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경제콘서트 보도 장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웨이퍼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KBS 보도화면
지난 7월 8일, KBS2TV <경제콘서트>는 "삼성·SK 반도체 전쟁, '유리 기판'서도 계속"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방영했습니다. 첫 대목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자, 이 사진 기억하십니까. 미국 반도체 '부흥'을 외치며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기판을 들고 흔들던 모습. 이게 벌써 3년 전인데요. 반도체 혁명은 참 끝이 없습니다. 이 기판도 기술 혁명이 코 앞에 와 있다고 합니다. 반도체 기판은 그림으로 치면 스케치북 같은 겁니다. 얇고 평평한 기판 위에 반도체 회로를 그려 넣으면, 작업 시작! 그런데, 이 기판은 뭐로 만들까요. 지금은 실리콘이 대세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들고 있던 건 반도체 칩 제조의 기본 소재가 되는 웨이퍼이며, 실리콘으로 만든 게 맞습니다. 문제는 진행자의 다음 발언입니다.
"실리콘보다 몇 수 위가 바로 '유리'입니다. 지금 보시는 게 시범 생산 중인 '유리 기판'입니다. 실제 훨씬 투명한 모습이죠? 표면이 매끄러워서 더 미세한 회로를 그릴 수 있고, 무엇보다 전기를 덜 쓰면서 속도는 빠릅니다."
반도체 칩을 만드는 실리콘 웨이퍼 이야기를 하다가 실리콘 보다 더 발전된 소재가 유리라며 느닷없이 '유리기판' 이야기로 건너뛰는 바람에 깜짝 놀랐습니다.
현재 주목 받고 있는 '유리기판'은 기존의 실리콘 소재를 대신해서 반도체 칩을 만드는 데 쓰는 게 아닙니다. 실리콘 웨이퍼로 만든 칩을 그 위에 올려서 다른 칩과 신호를 주고받기 위해 만든 판을 유리로 만든다는 이야기인 거죠.
웨이퍼의 소재는 지금도 실리콘이 대세이며, 실리콘카바이드 같은 혼합물 반도체 소재가 전력반도체 등 특수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중입니다.
반면에 반도체 칩 조립을 위한 기판은 에폭시 수지 등 유기화합물 기판을 많이 쓰고, 고성능 칩을 만들 때는 실리콘을 쓰기도 하는데, 이걸 유리로 대체하려고 많은 투자가 이어지는 중입니다.
결론적으로 KBS는 반도체 칩을 만드는 실리콘 웨이퍼와 그 칩 조립에 사용되는 기판 조차 구분하지 않고, 반도체 소재의 미래에 관해 이야기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