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이 정확히 규명되길 원하지만 유가족은 어떠한 정보도 제공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가족이 추천하는 전문가가 함께 조사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화성 아리셀 화재 참사 유가족을 대표하는 김태윤 산재피해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정보의 비대칭을 꼬집었다. 정부의 조사 결과를 넋 놓고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 탓에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다. 유가족이 정부의 진상규명을 신뢰할 수 있도록 조사 과정의 투명성을 높여달라는 말이었다.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 직후 꾸려진 '아리셀중대채해참사대책위원회(대책위)'는 2일 화성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요구안'을 발표했다.
이 자리엔 대책위 공동대표를 맡은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윤석기 대구지하철참사유가족협의회 위원장,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대책위는 ▲ 화재폭발 위험이 큰 리튬 전지 사업장 전수조사 ▲ 하도급 금지 ▲ 공정안전관리제도(PSM) 도입 ▲ 아리셀과 그 모기업 에스코넥, 용업업체 메이셀 처벌 ▲ 민관합동 사고조사위원회 구성 등을 요구했다.
또 이들은 유가족 추천의 전문가를 민관합동 사고조사위원회에 포함시켜 유가족에 정기적으로 보고해줄 것 요청했다. 김 공동대표는 "화성시청은 유가족을 개개인별로 접촉해 정리하려고 했다"며 유가족의 조사 참여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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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노동자 등 관리, 법무부 아닌 고용노동부가"
기자회견에 참석한 양경수 위원장은 "또 다른 죽음을 예비하고 있는 현장에서 참사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힘을 모을 것"이라며 "급작스레 가족을 잃은 유가족 곁에서 든든한 힘이 되고 한 치의 의혹도 억울함도 없도록 함께 싸워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태윤 공동대표도 <오마이뉴스>에 "현재 희생자 23명 가운데 20명(한국인 3명, 중국인 17명)의 유가족이 함께 모여 있는 상황"이라며 "억울한 죽음이 되지 않도록 연대하고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이주노동자 산재 사망은 사업장 변경도 제한되어 있는 강제노동, 사업주 권리만 보장해주는 정부 제도, 이주노동자 생명과 안전보다 이윤만 중시하는 사업주들의 태도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고용허가제 이외에 동포노동자, 계절노동자, 전문기능인력 등은 법무부가 관리한다. 이 관리를 모두 고용노동부로 넘겨야 한다. 지금 고용노동부는 고용허가제 말고는 이주노동자들이 어디서 어떻게 일하는지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