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1] 보고서 내용 중 종류별 반도체 생산능력 예상 도표. 한국의 경우 전체 생산능력은 늘어나고, 10나노 이하의 로직 반도체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
제목이 정반대로 나왔지만, 역대 최고치의 생산 점유율과 점유율 급락은 모두 보고서에 있는 내용입니다. 같은 보고서에서 각 매체가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만 키운 겁니다. '표 1'에서 Y축은 반도체별 종류를 나타내고 X축은 지역별 점유율을 나타냅니다. 반도체 별로 2022년의 점유율과 2032년의 예상 점유율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맨 아래에 있는 전체 점유율(Total)을 제목으로 올린 겁니다. 한국은 2022년에 17%의 점유율을 기록했는데, 2032년에는 19%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이 24%에서 21%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1위이며, 한국이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 차이는 7%에서 2%로 아주 가까워집니다. 좀 더 잘하면 1등을 할 수도 있어 보입니다. 그다음이 대만(17%), 일본(15%), 미국 (14%) 순입니다.
<조선일보>는 여기에서 10나노 이하의 로직 반도체만 가져와서 기사를 썼습니다. 이 경우 한국은 2022년 31%에서 2032년 9%로 점유율이 22%포인트 급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만 역시 69%에서 47%로 22%포인트가 준다고 되어 있습니다.
반면에 지금은 전혀 생산을 못하고 있는 미국이 28%, 유럽연합(EU)이 6%, 일본이 5%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조선일보>는 이 내용을 두고 사설까지 동원해서 첨단 반도체의 국내 생산 비율이 급감하면 "국가적 재앙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와 <조선일보>의 분석이 다른 상황에서 대통령님은 이 표에서 어떤 걸 봐야 할까요? 보고서에 있는 그대로를 보면 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잘 하고 있는 메모리 분야에서는 D램의 경우 57%, 낸드플래시의 경우 42%로 한국의 점유율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좋은 일이죠. 10나노에서 22나노급의 로직 반도체와 22나노 이상의 로직 반도체의 점유율 역시 조금 늘거나 지금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로 큰 폭의 점유율 감소가 예상되는 건 10나노 이하의 로직 반도체뿐입니다. 아날로그 반도체와 센서가 포함된 DAO의 경우 2%포인트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사실 반도체 공정 미세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중에 10나노 이하의 최신 팹을 한국과 대만에서만 독점 운영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10나노 이상의 반도체를 생산하는 수많은 반도체 회사가 언제까지나 그 수준에서 안주할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반도체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 각국의 보조금 지급으로 인해 더 빨라진 것일 뿐, <조선일보>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주 52시간 근무제, 중대재해처벌법 같은 온갖 "규제"로 우리 반도체 기업들을 얽어매서 그런 게 아니란 이야깁니다.
참고로 우리 기업들이 주로 생산하는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커패시터를 이용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제품 특성상 아직 10나노 이상의 기술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용 반도체나 통신용 반도체 등 일부 로직 반도체가 10나노 이하 최신 공정으로 생산하고 있지만, 전력반도체나 자동차용 반도체 등 제품에 따라 10나노 이상의 공정에서 안정성을 더 중요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최첨단 반도체만 중요한 게 아니고, 반도체 종류에 따라 공정 미세화 정도가 다르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