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8.08 07:02최종 업데이트 24.08.08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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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5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정·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과 J.D.밴스 연방 상원의원(오하이오주)이 악수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총상을 입은 오른쪽 귀에 붕대를 착용한 채 등장했다. ⓒ 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선거가 격랑에 휩쓸리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격 후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급부상은 곧 트럼프와 해리스 진영 간 네거티브 공방으로 이어졌고, 언론에서는 이제 트럼프 대세론이 꺾인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양 진영이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는 거다.

민주당 대선 후보 해리스를 향한 인종적 정치적 공격에 대항해 공화당 대선 후보 트럼프가 '이상하다'는 밈과 트럼프 러닝메이트 J. D. 밴스의 캣맘 논란까지, 얼마 전까지 민주당이 수세에 몰린 것처럼 연일 떠들던 언론은 이제 트럼프 진영이 궁지에 몰렸다는 듯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바이든의 6월 말 TV 토론 실패와 필라델피아에서 벌어진 트럼프 피격 후에도,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에 대한 지지세가 급격하게 하락하진 않았다. 해리스와 트럼프가 오차범위 내에서 격돌하고 있다는 여론조사는 여럿 눈에 띄었지만, 언론의 해석처럼 판세가 뒤집힌 증거가 나타나진 않았다.

해리스가 우세한 여론조사 결과 등장

그런데 지난 주말(2~4일) 등록된 유권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해리스가 오차범위를 넘는 격차를 보이면서 우세해진 결과가 등장했다. 모닝컨설트 조사에서 해리스가 바이든을 4%포인트 격차로 앞선 결과가 나온 것이다. 모닝컨설트 조사는 표본 수가 많기로 유명하다. 이번 조사는 1만 1265명을 추출했고 표본오차를 ±1%포인트라고 밝혔으니 오차범위를 넘는 격차로 해리스가 우세한 결과를 보여준 것이다.
 

미국 대선 주요 후보 평균 지지도 여론조사의 평균치를 산출해 발표하는 파이브서티에잇에서는 해리스가 극히 미세하게 앞서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 파이브서티에잇

 
파이브서티에잇에서 여론조사를 종합해 산출한 평균값에서도 해리스는 트럼프보다 1.9%포인트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러한 추세는 극히 미세하게나마 조금씩 더 벌어지고 있는 듯 보인다. 여론조사에서는 이제 해리스가 트럼프를 앞서게 된 것인지 한두 주 더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변화의 조짐은 확인했다.

모닝컨설트 조사에서 더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양강 후보의 호감도다. 호감(favorable) 응답은 해리스 48%, 트럼프 46%로 큰 차이가 없다. 그렇지만 비호감(unfavorable) 응답의 경우 해리스는 47%로 호감과 대등했으나 트럼프는 52%로 호감 대비 6%포인트 더 많았다. 트럼프에 대한 비호감도가 오차범위를 넘어 호감보다 많게 나타난 것이다.

이런 상황은 바이든이 민주당 후보로 거의 정해지던 시기와는 다른 결과다. 6월 27일 TV 토론 이후 바이든은 호감도에서 트럼프에게 밀렸는데, 이제 트럼프가 비호감 정서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비호감도가 이렇게 높아서는 트럼프식 네거티브 메시지가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이다.

선거인단 확보 예상치는 여전히 트럼프 우세

미국은 주별로 배정된 선거인단을 얼마나 얻느냐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간접선거이기 때문에 전국 여론조사 결과로 승패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주별로 어느 후보가 더 우세한지를 봐야 하고 그래서 선거인단 확보 예상치를 확인해야 한다.

2016년 미 대선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이 줄곧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보다 우세했고 선거 결과 282만 표를 더 얻었으나 선거인단 확보에 뒤져 패배했다. 당시 클린턴은 232명을 확보했지만 트럼프는 306명을 얻어 승리를 거머쥐었다.

투세븐티투윈에서 각 주의 선거인단을 어느 후보가 확보할 것인지 예상해 종합한 지도를 보면 아직 트럼프가 우세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미국 대선 주요 후보 선거인단 확보 예상치 투세븐티투윈에서 종합한 선거인단 확보 예상치에서는 여전히 트럼프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 투세븐티투윈

 
투세븐티투윈은 트럼프가 251명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 수치는 바이든과 경쟁할 때도 같았다. 바이든의 대선 후보 사퇴 선언 후 해리스가 등장하고서도 이 수치는 변함없이 유지된다. 지금까지는 여론조사에서 해리스의 우세가 분명하지 않아 예상치를 변경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2016년 대선에는 트럼프가 우세했지만,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으로 기울었던 경합주(스윙 스테이트)는 애리조나, 조지아,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등 다섯 곳이었다. 이 가운데 선거인단 수가 가장 많은 곳은 2024년 기준 19명의 선거인단이 배정된 펜실베이니아다. 투세븐티투윈에서는 펜실베이니아를 여전히 격전지로 분류하고 있지만, 트럼프 피격 사건 후 펜실베이니아가 트럼프로 기울지 않을까 하는 예측도 있었다.

투세븐티투윈은 2016-2020년 두 번의 대선에서 지지하는 진영을 바꾼 경합주 중 조지아만 공화당으로 기울었다고 보고 있고, 나머지 4개 주와 네바다까지 격전지로 분류하고 있다. 격전지로 분류된 주의 선거인단을 모두 합치면 61명이나 된다.

격전지의 선거인단을 두 후보가 나눠 갖는다면 어떻게 될까? 펜실베이니아 선거인단 19명이 트럼프로 기운다면, 나머지 미시간(15명), 위스콘신(10명), 애리조나(11명), 네바다(6명)까지 모두 선거인단을 해리스가 얻는다고 해도 트럼프의 당선이 점쳐진다. 트럼프는 270명, 해리스는 268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밴스는 트럼프의 힘일까 짐일까

2020년 미 대선에서 민주당의 바이든이 승리한 이유로 러스트벨트(미국 중서부와 북동부의 쇠락한 공업지대)의 민심 변화를 꼽는다. 위에서 언급한 5개 경합주 중 3개가 러스트벨트에 포함된다.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이다. 따라서 러스트벨트가 중요하다는 분석은 틀리지 않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트럼프가 러스트벨트에 속해 있는 오하이오의 상원의원 밴스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것은 의미 있다는 평가다. 더군다나 밴스는 <힐빌리의 노래>를 써서 유명해진 젊은 정치인이니 누구보다 러스트벨트 민심을 잡을 적임자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러스트벨트 가운데 최근 두 번의 대선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공화당을 지지해 온 오하이오 출신이라는 점에서 표의 확장력은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경합주 혹은 격전지에 집중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한다.

힐빌리(러스트벨트에 사는 백인 저소득층)들은 이미 공화당의 '잡은 고기'일 수 있는데, 힐빌리에만 호소해서는 러스트벨트에서도 대도시 중심으로 인구가 집중돼 있는 일부 격전지의 승리에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더군다나 최근 밴스는 설화로 물의를 일으켰다.

해리스의 프레임 설정 과연 효과가 있을까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오른쪽)과 해리스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6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대선 유세 행사장에 참석해 나란히 박수를 치고 있다. ⓒ 연합뉴스

 
실제 경제 지표와 달리 경기를 바라보는 비관론이 우세한 현상을 '바이브세션'(vibecession)이라는 신조어로 표현한다. 분위기를 나타내는 '바이브'와 경기침체를 뜻하는 '리세션'의 합성어다. 미국 행정부는 바이브세션으로 인해 발생하는 평가를 걱정할 때가 아닌 것 같다. 경제 문제에 있어서는 바이든과 함께 해리스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수 있을 듯하다.

이런 이유에선지 해리스는 트럼프를 범죄자로 자신은 검사로 대립시키는 프레임을 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에 대한 비호감도가 호감도 대비 우세한 데다 경제 실정에 대한 책임론을 회피하기 위한 좋은 프레임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그런 프레임보다는 다른 전략을 택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유죄 확률이 가장 높았다고 평가됐던 트럼프의 국가기밀 유출 혐의에 대해 플로리다 남부법원이 기각한 것을 고려한다면, '검사-범죄자' 프레임이 얼마나 힘을 얻을 것인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해리스의 장점 가운데 현재 바람을 타고 있는 지점은 상대적으로 젊다는 것과 소외 계층에 대한 접근력 등이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다.

미국 대선, 아직 승자를 점치긴 이르다.
덧붙이는 글 도움 주신 분 : 유웅조 박사, 정병주 교수, 강영주 재미교포 사업가 외 재미교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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