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당시 경기도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사업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환경부 공무원, 경기소방재난본부 등으로 구성된 합동 감식반이 현장감식을 벌이고 있다. 이 사업장에서는 불산 가스가 누출돼 1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하는 등 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반도체 팹에서 웨이퍼를 가공하기 위해 사용하는 가스는 수십 종에 이릅니다. 독성가스와 부식성 가스도 손으로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모든 반도체 팹에서는 사용하는 가스 별로 <물질 안전 보건 자료 : MSDS>를 비치해 두고 가스를 취급하는 작업자들에게 위험성을 고지하게 되어 있습니다.
가스 사용과 보관 등을 위한 법이 정해져 있고, 기업들도 안전을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사람이 하는 일이라 가스와 관련된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를 몇 개만 보겠습니다.
2013년 1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불산 관 교체 작업 중 불산이 누출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불산 가스에 노출된 작업자 5명이 어지러움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한 명이 숨지고, 네 명이 치료를 받았습니다. 당시 삼성전자는 관계기관에 제때 신고도 하지 않았고, 피해자들은 작업 당시 안전 장구도 착용하지 않았던 상태라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그로부터 5년 뒤인 2018년,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사업장에서 이산화탄소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작업자 두 명이 사망하고, 한 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해서는 사고가 발생한 지 5년 만인 올해 2월에 사고에 책임이 있는 삼성전자와 하청업체 직원 아홉 명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가스 사고는 삼성전자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2015년 SK하이닉스 공장 신축 현장에서 밀폐된 배기 시설을 점검하던 협력업체 직원 세 명이 질소 가스에 질식해 숨진 일이 있었습니다. 산소결핍이 우려되는 작업 공간이었지만 산소농도 측정과 같은 예방 조처는 없었습니다.
6년이 지난 2021년, SK하이닉스 이천 공장에서 불산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세 명이 병원으로 실려 가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해 11월에는 SK하이닉스 청주 공장에서 화학물질인 테오스(TEOS)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에서도 이런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하는 상황이니 다른 중소 반도체 회사나 소재·부품·장비 업체에서의 사고는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테지요.
유독성 가스를 많이 사용하는 반도체 팹의 경우 안전을 위해 안전 장구를 갖추는 것부터 가스 보관과 취급 과정에서 세세한 것까지 규정을 정하고 교육할 필요가 있습니다. 누가 뭐래도 안전이 제일 중요하니까요.
현장 안전을 높이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