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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명중인 버마 민주화운동가들이 한국을 찾아왔다. 이들이 전하는 자국의 현실은 참혹하기 그지없다.

3천명에 달하는 정치범들이 수용돼 있고, 군사정권의 꼭두각시인 사법부는 심리조차 없이 중형을 선고한다. 민중들은 자유롭게 전화나 팩스 사용도 사실상 제한되고, 어른이든 아이든 가릴 것 없이 강제노역에 동원된다고 한다. 숨조차 쉬기 힘든 군사정권의 폭압에 못 이겨 국경지대를 떠도는 난민의 숫자만도 수십만명에 이른다고 하니, 가히 나라 전체가 '감옥'이자 '산 지옥'이다.

한국을 찾아온 버마 민주화운동가들은 이런 참상을 알리면서, 버마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한국정부가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특히 양국은 일제 식민지배와 군사독재의 아픔을 공통적으로 겪었기에, 그들이 한국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그들의 기대를 철저히 배신해 왔다.

세계 각지에 나가 있는 버마 민주화운동가들은 대개 정치적 난민으로서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심지어 난민조약에 가입하지도 않은 인도 정부조차 버마인 50명에게 난민자격을 부여했다고 한다. 그러나 난민인정은커녕, 오히려 '불법체류' 낙인을 찍어 그들을 쫓아내려 한 게 우리정부 아니었던가? 난민조약 가입국이라는 사실 자체가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다.

게다가 우리 정부는 버마의 참상을 시정하려는 국제사회 공동의 노력마저도 거스르고 있다. 지난해 국제노동기구가 버마의 강제노역을 보다 못해 '제재'를 결정했지만, 한국의 버마 투자는 보란 듯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버마활동가는 "버마에 진출한 한국자본은 오로지 군사정권에게만 이윤을 가져다 줄 뿐, 버마 민중들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결국 정부는 경제적 잇속을 챙기기 위해 인권유린을 '방조'하는 '위선적 인권외교'의 실상을 만방에 떨치고 있는 것이다.

참혹한 군사정권 시절을 경험했던 우리 역시 국제사회로부터 여러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라도 버마 민중과 국제사회의 호소에 화답해야 한다. 버마민족민주동맹 한국지부 회원들에게 정치적 난민의 지위를 보장하는 것. 그리고 버마 군사정권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국제사회 일원으로 우리 정부가 마땅히 취해야 할 최소한의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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