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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저녁 화성시청 앞에서 아리셀 화재 참사 관련 첫번째 시민추모제가 열렸다. 중국인 유가족 3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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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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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보고 싶어. 우리 열심히 살려는데 일이 이렇게 됐네. 미안하구 보고 싶어. 사랑해'
'아빠 항상 고맙고 사랑해. 아빠 덕분에 너무 행복했어. 보고싶다'
'사랑하는 고 김OO. 언제면 진상청명.. 지친 부모님, 힘듭니다. 사랑…'
- 아리셀 참사 유가족들이 화성시청 건물에 붙인 포스트잇
1일 저녁 경기도 화성시 화성시청 합동분향소 앞에서 아리셀 화재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첫 시민추모제가 열렸다. 지난달 24일 참사 후 일주일만이다.
검은색 티셔츠와 '추리닝'을 입고 모여든 30여 명의 유가족 대다수가 중국인들이었다. 화성 지역 청년들이 추모 노래를 부르자, 초점을 잃고 지친 표정이었던 유가족들이 하나 둘 고개를 떨구고 오열했다. 손등까지 검게 탄 부모들은 '안전대책도 없이 일했다', '진실을 알고싶다 빠른 시간에 해답달라', '유가족 너무 아프다', '사업주 및 관계자는 진실규명과 진정성 있는 사과하라'라고 쓴 종이를 들고 눈물을 흘렸다. 부모를 잃은 10대 자녀들도 너다섯 명 보였다.
하지만 이날 행사를 앞두고 화성시 공무원들이 추모제가 취소됐다고 거짓 전화를 해왔다며 유족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다수의 중국인 유가족들에 따르면, 공무원들은 오후 7시로 예정된 추모제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쯤부터 일일이 전화를 걸어 추모제가 취소됐으니, 시청에 갈 필요가 없다고 안내했다고 한다. 한 중국 동포(조선족) 유가족은 "일대일 담당 공무원이 전화를 해서 추모제가 취소됐다고 해 그런 줄 알았는데, 확인해보니 아니었다"고 했다. 김태윤 아리셀 참사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참사 예방과 관리 책임이 있는 화성시의 어처구니 없는 행위에 분노한다"고 반발했다.
사실 확인과 해명을 듣기 위해 화성시에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또 화성시 측은 청사 내에서 추모제를 열 수 없다며 주최 측인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대책위)에게 고소·고발까지 거론하기도 했다. 화성시청의 한 공무원은 현장에서 추모제를 준비하던 대책위 측에 "(추모제가 아니라)시위다. 청사 내에서 시위 못한다. 고소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추모제는 합동분향소가 차려져 있는 화성시청 1층 현관 앞에서 진행됐는데, 이를 허락할 수 없다고 실랑이를 벌인 것이다.
추모제가 임박하자 시청 공무원 수십 명이 1층 정문 앞에 도열하는 모습도 보였다. 대책위는 "가족들의 슬픔을 위로하기 위한 자리인데 직원들까지 동원해 겁주고 고소고발 하겠다는 말까지 한다"라며 "생각이 있는 거냐"라고 했다.
첫 시민추모제 막은 화성시... 통곡한 외국인 노동자 유가족들
우여곡절 끝 시작된 추모제에는 지난 2022년 화성에 있는 화일약품 폭발 사고로 아들 고 김신영씨를 잃은 아버지 김익산(63)씨가 함께 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로 딸 고 진윤희 학생을 잃은 어머니 김순길(57)씨도 자리했다. 김익산씨는 "화성시에서 또 이런 일이 발생했다"라며 "저도 그런 일을 당했지만 남은 유가족들은 너무 힘들고 괴로울 것"이라고 했다. 김순길씨는 "추모제가 불법이라는 화성시를 보니 10년 동안 사회가 변한 게 없다"라며 "2년 전엔 이태원 참사, 작년엔 오송 참사, 그리고 이번 아리셀 참사까지 정말 할 말을 잃게 만든다"고 했다.
김태윤 아리셀 참사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정부와 화성시에 "진상규명의 과정을 상세히 보고하고, 유족들의 뜻을 같이 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돼 함께 진실을 파헤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김 대표는 또 아리셀 측을 향해 "개인적으로 유가족들에게 전화해 위로금 조금 주고 정리하려는 작태를 보이지 말고 제대로 사과하라"고 했다. 대책위는 이날부터 매일 오후 7시에 화성시청 앞 같은 장소에서 추모제를 열겠다고 밝혔다.
중국인 유가족들은 바닥에 앉아 가슴을 치고 눈물을 흘렸다. 한 중국인 어머니는 얼굴이 발개지고 목이 다 쉬도록 한 시간 내내 울었다. 걱정한 시민들이 생수를 갖다줘 그의 앞에는 생수병 세 개가 늘어섰다. 한 중국인 아버지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쥔 채 한 시간 동안 제대로 고개를 가누지 못했다.
추모제가 끝나고 화성시청 현관에 포스트잇을 붙인 한 중국인 유가족은 자식의 이름을 부르면서 울부짖었다. 'OO아, 다음 생엔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 수 있길 바란다. 사랑해 ♡'. 이번 참사로 사망한 23명 중 18명이 외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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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저녁 화성시청 앞에서 아리셀 화재 참사 관련 첫번째 시민추모제가 열렸다. 중국인 유가족 3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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