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8.10 18:16최종 업데이트 24.08.1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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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6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대선 유세에 참석해 지지자들을 향해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해리스-월즈. 미국 대선에 출마할 민주당 대통령-부통령 후보가 확정되었다. 카멀라 해리스는 7월 말 온라인으로 일주일간 진행된 투표에서 당원 대표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받아 지난 2일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었다. 러닝메이트로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선택한 해리스는 6일 필라델피아 집회에서 대선 승리를 다짐하며 그를 '미국의 다음 부통령'으로 소개했다.

단기간에 순조롭게 이루어진 후보 교체 과정이었다. 지난 7월 21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 포기 선언 이후, 대선 출마 가능 후보 리스트, 약식 경선, 후보 교체에 대한 법적 문제, 선거 자금 사용 권한, 교체 과정에서 불거질 민주당 내부 분열 등 여러 관측이 나돌았다. 하지만 바이든이 해리스를 지지한 후,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이 빠르게 동참했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지지 선언이 나오면서 갈등을 모두 봉합했다.

해리스-월즈의 등장은 바이든의 한계와 직결되어 있다. 바이든은 재선 포기 이유로 미국에 "새로운 목소리, 신선한 목소리, 보다 젊은 목소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해리스-월즈는 두 단어로 젊고 신선한 느낌을 보여주며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한 모양새다. 해리스는 지지자들에게 '브랫'(brat)이라고 불리며 사랑을 받고 있고 월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이상하다'(weird)고 말해 화제가 되었다.

관건은 새로움인데 이는 트럼프는 물론 바이든과의 정책적 차별성을 뜻한다.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이번 대선은 트럼프 선거, 트럼프 대 반트럼프 구도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젊은 목소리

해리스는 불과 2주 만에 트럼프를 백중세로 따라잡았다. 7월 말 CNN과 NPR/PBS 여론조사에서는 각각 49% 대 46%, 46% 대 45%로 여전히 트럼프에 뒤처져 있지만 유고브나 <월스트리트저널> 조사에서는 46% 대 44%, 49% 대 47%로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줄곧 열세였던 바이든과 비교해 볼 때, 트럼프의 피격 사건과 이어진 공화당 전당대회를 고려하면 놀라운 결과다.

해리스 지지율 상승에는 젊은 세대의 대중문화도 한몫했다. 바이든이 사퇴 의사를 밝힌 다음 날, 영국 가수 '찰리 XCX'가 엑스(옛 트위터)에 "kamala IS brat"(카멀라는 브랫)이라는 글을 올려 우회적으로 지지를 표명했다. 사전적 의미로 '악동'을 의미하는 '브랫'은 그의 앨범 제목으로 그는 "약간 부산스럽고 파티를 좋아하고 때로는 엉뚱한 소리를 말"하는 아주 "솔직하고 둔하면서도 변덕스러운" 사람을 뜻한다고 밝힌 바 있다.

팝가수가 주도한 정치와 대중문화의 결합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순식간에 퍼졌다. 대표적인 것이 해리스의 웃음소리와 코코넛이다. 모든 것에는 사회적 맥락이 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자신의 어머니가 했던 "너희들이 코코넛 나무에서 갑자기 떨어진 줄 아니?"라는 말을 인용하며 보인 해리스의 독특한 웃음은 여러 형태의 '밈'으로 재탄생했다.

정치인으로서 약점이 될 수 있는 개성 강한 웃음, 뜬금없는 말, 서툰 몸짓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 솔직함으로 재해석되며 호감도를 높인 셈이다. 난데없는 문화 정치적 현상에 미국 언론은 분석하느라 분주했고 해리스 선거 캠프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엑스(옛 트위터) 배경을 'kamala IS brat'과 같은 밝은 녹색으로 바꾸고 글자 역시 같은 폰트로 꾸몄다.

신선한 목소리

대중적 인지도를 높인 해리스는 트럼프를 "이상하다"고 규정한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부통령으로 선택했다. 1964년 네브래스카에서 출생한 월즈는 1990년대 미네소타로 이주해 2006년 하원 의원이 될 때까지 주 방위군과 지리 교사, 고등학교 미식축구 코치로 활동했다. 2018년 주지사로 당선되었고 2022년 재선에 성공했다.

월즈의 등장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애초 유력한 부통령 후보는 아니었다. 인지도가 낮은 데다 중도보다는 진보주의자로 분류되고 미 대선 결과를 사실상 판가름내는 경합주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어렵기 때문이었다. 선거 전략상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경합주 중의 하나인 펜실베이니아의 조시 셔피로 주지사를 부통령 후보로 택할 거라는 예측이 강했다.

예상을 뒤집은 데에는 '이상하다'(weird)는 단어가 있다. 월즈는 한 모임에서 트럼프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덧붙여 "파시스트는 공포에 의존한다. 파시스트는 과거로 회귀하는 사람들에 의존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상한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인터넷에서 회자되었다. 그는 NBC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트럼프가 마구잡이로 내뱉는 말에 "민주주의를 실존적으로 위협하는" 존재라는 등 지나친 의미 부여를 한다며 트럼프는 그냥 이상할 뿐이라고 했다. 지난 6일 부통령 후보로 처음 선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집회에서도 공화당이 이상하다고 표현했다. 공화당의 트럼프-밴스가 발끈할 만큼 '이상하다'는 말이 대선 정국에서 키워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상하다'로 대표되는 월즈의 표현은 어떤 현상을 지적인 언어로 개념화하려는 미국 동부의 전통 엘리트와 차별점을 보인다. 어렸을 때부터 큰 꿈을 향해 필요한 단계를 밟아 세련됨을 습득하는 이들과 달리 그는 교사와 미식축구 코치로 수십 년을 보냈다. 이런 평범한 삶 덕분에 월즈는 평범한 언어로 사람들과 친근하게 대화하고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그의 미국 중서부 배경은 세계화 구호 앞에 동부와 서부에 밀렸던 미국 중서부 지역, 특히 농촌 지역의 지지가 중요해지는 흐름과 맞닿는다. 이는 공화당도 마찬가지로 트럼프의 러닝메이트 J. D. 밴스 역시 미국 중서부에 속하는 오하이오의 상원 의원이다.

둘을 가르는 것은 '진짜' 여부다. 월즈는 부통령 후보로 나선 필라델피아 유세에서 "미국 심장부에서 자란 다른 평범한 사람들처럼 밴스도 예일대에서 공부하고 실리콘 밸리 억만장자들의 투자를 받아 경력을 쌓은 후 그 커뮤니티를 비난하는 베스트 셀러를 썼다"고 말했다. 출신만 중서부일 뿐 엘리트 교육을 받고 부자들과 어울리며 자신의 배경을 등졌다는 비판이다. 그리고 그는 밴스와의 "토론을 참을 수 없을 만큼 고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오클레어에서 열린 유세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민주당 부통령 후보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의 지지자들이 팻말을 흔들고 있다. ⓒ 연합뉴스

 
동력을 충분히 끌어올린 해리스-월즈에게 남은 건 새로운 목소리, 즉 트럼프는 물론 바이든과도 차별화할 수 있는 정책상의 새로움이다. 이는 해리스의 최대 약점으로 부통령으로 재직하면서 정책적인 부분에서 의미 있는 행보를 보인 적이 없다.

새로운 후보로 등장한 해리스-월즈는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낼 것인가. 미국 민주당이 차기 대선 후보 지명을 위해 8월 19~22일 시카고에서 개최할 전당대회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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