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을 겪어도 쉽게 말할 수 없는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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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은 노동하는 직장인의 목적과도 같습니다. 우리는 한 달 동안 나의 황금 같은 시간의 처분을 사용자에게 맡긴 대가로 임금을 받아 생계를 꾸려 갑니다. 그런데 사용자가 임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당장 생계가 막막해지고 나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했다는 분노가 치밀 겁니다.
이처럼 임금 지급은 노동시장에서 가장 기초적인 약속입니다. 그런데 일터에서는 이런 기초적인 질서가 잘 안 지켜집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사용자는 한 달에 1회 이상 지급일을 정해 임금을 전액 지급해야 합니다. 은행 적금과 이자 납부, 월세와 가스요금, 학원비 등 한 달 단위로 경제활동이 이뤄지는 노동자들의 경제 상황을 고려한 것이겠지요. 한 달에 1회 이상이라고 했으니, 일당으로 지급하든, 주급으로 지급하든 상관없지만 최소 한 달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조경 일을 하는 60대의 강아무개씨는 건설 현장에서 속칭 '오야지'로 불리는 도급업자에게 채용되어 전국을 돌며 조경일을 합니다. 그런데 올해 3월부터 3개월간 충남 천안에 어느 공장에서 조경 일을 했는데 임금 500만 원을 아직 받지 못했습니다. '오야지'는 강씨에게 원청 회사가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노임을 못 주고 있다며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합니다. 고용노동지청에 신고해 볼까, 생각도 했지만 그나마 일을 시켜주는 '오야지' 눈 밖에 날까봐 머뭇거리다 보니 벌써 2개월이 지났습니다.
일용직은 건설 현장을 비롯해 제조업, 그리고 각종 용역업체에 단기간 고용되어 일합니다. 건설 현장에서는 속칭 '오야'라 불리는 인력 수급 업자가 일당제로 노동자를 모집해 하청받은 업무를 수행합니다. 공사를 발주한 원청 회사의 대금 지급 기간과 근로기준법상 임금 지급 기한이 일치하지 않는 겁니다. 따라서 원청의 대금 지급이 늦어지면 고용 관계상 사업주인 '오야'가 일용직 노동자들의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일이 수시로 발생합니다.
물론 이런 경우를 대비해 건설산업법과 근로기준법은 임금체불에 대하여 원청 회사의 연대책임을 지워 체불당한 노동자가 원청 회사를 상대로 임금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건설일용직들의 일감을 주는 원청 회사나 '오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일용노동자 처지에서 이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청소년이나 여성 비정규직 등 취약 노동 계층에 대한 수습 기간에,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해 임금을 체불하는 못된 관행도 있습니다. 한국노총 지역상담소가 상담한 사례에 따르면 개인 카페에서 수습 기간을 정해 2개월간 일한 어느 노동자의 시급은 5000원에 불과했습니다. 2024년 최저임금 시간급이 9860원이니, 4860원이나 미달했습니다.
현행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1년 이상의 근로계약을 한 경우 3개월 이내의 수습 근로기간을 정해 최저임금의 10%를 감액할 수 있습니다. 업무에 미숙한 신규 채용 노동자에 대해 일정 기간 업무 숙달에 따른 사용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취지입니다. 이는 편의점 등 단순 판매 직종이나 1년 미만의 단기간 근로자에게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편의점이나 음식점 등 일반 서비스 업종에서 1년 미만의 단기간 계약을 하고도 청소년이나 여성 비정규노동자에 대해 수습 기간에,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하는 관행이 여전합니다.
임금체불 항의하니, 세무사에게 물어보라는 사업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