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끼리 마음 편하게 맥주 한 잔을 마시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류승연
가족휴식 지원사업
내 돈으로 가는 여행도 좋지만 지자체마다 발달장애인 가족휴식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니 신청하길 권한다. 지자체는 사업 예산을 편성하고 장애인복지관과 같은 개별 기관이 사업 운영을 맡아 진행하는 방식이다. 복지관별로 사업 내용과 지원금 내역이 약간씩 차이가 있어 잘 알아봐야 한다.
나는 아들이 6학년일 때 집 근처 복지관 가족휴식지원사업에 당첨됐는데 먼저 여행비를 쓰고 영수증을 제출하면 추후 입금을 받는 형식이었다. 그때 4인 가족이었던 우리는 96만 원 정도를 지원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렇게 현금을 지원하는 방식도 있고, 아예 버스를 대절해 단체여행을 떠나는 방식도 있고, 테마별 여행을 모집하는 방식도 있다.
굳이 가족휴식지원사업이 아니더라도 장애인복지관 등에선 자체 사업으로 가족여행을 실시하는 경우가 있기에 복지관 소식도 꾸준히 확인하면 좋다. 또 장애 관련 많은 재단에서 다양한 형태의 여행사업을 추진할 때가 많아 이 또한 수시로 홈페이지를 찾아보면 좋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대한작업치료사협회,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등 세 기관이 협력해 진행하는 'Stay Strong Together'(함께 견뎌내자) 캠프도 있다.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이 제공한 숙소에서 발달장애인 가족이 모여 캠프를 하는 것인데 발달장애인 자녀에겐 1:1로 작업치료사가 따라붙는다.
작업치료사는 작업치료실이 아닌 캠프장 곳곳의 대자연을 현장으로 삼아 당사자와 함께 여러 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비장애 형제자매를 위한 프로그램도 따로 운영된다.
놀러 와서 자녀를 '안심할 수 있는 대상'에게 맡긴 부모들은 처음엔 둘만 남은 상황이 어색하기 짝이 없다. 계속해서 눈을 뗄 수 없는 '할 일'이 있어야만 했던 게 가족여행이었는데 자연 한 가운데서 부부만 덜컥 남으니 이게 꿈인가 싶은 것이다.
몇 년 전 SST 캠프에서 남편과 둘만 남은 게 어색해 숙소 밖으로 나오니 다른 방 부모들도 전부 숙소 밖으로 나와 있는 게 보였다. 그때 저마다 했던 말이 대체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온 거냐, 다른 가정들은 부부 둘만 여행 다니는 게 일상일 텐데 우리는 부부 사이에 항상 자녀가 함께 있다보니 이 상황이 이상하기만 하다며 웃었던 게 기억난다.
이제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하지만 발달장애인 가족에게 여름휴가란 마음 먹었다고 훌쩍 떠날 수 있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분명 여행을 즐기고 휴가를 즐길 방법은 있다.
부모가 고립된 채 생활하면 발달장애인 자식도 고립된 삶을 살 수밖에 없다.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야 하는 이유다. 세상 속에서 살아야 하는 이유다. 혼자서 용기가 안 나면 함께 나가면 된다.
여행은 즐겁고 행복한 것이다. 나도 전국을 여행해 보고 나서야 그 즐거움을 알게 됐다. 모든 발달장애인 가정이 여행의 즐거움을 당연하게 아는 삶을 살길 바란다. 그리하여 우리 자녀들도 '여행의 즐거움을 아는 성인'으로 성장하게 되길 바란다.
류승연 작가 scaletque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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