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 대표단으로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신기남 민주당 의원은 18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를 푸는데 있어서 비핵화·전쟁 반대의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미국쪽에 전달했다"며 "그러나 북핵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서 한국 정부도 대북한 경제제재의 불가피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제재를 외면한 채 대화를 요구하는 건 무책임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신 의원은 "미국 정부 고위관리들이나 의원들은 '한국이 전쟁도 싫다고 하고 북한의 핵 보유도 안된다고 하면서도 경제제재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의 느슨한 대북 인식에 불만을 갖고 있다고 미국쪽 분위기를 전달했다. 또한 신 의원은 "미국쪽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게 아니라, 핵무기를 만들어 이라크 등 미국과 적대적인 나라에 수출하는 것"이라며 "그럴 경우 군사적 충돌 상황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무력 등 군사적 제재를 고려한다는 언론의 보도는 과장된 것"이라며 "미 의회 의원들이나 정부 관계자들은 (북핵 문제에 대해) 상당히 냉정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그들은 다소 과장된 언론 보도에 대해 그다지 신뢰를 하고 있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최근 미국을 방문했던 노 당선자쪽 고위대표단의 방미 활동에 대해 제임스 켈리 차관보가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고 전하며 "이들의 방미 활동에 대한 국내 언론의 보도는 미국쪽에서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한 최근 국내언론의 보도도 "섹시한 기사만을 좇는 무책임한 보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신 의원은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7박8일 동안 북핵 문제와 관련한 국회 대표단으로 미국을 방문했다. 미국쪽 국회 대표단은 단장인 이협 민주당 의원과 맹형규 한나라당 의원 등이 함께 했다. 이들은 방미 기간 동안 뉴욕과 워싱턴 등지를 돌며 제임스 켈리 등 미 국무부 관계자와 에드 로이스 하원 의원 등 미 의회 외교 전문가들과 만나 최근 한미 간 현안 문제를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신기남 의원과의 인터뷰는 18일 오전 10시30분 국회 의원회관에서 1시간 가량 진행됐다. 다음은 신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국회 대표단으로 미국을 방문하고 왔는데, 직접 미국 정책입안자들과 의원들을 만나면서 무엇을 느꼈나.
"여기서 막연히 느낀 것과 미국에서 현장 감각은 달랐다. 미국이 한국 외교상 가장 중요한 나라라는 것을 느꼈다. 생각했던 것보다 미국의 (테러에 대한) 위기 의식은 상당히 고조돼 있었다. 미국은 항상 강자이고 여유 있는 입장에서 세계 외교를 '요리'하는 줄 알았는데 가보니까 오히려 위기감이 고조돼 있었다. 전역이 경계상태였다. 미국 사람들이 공포감 속에서 살고 있었다. 9·11 테러의 여파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미국은 준 전시 상황이었다. 이라크에 대해 하는 것도 여기서 보면 '미친 짓이다' '이해가 안 간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사람들은 전쟁하는 심정이이다. 물론 증거도 없이 이라크가 전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느냐라고 얘기할 수 있지만, 자기들을 공격한 대상 중 가장 확률이 높은 곳이 바로 그 지역이고 그 배후에 이라크가 있다고 믿기 때문에 전쟁의 대상으로 삼은 것 같다.
북핵 문제는 이라크와는 다르다. 직접 미국이 북한을 적대시하는 것이 아니라 NPT(핵확산금지조약)라는 핵 질서에 위배되는 행위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핵 질서를 지키는 담당 역할을 해 왔다. 미국만은 아니지만. 미국이 중심이 돼 지켜왔는데 그것을 침범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미국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이 다자구도를 얘기하는 것이다. 즉 나 혼자만 책임질 수 있냐, 다같이 짐을 짊어져야 한다는 인식이었다. 타당한 말이다. 무엇보다 한국이 가장 위협받는 문제이다.
미국 없이 한국의 외교, 군사적 이해관계, 경제적 이익을 지킬 수 있겠는가. 감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냉정하게 봐야 한다. 미국에도 호소했지만 우리나라 국민에게도 호소하고 싶다. 감정적으로만 볼 것이라 아니라 냉정하고 실리적인 외교적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 외교라는 것이 전쟁이다. 무엇을 위한 전쟁이냐. 국가 이익을 지키기 위한 전쟁이다. 무기를 든 전쟁도 국가 이익을 지키고자 싸우는 것이 아닌가.
미 국회의원은 생각보다 냉정하더라. 미국 일부 언론은 이라크 문제 때문에 흥분해 있다. 북한이 자신의 신경을 건드리는 언사를 하고 있고…. 미 국민들도 이라크 때문에 흥분해 있고, 한국의 반미감정을 들으면서 흥분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의원들은 언론에 휘둘리지 않고 냉정하게 한미관계를 보고 있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강경책을 가지고 있다, 북한에 대한 공격도 불사한다'는 것은 오해다. 일부 언론에서 과장한 것이다. 북한에 대해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인했다."
- 군사적 제재를 할 의향이 없어 보인다는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
"확신이 들었다. 그 사람들이 북한과 전쟁을 할 이유가 없다. 이 문제는 자기들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발뺌을 하더라. '한국 너희들의 문제가 아니냐, 가장 위협받는 것도 한국이고, 주변국들과 국제 질서의 문제이지 우리가 빠져도 주변 세계국가가 짐을 대신 짊어질 수밖에 없지 않느냐'라는 생각이었다. 내 생각도 그렇다. 미국에만 맡겨둘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북한이 미국을 미사일로 때릴 수 있다는 가설은 있을 수 없다. 일부 미국 언론이 보도할 뿐이지 미국 사람들도 진정으로 믿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심지어 '북한이 핵을 가져도 할 수 없지 않느냐'라고 말하는 의원이나 담당자, 학자들도 있었다. 어떨 때에만 미국이 간섭할 수 있느냐. 자기들이 무력을 행사하는 것은 북한이 핵무기를 수출할 때이다. 수출하면 이라크나 (미국과 적대적인 이라크 등) 아랍세계로 갈 확률이 높다. 그러면 핵무기가 이스라엘과의 싸움에 쓰여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북한이 미국에 대해 직접 사용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다. 핵무기를 반출해 수출하기 전까지는 무력 제재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면 오히려 우리가 급해지는 것이다."
- 그런 견해가 만났던 미국 의원들의 보편적인 생각이라고 봐도 무방한가.
"오히려 북핵 문제는 민주당이 더 적극적이었다. 흔히 알기로 민주당은 조용하고 공화당은 적극적인 것으로 알기 쉬운데 공화당 의원들이나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북한은 나중에 논한다는 것이다. 이라크가 직접적인 적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잠재적인 적일 뿐이지 당장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겉으로는 북한이 핵 개발을 하고 있다느니 언론이 보도하고 럼즈펠드 국방부 장관도 얘기하지만 사실 북한의 위협은 2차적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 사람들이 핵 개발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본다.
더군다나 그 위협은 미국만의 위협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위협이 아닌가. 자기들의 관심은 이라크에 있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 의원들은 오히려 '이라크에 집중하고 북핵 문제는 나중이다'라며 선반 위에 올려놨더라. 오히려 민주당 의원들이 난리다. '어떻게 북한이 핵 질서를 깨뜨리는 것을 놔둘 수 있느냐, 이라크보다 더 먼저, 혹은 같이 해결해야지 놔둘 수 있느냐'라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내가 만난 의원들은 적극적으로 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 않느냐고 부시 대통령에 강하게 요구하고 있었다.
- 신 의원은 미국쪽에서 주장하는 다자간 대화에 동의하는 입장인가.
"북한이 핵을 가지면 우리가 살 수 없다. 미국의 문제이기 전에 남한의 문제이다. 북학이 핵무기를 완전히 개발했다고 믿지 않는다. 만약 (북한이 핵을) 갖게 되면 남한이 못 산다. 잠을 잘 수가 없다. 남북관계의 교류도 안된다. 핵무기 앞에는 장사가 없다. 북한이 핵무기를 갖게 되면 남북의 균형이 완전히 깨진다고 생각한다.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나라와 어떻게 대화를 하겠나. 우리도 가질 수밖에 없지 않나. 이것은 우리의 문제이다. 우리나라에서 북핵 문제를 북미간 문제로 생각하기 쉬운데, 가장 민감한 나라가 우리나라다.
북한이 핵무기를 갖는다면 제일 먼저 쓰거나 위협할 대상이 어디이겠나. 북한이 그것을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끌어가지 않겠나. 또 일본이라고 가만히 있겠나. 일본이 선제공격을 하겠다는 것 아닌가. 미국이 가만히 있어도 일본이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 일본도 살지 못한다. 그러면 북한도 가지고, 일본도 가지고, 우리도 가지게 된다. 그러면 동아시아는 핵의 숲이 되는 것이다. 남아공이 왜 핵을 해체했나. 남아공이 NPT를 어기고 핵무기를 6개를 가진 적이 있다. 그런데 만델라가 다 해체했다. 왜냐하면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 이익을 위해서도 북한이 핵을 갖게 해서는 안된다고 확신한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 말이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미국, 북한과 대화해야 하고 주변국과도 대화해야 한다. 대화만 갖고는 안된다. 우리도 비핵화를 할 수 있는 수단이 있어야 한다. 그 수단은 전쟁을 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경제무기' 밖에 없다. 국제사회가 대화를 먼저 하되 통하지 않을 경우 할 수 있는 것은 경제제재 밖에 없다. 우리가 그것을 사양해서는 안된다. 경제적인 수단을 갖고 제어해야 한다. 대화가 안 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경제적 제재를 깔고 있어야 대화가 되는 것 아닌가. 그렇다고 전쟁할 수는 없지 않나."
-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핵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점에 대해 공통되게 인식하고 있다. 북핵 문제를 푸는 방식에 있어서 한국은 전쟁은 절대 안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은 제3자이므로 최후의 카드이지만 군사적 제재라는 것을 고려할 수도 있지 않겠나.
"전쟁 좋아하는 나라가 어디 있나. 미국을 그런 식으로 삐딱하게만 바라봐서는 안된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성인 군자는 아니지만 인도주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고, 미국 내에도 양심들이 있다. 이라크 전쟁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반대가 많지 않나. 나는 이라크 전쟁을 반대한다. 미국은 절대 전쟁을 우선 순위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북핵 문제로) 섣불리 전쟁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나는 우리 입장을 이렇게 설명했다. 첫 번째, 한반도의 절대 비핵화다. 미국은 남한의 일부 사람들이 혹시 '북한이 핵무기를 가져도 할 수 없지 않느냐'라고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판단하는데 이것은 아니라는 걸 분명히 얘기했다. 두 번째는 이 문제를 푸는 데 있어서 전쟁은 안된다라는 것이다. 대화와 평화적인 방법, 외교적인 방법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미국 내 일부 이 두 가지가 모순되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절대 모순되지 않는다. 반드시 해야 한다.
두 가지 목적 가운데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나라의 입장이라고 강력히 얘기했다. 이 말을 듣더니 그쪽에서 상당히 공감을 하면서 안도하는 분위기이더라. 나는 이 두 가지는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대화와 국제 사회의 압력, 특히 러시아·중국·일본의 압력이 있지 않나. 최후의 순간에는 경제적 제재를 동원할 수밖에 없다. 이 말에서 또 안도를 하더라. 지금 미국과 우리간의 시각 차가 있다는 부분은 한국이 너무 느슨하다는 것이었다.
한국이 경제제재도 안된다고 하니까, '그러면 뭐냐, 그러면 대화만 하겠다는 것이냐'는 점이 불만이더라. 대화 좋다. 외교적 압력도 좋다. 북한이 그 정도로 설득 당하면 좋은데 북한이 더 강한 방법으로 나갈 때 어떻게 할 것인가. 북한이 경제적 이익을 갖고서 후퇴하면 좋은 데 핵무기를 가져야만 강한 나라가 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핵무기 개발을 계속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않나. 대북 경제 교류도 우리가 지렛대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 UN도 그렇고 미국도 일본도 그렇고, 이 점을 부인해서는 안된다. 부인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다. 전쟁 때문에 시각 차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 켈리 차관보와 만나서도 그런 얘기를 했나.
"그렇다. 핵무기 안된다, 전쟁 안된다, 최후는 경제제재로 갈 수밖에 없다고 얘기했다. 한미동맹은 굳건히 유지돼야 한다. 미국이 없이는 외교적 이익이 지켜질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확인했다. 한국에서 나오는 반미감정은 우발적인 것이고 일시적인 것이다. 그런 시각을 가진 사람도 있으나 한국의 자주성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고 여론주도층이나 한국 정부, 국회의원들은 한미동맹 관계가 굳건히 유지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왜냐하면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우리가 부자 나라가 되고 자주성이 강한 나라가 됐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미국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미동맹을) 굳건히 유지해 가야 한다. 노무현도 그렇다. 노무현도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유지해갈 대통령이다. 의심하지 마라. 너희들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을 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노무현은 굉장히 실용적인 사람이다. 노무현이 주체성이 강한 사람이다, 자주성이 강한 사람이라고 얘기했다. 그러나 주체성이 강할 뿐이지 국제사회 외교의 중요성을 모르겠느냐고 전했다. 그런 얘기를 했더니 켈리도 만족하더라. 그런 시각으로 접근하면 시각 차가 없다고 하더라.
언론이 비판적인 것도 좋고, 자주 외교를 주창하는 것도 좋은데 구체적 대안이 있어야 하고 국익에 부합되도록 여론을 이끌어 가야 한다. 여기서 너무 과장되게 얘기하고 마치 반미감정이 극에 달한 것처럼 미국이 필요 없다 이런 식으로 하다보면 미국뿐 아니라 국제사회가 불안해한다. 일본·러시아·중국도 불안해하고. 미국 언론도 한국 언론과 비슷하더라. 남한에서 한 것을 굉장히 과장해서 보도를 해서 한국에서는 반미감정이 심하더라 이런 식으로 보도를 해서 국민들이 불안해했다."
- 한국 언론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 미국 언론 보도를 자주 인용한다. 미국 언론에서 북핵 문제를 매우 보수적으로 보는 까닭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왜 그런지 보니까, 국방장관이나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이 말을 하면 강한 언어도 쓴다. 언어를 가만히 들어보면 선제공격을 하거나 전쟁을 해결하려는 것이 아닌데 말을 쓴 것 중 가장 강한 표현들만 인용한 것 같다. 절대 럼즈펠드 국방부 장관이나 부시가 북한에 대해 무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을 정식으로 한 적이 없다. 이라크와 혼동해서는 안된다. 미국의 외교관들도 안타까워하더라. 그 사람들은 말을 아주 분명하고 엄중하게 사용하더라. 판에 박은 듯이 용어를 사용했다.
우리나라 외교관들의 말에 의하면 미국의 대통령, 장관, 의원들은 발언에 실수가 없다고 한다. 아무리 분석을 해도 군사적 수단을 동원한다는 말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단지 북한이 미사일을 개발했다, 핵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등 여러 가지인데 군인들이나 럼즈펠드가 강경파 아닌가. 개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얘기하다보니 군사적 위협을 느끼다 보니 맞받아 치려는 것이 아닌가라는 인상을 가질 뿐이지 절대 아무리 분석을 해도 전쟁을 하고 무력을 가하겠다는 것은 없더라. 최악의 경우 경제제재로 끝날 것이다라고 본다."
-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 카드'를 끄집어내면서 미국과 직접 대화를 요구하는 가장 큰 이유가 경제 문제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런데 경제제재로 가게 되면 사태 해결이 더욱 어려워지지 않겠나.
"북한도 막무가내로 하면 안된다. 북한이라고 생각이 없겠나. 한계가 있는 것인데 그렇게 가지는 않을 것이다. 이 NPT 문제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만약 NPT가 깨져 봐라, 개판이 되는 것이다. 물론 '강대국 너희들만 가지고 있고 우리는 못 가지냐'는 논리가 있을 수 있지만, 어차피 핵무기를 확산하지 말고 현 수준에서 동결하자는 것이면 그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미국에 직접대화를 요구하는 것은 고집이다. 이 문제를 UN에서 다루지 않을 수 있겠나. NPT를 위반하면 IAEA(국제원자력기구)가 UN안보리에 의무적으로 보고하게 돼 있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뉴욕에서 안보리 사무차장을 만나고 현 안보리 의장국인 독일 대사를 만나고, 전 의장국인 프랑스 대사도 만났는데 다들 자동위반이라는 것이다. 사찰관들을 추방하고 봉인을 뜯어내지 않았나. 자동적으로 안보리에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면 다자구도가 되는 것이다."
- 북한이 원하는 것은 결국 '빵'이 아닌가.
"북한의 의도가 단순히 경제 문제만이겠나? 경제적 이득만 얻으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것인가? 여기에는 이견이 있다. 북한은 핵무기를 갖고 싶어한다. (핵무기를) 갖고 있을 때 강성대국이 되고 천하를 호령할 수 있고 미국이 자기를 절대로 때리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굉장히 가지고 싶어한다. 경제문제를 떠나 자신들의 국익을 위해서 그렇게 보는 시각이 미국에도 많다. 그것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북한의 의도가 뭔지 모르지만 덮어씌우는 것 아닌가, 경제지원만 하면 핵 개발을 하지 않는다는 생각에는 보다 신중해야 한다.
북핵 문제에 대한 미국쪽의 판단이 여러 갈래다. 보유 여부를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초기 단계 정도라고 생각하는 측도 있고, 이미 보유중이라고 확언하는 사람도 있더라. 사람마다 다르더라. 그런데 미국 정부는 미지근하게 얘기하고 있다. 한두 개 정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파악하는 듯 하다. 내가 추측하기에는 초기단계인 것 같다. 플루토늄을 만든다면 6개 월 정도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쟁으로 가는 분위기는 없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주한미군 철수'에 관한 언급은 없었나.
"주한미군 철수 문제는 없었다. 신문에 자꾸 나는데 답답하다. 외교관들도 답답해하고. 한국 언론에 보도에 철수계획이 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것을 힘의 지렛대처럼 사용하는 것처럼. 물론 아니다. 일부 언론이 해 놓은 것이 있지만 당국자들은 그것을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고 지상군 감축과 재배치 문제는 기왕에 있었던 얘기다. 또 그렇게 돼야 한다. 용산기지가 저기(서울)에 있으면 되겠나. 휴전선에도 미군이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기왕에 있었던 계획이라는 것을 누누이 강조하더라. 그 말도 맞는 것 같다.
최근 그것을 반한 감정과 연계시키는 것은 무책임한 보도 같다. 섹시한 기사니까 자꾸 얘기를 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 일부 보수적 언론 중에 반미감정이 많으면 있을 필요가 없다고 보도하는 언론도 있다. 그런 것에 미 정부가 휘둘리지는 않는 것 같았다. 철수얘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지상군 감축 그대신 해·공군 증강이다. 그리고 재배치 문제, 기왕에 나왔던 얘기이다. 오히려 나보고 물어보더라. 주한미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자기들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한국민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라는 그들의 말은 배짱처럼 보이기도 하더라."
- 최근 이라크 전을 앞둔 미국 분위기는 어떤가.
"이라크 전쟁과 관련 미국은 지금 준 전시 상황이다. 워싱턴에 가니 소총을 든 경찰들이 시내에 깔려 있고 미 의회 의사당 꼭대기에서도 미사일 요격용 견착식 포가 배치돼 있었다. 몸수색 등 굉장히 위기의식이 있었다. 9·11 테러가 결정타더라. 그래서 이라크 전쟁은 하나의 위기의식의 발로이고 보복심리도 있다. 그래서 나는 반대한다. 그런데 전쟁지지 쪽으로 간다. 가는데 국제사회의 반발에 상당히 신경을 쓰더라. 프랑스와 독일이 반대하고 나오니까 상당히 곤혹스러워 하더라. 전쟁이 무산될 가능성이 반반인 듯 보였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전쟁으로 보고 있었다. 물론 옳은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심리를 이해하는, 이해한다는 것이 긍정적으로 본다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아는 것을 의미한다. 반격을 해야 보상이 된다고 생각하더라. 국제사회에서 막아야지. 나쁜 놈으로 몰아가면 미국이 반발한다. 합리적으로 대화를 통해 우리가 설득해야 할 것 같다. 부시는 국제사회에서 욕을 먹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테러 위협에 대항하는 애국자처럼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농후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지지를 받고 있었다. 람보 영화를 보면 박수를 치면서 좋아하는 것과 같은 미국의 심리가 있었다."
최근 미국을 다녀온 노무현 당선자쪽 고위대표단의 외교 활동에 대해 국내 언론들이 '빈손 외교'라며 혹평을 했는데.
"정대철 의원을 단장으로 한 고위대표단에 대해 너무 과장하지 않았으면 한다. 특사들의 활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켈리에게 물어봤더니 '매우 성공적(very successful)이었다'고 하더라. 특히 정대철·유재건 의원을 높이 평가했다. 누구도 그 분들의 활동에 대해 불평할 거리가 없었다고 했다. 켈리는 훌륭히 임무를 수행했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고위대표단이) 노 당선자의 대미관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해 줬다고 했다. 노무현을 상당히 매력적인 인물로 선전하고 간 모양이더라. 그래서 빨리 왔으면 한다라고 하더라."
- 이번 방미 활동을 한마디로 평가한다면.
"이번 방미 결과의 소감을 말한다면 우리 국익을 위해서 한미동맹 관계를 굳건히 해야 한다. 그런 환경 하에서 북핵 문제의 해법을 찾는 윈윈(win-win) 전략을 가져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그럴 때 한미동맹도 북핵 문제도 해결된다.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서 한미간 이견이 있어서는 안된다.
정책공조가 필요하다. 북한이 요구하는 것은 자신들의 안정을 보장받는 것이다. 이라크처럼 때리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경제지원을 대폭적으로 해달라는 것이다. 그것을 우리는 대화를 통해서 해 줄 수 있다. 미국에도 우리가 요청해야 한다. 그 대신 북한은 세계 평화를 지켜줄 의무가 있다. 국제사회의 투명성을 유지해야 한다. 북한도 화답해야 한다. 우리가 북한에 요구하는 것이 뭐가 있나. 전쟁하지 말고, 핵무기 갖지 말고,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나서달라는 것 외에는 요구사항이 없지 않나.
부시 행정부도 강성으로만 몰아가는데 미국의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미국의 정책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은 아니더라. 한국에 새로운 정부와 공통된 전략을 구축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양자간에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방법에 이견이 있다면 시기나 방법의 문제 다를 수 있는데 시급하게 다뤄주길 바란다. 미국이 오히려 배짱을 부리는 것 같다. 우리는 불안하지 않나. 그러다 핵무기를 만들면 어떡하나. 한미 간 공조·유대·동맹 이것을 굳건히 유지해야 하지 조그마한 이견이 있다고 해서 따로 나가면 깨질 수 있다.
(미국쪽은) 노무현 정부의 외교장관, 안보보좌관이 누가 될지 상당히 민감히 바라보고 있었다. 한미관계를 원만히 끌어가는 사람이 외교 책임자로 가야 할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주미대사도 장관만큼 중요하다. 그래서 미국을 방문한 인사들이 우리의 자주성을 강조한 나머지 이견이 있는 것처럼 해서는 안 되고 내가 말한 논조를 유지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빨리 와 줬으면 하는 것이 미 당국자들의 생각이다. 켈리는 5월보다 더 당겨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3월 우리측 특사가 가고 4월에 딕 체니 부통령이 방한하므로 5월밖에는 안된다고 했는데 이를 빨리 갈 수 있도록 맞춰야 한다.
중요한 것은 갈 때에 안보팀을 미리 보내서 완벽하게 조율을 해 놓고 가야 한다. 가서 이견이 있을 정도면 안가는 것이 좋다. 완벽하게 손을 맞잡고 굳건한 동맹관계를 대내·외에 과시할 준비가 완수됐을 때 가야 한다. 또 현지 외교관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게 해서는 안된다. 외교관들이 열심히 일을 하는데 언론도 그렇고 일부 인사들이 반미해도 괜찮다는 식으로 다르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면 외교관들의 사기가 떨어진다. 현장 감각을 중시해야 한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이 빨리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