대상 회사는 모두 6개입니다. 그 중 인텔, 글로벌 파운드리, 마이크로칩은 미국 회사이고, TSMC는 대만, BAE시스템즈는 영국 회사입니다. 미국 회사 셋과 외국 회사 셋인데 눈에 띄는 특징이 있습니다.
인텔은 세계 최고의 중앙처리장치(CPU) 제조회사일 뿐 아니라 최첨단 파운드리 사업에도 진출한 상태입니다. TSMC, 삼성전자, 글로벌 파운드리는 세계 1, 2, 3위의 파운드리 회사입니다. 마이크로칩은 자동차와 비행기 등에 많이 쓰이는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을 만들고, BAE시스템즈는 미국의 F-35 전투기 등에 사용되는 군사용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보조금을 받게 된 회사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의 파운드리 업체 아니면 군사용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여기에 메모리 반도체 회사는 아직 없습니다.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회사이자 세계 3위인 마이크론은 아직 보조금 지급 대상이 아닙니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2위인 SK하이닉스 역시 아직 보조금을 확정 짓지 못했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우도 메모리 반도체 팹이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팹에 보조금을 받은 겁니다.
반도체 생산 시설에 대한 직접 보조금 390억 달러 가운데 지금까지 6개 회사에 약속된 금액은 약 230억 달러, 남은 160억 달러를 가지고 나머지 반도체 회사들이 나눠 가져야 하는 상황이기에 메모리 반도체 회사들이 보조금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삼성전자 수준의 큰 금액은 아닐 것으로 추정됩니다.
보조금을 받는 회사들을 보면 미국 상무부가 미국 반도체법을 통해 이루려는 목표가 명확하게 보입니다. AMD, 애플, 엔비디아, 퀄컴 같은 미국 기업이 설계한 최첨단 반도체를 미국 내 삼성전자, 인텔, TSMC 팹을 통해 최종 생산하겠다는 겁니다. 거기에 더해 방위산업에 필수적인 시설을 챙기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범용제품인 메모리 반도체는 지금처럼 한국과 동남아에서 생산하더라도 수급에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모습입니다.
미국이 반도체 팹에 보조금을 줄 수밖에 없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