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1월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 단상에 오른 임무영 변호사
김문수 TV 캡처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로 선임된 임무영 변호사의 룸살롱 접대 의혹을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임 변호사가 공동취재팀 인터뷰와 페이스북을 통해 관련 내용을 전면 부인했지만, 당시 스폰서를 했다는 정아무개씨는 공동취재팀과 인터뷰에서 접대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의혹이 커지고 있다. 임 변호사는 '인어공주'에 빗댄 장애인 비하 발언도 "차별적 표현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
2010년 '스폰서 검사' 의혹 60여 명 명단에 포함
임 변호사의 스폰서 의혹은 지난 2010년 MBC < PD수첩 >의 '스폰서 검사 사건' 편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이 사건은 당시 경남 진주와 부산 지역 검사 100여 명이 건설업자 정아무개씨로부터 성 상납과 금품을 받은 법조 비리 스캔들이었다.
스폰서 노릇을 한 정씨는 지난 2022년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이라는 책을 통해 자신에게 스폰을 받은 검사 60여 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이 책는 당시 부산지방검찰청 공안부장이던 임무영 검사도 등장하는데, 내용은 아래와 같이 요약된다.
"2차로 룸살롱에 간 것이다. 임무영 검사는 술 마시기 전에는 얌전했는데 룸살롱에 가니까 돌변했다, 아가씨를 무릎 위에 앉혀서 러브샷을 하고, 고추장이나 마요네즈를 가지고 장난을 쳤다."
언론장악공동취재팀은 지난 1일 방문진 이사 선임 이후 임 변호사에게 정아무개씨와 책 내용에 대해 질의했지만 " 그 사람(스폰서 정씨)을 본 적도 없다"고 했고, 룸살롱 접대에 대해서도 "다 거짓말이다", "그 사람을 본 적도 없고 그 사람하고 술 마신 적도 없고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이라고 부인했다.
그러자, 건설업자 정아무개씨는 지난 5일 부산에서 언론장악공동취재팀과 만나, 당시 상황을 털어놨다. 지난 2003년 부산지검이 대검찰청 감사팀을 접대하는 자리에 스폰서로 가서 목격한 장면이라고 했다. 정씨는 "임무영 검사도 여기(룸살롱) 왔었나"라는 취재팀 질문에 "예, 맞습니다"라고 했다. 정씨는 내부 도면과 좌석 위치까지 그려주면서 "(룸살롱에서) 임 검사하고 저하고 딱 마주하고 앉았다", "폭탄주 돌리면서 러브샷을 했다, 술집에 종사하는 그 아가씨와 검사들과 러브샷을 했다"고 밝혔다.
룸살롱 접대는 1회에 그치지 않았는데, 정씨는 당시 접대 자리에서 나눴던 이야기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정씨는 "그날 제가 대화 나눈 게 '부장님 혹시 서OO 부장 아십니까'(라고 물어봤다) 당연히 아는 줄 알면서 물어봤다"면서 "서울대 동기고 그러니까 그런 안부를 물은 기억도 난다, 그날도 역시 룸살롱에 갔다"고 했다.
정씨는 '스폰서 검사' 공익 제보 이후 10여 년간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임무영 변호사가 공영방송 이사로 임명됐다는 소식을 듣고 참을 수 없어 인터뷰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그때 참석했던 검사들이 다 있는데, 거짓말(스폰을 받은 적 없다는 임 변호사 해명)하고 저를 명예훼손 하는 것 아닌가, 없었던 사실이라고 매도하려는 것 아닌가"라면서 "제가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정말 고소하고 싶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지난 2010년 < PD수첩 > 방송으로 파장을 일으킨 '스폰서 검사 사건'은 검찰 진상규명위원회 등을 통해 조사가 이뤄졌으나, 명단에 오른 60여 명 검사 가운데 징계를 받은 사람은 10여 명에 불과했다. 임무영 변호사는 당시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참고인 진술만 했을 뿐, 징계나 경고 조치를 받은 일은 없다고 했다. 임 변호사는 "만약 경고를 받았으면 당연히 이의제기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폰서 검사 사건 말고도 임 변호사는 평소 장애인 혐오성 발언 등을 하면서 공영방송 이사로서 자질을 의심받고 있다. 그는 지난 7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경석(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 스타일로 지하철을 엎드려서 다니면서 적선을 요청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다리를 고무로 감싸고 있다. 진짜 불구인지 확인하기 어려운데, 그런 사람들을 전문용어로 '인어공주'라고 부른다"고 썼다.
이 글이 논란이 되자, 임 변호사는 지난 3일 페이스북에 "장애인 비하라고 몰아가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참 독해력 수준이 암담하기 그지없다" 며 "장애인은 박경석 하나 뿐이다. 그 외에 인어공주라고 표현된 사람은 구걸을 위해 가장한 가짜 장애인, 박경석은 멀쩡한 휠체어 놔두고 교통을 방해하기 위해 일부러 기어다니는 사람이므로 그가 기어다닌다고 표현한 것 역시 비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예원 변호사(장애인권법센터 대표)는 공동취재팀과 통화에서 "임 변호사가 쓴 글을 보면, 장애인을 좋은 장애인, 나쁜 장애인, 가짜 장애인 등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가 깔려 있고, 장애인의 겉모습을 보고 인어공주에 비유한 것은 분명 바람직하지 못하고, 공개적인 의견으로 표출했다는 점에서 경솔했다고 본다"면서 "그 부분이 논란이 되니 '장애인 비하'가 아니라고 하는데, 전체적인 글 내용을 놓고 봐도 적절하지 않은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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