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포르투에 있는 렐루 서점(깃발이 걸려 있는 건물)을 마지막 목적지로 육로로 여행하는 것이 버킷리스트였다.
조경국
40대 궁극의 버킷리스트, 포르투 '렐루서점'까지 육로 여행
일본 책방 여행을 다녀오곤 40대에 이루고 싶은 궁극의 버킷리스트였던 포르투갈 포르투에 있는 렐루서점까지 다시 여행계획을 세웠다. 전국일주를 떠나기 1년 전 중국 칭다오에서 렐루서점까지 책방 여행을 떠났지만 7개월 만에 싱가포르에서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나의 꿈은 렐루서점까지 육로로 여행하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준비기간이 길 수밖에 없었다. 3년 동안 N잡러로 일하며 여행 경비를 모았다. 2019년 5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작해 유라시아를 횡단해 포르투갈 렐루서점까지 갔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4개월 동안 왕복 거리 3만 8000킬로미터를 달리며 서점을 찾아다녔다.
쉬어가는 도시마다 훌륭하고 멋진 서점이 있었다. 렐루서점뿐만 아니라 영화 속 배경이었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너무나 세련된 서점이었던 멘도, 톨스토이의 삽화가 들어간 <전쟁과 평화> 1912년 초판본을 발견했던 북박스... 하지만 어느 곳이나 빛과 그늘이 존재했다. 파리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를 찾은 날 남긴 일기(2019년 7월 8일)다.
'셰익스피어'도 렐루서점과 마찬가지로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기대했던 것만큼 멋진 곳이었고 찬찬히 둘러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셰익스피어' 근처 센 강변엔 헌책을 파는 노점들이 있지만 책을 고르는 손님들보다 기념품을 구경하는 손님들이 더 많았다. 책만 파는 가게보다 기념품을 함께 취급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페르 라쉐즈 묘지로 가기 위해 강변을 걸으며 헌책 파는 노점을 여러 곳 유심히 보았지만 책을 사 가는 사람들을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사람들은 책이 아닌 '공간을 소비'하기 위해 서점을 찾는 것일 수도. '셰익스피어'와 센 강의 헌책 노점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랜 꿈이었던 렐루서점을 다녀왔지만 여전히 오토바이를 타고 서점을 찾아 떠난다. 얼마 전엔 통영 고양이서점에 들러 엘리너 파전의 <작은 책방>을 구입했다. 제목만 보곤 책방 이야기인 줄 알고 골랐는데 그게 아니었다. 다음 달 여행 계획은 이미 잡혀 있다. 오토바이를 타고 군산에 가서 '군산북페어 2024'를 보고 서점들도 둘러볼 계획이다. 9월엔 아주 멀리 꽤 오래 떠날 계획을 세웠다.
아마 책방지기로 일하는 동안엔 오토바이를 타고 책방을 계속 찾아다니지 않을까 싶다. 다른 책방에 갈 때마다 계속 버틸 에너지를 얻고 있으니 멈출 수가 없다. 나중에 가볼 걸 후회하는 것보다 "가고 싶을 때 가는" 본능에 충실한 것이 더 현명하다는 걸 지난 여행들로 깨달았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떠날 수 있을 때 떠나시길, 그리고 어딘가 멈춘 곳에서 책방을 발견하면 문을 열고 들어가 책 한 권 사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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