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 노동자 일러스트 [홍소영 제작]
연합뉴스
뜨거웠던 지난여름, 경기도의 신도시 어느 아파트에서 경비 일을 하는 60대 노동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며 상담소를 방문했습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장(관리소장)이 재계약에 힘써준다는 명분으로 자신의 아내가 파는 죽부인을 구매하도록 강요했다고 합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고용된 관리소장은 용역업체 경비 노동자보다 상대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아파트의 경비 업무에 대해 업무협조를 이유로 이것저것 지시를 내리고, 비공식적으로 경비 노동자 계약 갱신 여부를 결정하기도 합니다.
용역 업체 소속 경비 노동자들은 관리소장이 죽부인을 구매해 줄 것을 암묵적으로 요구해 출근할 때마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구매하자니 비용이 부담되고 거절하자니 경비 노동자 계약 갱신 여부에 대해 입주자대표회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관리사무소장에게 밉보일까 두려웠기 때문이었습니다.
관리사무소장의 갑질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수시로 경비 노동자들에게 자신의 사적 심부름을 시키거나, 휴무일에 등산을 함께 갈 것을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된 직장 내 괴롭힘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이란 직장에서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노동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말합니다. 뒤늦게 근로기준법에 그 정의가 담겼지만 사실 '직장 내 괴롭힘'은 훨씬 이전부터 '갑질', '갈굼'이라는 말로 표현되고 있었던 직장의 고질적 병폐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이 신설되기 전, 한국 사회에서는 재벌기업 경영자의 직원에 대한 갑질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2014년엔 미국 뉴욕의 JFK 공항에서 자사 승무원의 땅콩 제공 서비스에 대한 불만으로 승무원을 폭행하고 항공기 이륙을 지연시켜 처벌받은 조현아 상무의 땅콩회항사건이 있었습니다. 2017년 운전기사에게 쌍욕과 막말을 해 국민들을 놀라게 한 이장한 종근당 회장의 갑질, 그보다 앞선 2010년에는 지입차량 피해의 적절한 보상을 요구하던 탱크로리 기사를 야구 방망이로 폭행하고 폭행의 대가로 돈을 건네 피해자를 조롱한 범SK가 최철원 대표의 맷값 폭행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처럼 직장 내 괴롭힘이 노동 현장에 만연해 있다는 점이 수면위로 드러났고 그 심각성에 우리사회가 공감했습니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직장 생활 경험이 있는 만 20세에서 64세 사이의 남녀 1506명을 대상으로 한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3.3%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할 정도였습니다.
2019년 7월 근로기준법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이 신설되었습니다. 이와 함께 직장에서 괴롭힘이 발생할 경우 사업주에게 피해 근로자의 보호와 사실관계 조사를 통한 가해자 인사조치를 의무화한 규정도 만들어 졌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기업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