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의 해체 수리를 거쳐 되살아난 미륵사지석탑. 새롭게 태어난 지 겨우 5년이 지났다.
윤찬영
선생님, 보고 또 보아도 물리지 않는다던 그 답사의 명소가 지난 30년 사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선생님께서 글을 쓰신 5년 뒤인 1999년 4월, 문화재위원회는 미륵사지석탑을 해체·수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구조 안전 진단을 해보니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들이부었던 콘크리트가 부식되었고, 또 석재의 균열도 심해져 탑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어려운 작업은 탑에 두텁게 덧씌워진 콘크리트를 제거하는 일이었습니다. 100년 가까이 탑과 붙어있던 콘크리트를 탑에 흠집을 내지 않으면서 떼어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까요. 치과용 드릴을 가져다가 3년을 매달린 끝에 흉물스럽던 콘크리트를 모조리 없앨 수 있었습니다.
1층 심초석을 덮고 있던 돌을 들어 올린 건 복원을 결정한 지 10년이 지나서였습니다. 2009년 1월, 심초석의 십(十)자형 공간에서 사리장엄구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무려 1400년 만에 말이죠.
선생님께서 2011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3> 개정판을 내면서 "서(西)탑 해체 중 발견된 사리장엄구는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았다'는 백제의 미학을 여실히 보여주는 삼국시대 금속공예의 최고 명작 중 하나다"라고 덧붙이실 만큼 의미 있는 발견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