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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0일 경기도 화성시 소재 (주)아리셀 화재참사로 생명을 잃은 희생자 유가족과 노동인권단체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제공=(주)아리셀화재참사유가족협의회)
지난 30일 경기도 화성시 소재 (주)아리셀 화재참사로 생명을 잃은 희생자 유가족과 노동인권단체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제공=(주)아리셀화재참사유가족협의회) ⓒ 충북인뉴스

참사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가 아니라, 유가족이 된 동료의 시선에서 참사를 접하니, 모든 것이 다르게 느껴집니다.

유가족이 보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의 시‧공간은 '파놉티콘' 그 자체입니다.

벤담이 구상한 파놉티콘엔 중앙에 높은 원형 감시탑이 있습니다. 수감자가 도넛처럼 생긴 원형 건축물에 마련된 감옥안에 머물게 됩니다. 같은 건물에 있지만, 수감자는 감시자를 볼 수 없습니다. 오직 감시자만이 더 높은 곳에서 수감자를 내려다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수감자는 감시자가 자신을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본다는 강박을 받게 됩니다. 그렇게 감옥이 강제하는 규율을 스스로 따르게 됩니다.

23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경기도 화성 ㈜아리셀 화재 참사의 유가족은 하루 하루가 고통입니다.

연락 없는 회사, 수사 중인 사안은 말 할수 없다는 경기도와 경찰, 노동부.

나의 가족이 왜 희생되었는지, 장례 일정은 언제 치를 지도 모르는 채 하루 하루가 지나갑니다.

정작 가장 먼저 알아야 할 정보와 차단된 채, 쉼터라고 명명된 공간에 대기하며 오늘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막연한 기다림 뿐입니다.

유가족은 현재 아무것도 스스로 결정 할 수 없고, 알 수도 없는 무기력하고 절망적인 존재일 뿐입니다.

기다림도 쉽지 않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신들의 흐느낌조차 기사화 되는 것을 보면서 원형감독 수감자가 느낄, 바로 그 강박의 무게에 짓눌립니다.

유가족은 어느덧, 가족을 화마의 잿더미로 보낸 그 책임을 '자신'에게 돌립니다.

사고 하루 전 "출근하기 싫다"고 말하는 배우자에게 '출근하지 말라'는 그 말 한마디를 못했던 자신이 이번 죽음의 원인이라고 느낍니다.

때문에 멀디 먼 한국으로 와서 희생된 딸을 둔 아버지는 바로 '내가 물려준 그 가난'이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자책합니다.

이제 원형감옥에 갇힌 유가족은 "내가 (가족을) 죽였어!"라며 가장 깊은 절망에 빠져듭니다.

유가족은 결코 죄인이 아닙니다.

다만 참사를 대하는 우리 사회가 그들을 원형감옥에 같인 죄인으로 만들고 있을 뿐입니다.

이제 변화해야 합니다.

기만적인 대국민사과와 핸드폰이 압수수색 됐다는 이유로 연락창구마저 끊어버린 ㈜아리셀의 대표가 "제 책임입니다"라며 유가족에게 모습을 드러내게 해야합니다.

유가족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정부는 사고의 원인은 무엇인지, 책임자는 누구인지 알 수 있도록 수사 진행사항을 제공해야 합니다.

오후석 경기도 행정2부지사는 1일 유족들과 면담하면서 "보상과 관련해 회사측과 유가족과 협상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기도와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협상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리셀은 당연히 유가족에게 피해를 보상해야 합니다. 그럴려면 아리셀과 유가족은 만나서 대화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자리'를 알선하는 것이 아니라 '기준'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잘못한 측에서, 잘못한 크기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화의 기준을 말이죠.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인 만큼 그에 준해 최소한의 책임을 지는 방법적인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주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유가족이 원형감옥을 탈출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펼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유가족들의 절규와 호소가 다시는 이런 참사가 재발하는 것을 막는 에너지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국가의 역할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김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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