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삼성전자는 다릅니다. 지난 8월 <로이터통신>은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제재가 있기 전에 HBM을 확보하기 위해 삼성전자로부터 대규모 매집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삼성전자의 HBM 매출에서 중국이 약 3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 기사와 관련해서 <조선비즈>는 업계 관계자의 말을 따서 "현실성 없다"는
기사를 냈지만, <매일경제>는 한국과 중국의 무역통계 수치를 근거로 중국의 삼성 칩 사재기 열풍이 정부 통계에서도 포착됐다는
기사를 냈습니다. 30%라는 숫자는 차치하더라도 HBM에 대한 대중국 수출 규제가 이뤄지면 삼성전자가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것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대중국 HBM 규제를 예상하고 미리 매집하고 있다는 겁니다. 로이터통신 역시 HBM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9월 중에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점점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앨런 에스테베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은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경제안보 콘퍼런스'에서 "HBM을 생산하는 한국이 이를 중국이 아닌 미국과 미국의 동맹에 공급해야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HBM 시장은 2022년 27억 달러에서 2029년 377억 달러로 연평균 46%의 고성장이 예상되는 우리 기업들의 주요 먹거리입니다. 특히 전체 D램 비트(bit) 용량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5% 수준이지만, 매출액 기준으로 보면 21%에 달할 만큼 비싸게 팔리는 제품입니다. 게다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이 HBM 시장에서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서 독점적이고 우월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HBM을 미국과 미국의 동맹에만 제한적으로 판매할 것을 강제한다면 우리 기업의 미래를 빼앗아 가는 것이며, 우리 수출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미국이 중국의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막겠다는 이유로 추진하고 있는 GAA와 HBM에 대한 규제는 정확히 한국의 반도체 기업, 그중에서도 삼성전자를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연일 삼성전자를 매도하고, 삼성전자 주가가 연일 연저점을 기록하는 데는 이런 사정이 있는 게 아닐까요? 주식 시장에는 10만 전자를 외치던 목소리는 사라지고 이대로 손 놓고 있다가는 6만 전자도 깨질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 관계자는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에서 확정한 것이 없어서 우리가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공식적으로 미국이 요청하면 그때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참으로 한가하고 안이한 현실 인식입니다.
블룸버그의 GAA 관련 규제 첫 기사가 나온 게 6월이고, HBM 규제 관련 기사가 나온 게 8월입니다. 중국 기업들은 이 소식을 미리 인지하고 진작부터 HBM을 매집했습니다. 우리 기업들은 미국의 규제가 현실이 될까 속이 타는데 우리 정부만 미국이 뭔가를 확정할 때까지 두 손 놓고 기다리겠다는 겁니다. 규제책 나오면 늦습니다. 미국 상무부 고위 관리의 발언이 실제 미국 정부의 반도체 규제책으로 확정돼 발표되기 전에 어떻게든 막아야 합니다. 우리 반도체 산업에 대한 애정이 넘치던 대통령님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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