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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남 의원
신기남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민주당 신기남 의원께서 미국을 다녀온 이후 북핵 문제 해법으로 경제제재를 주장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비록 '최후의 수단'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북핵 해법으로 경제제재를 운운한 것은 현 정부와 차기 정부의 입장과도 큰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책임 있는 여당의 중진 의원으로서 조심했어야 할 부분입니다.

결론적으로 신 의원님의 판단은 틀렸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전쟁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그 이유를 하나하나 설명드리겠습니다.

신 의원께서는 "북한이 끝까지 대화를 거부하고 상황을 악화시킬 경우 경제적 제재 방안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우리로서는 전쟁 등 무력 사용을 채택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무기인 경제력을 동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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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문제 풀려면 경제제재 불가피"

그러나 신 의원께서는 문제의 본질에 대한 중대한 착오를 하고 있습니다.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쪽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가장 잘 알려진 사실조차도 간과하고 있는 것입니다.

신 의원님 말씀대로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면서 핵무장을 고집한다면, 저 역시 제재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핵문제가 불거진 이후 북한은 줄곧 대화와 협상을 원하고 있는 반면에 미국은 이를 거부한 채, 압박과 제재 추진으로 일관해오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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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로 핵무장과 전쟁을 막는다?

신 의원님의 주장 가운데 가장 문제가 있는 대목은 북한의 핵무장과 전쟁을 피하기 위해 대북 경제제재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신 부분입니다. 이는 경제제재라는 수단의 효용성과 그 결과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경험적으로나 북한체제의 특성상으로나 경제제재는 북한의 핵무기 포기 유도의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없을 뿐더러, 오히려 핵무장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게 될 것입니다. 동시에 한반도 위기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낳게 될 공산이 큽니다.

북한이 지금까지 줄곧 고수해온 체제의 마지노선은 굶어죽는 한이 있더라고 자주권과 생존권을 지키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엄연한 현실이며 우리가 북한을 상대할 때 항상 유념해야할 대목입니다.

94년 위기 때를 되돌아보시기 바랍니다. 당시 김영삼 정부와 미국 내 강경파들의 딴지걸기로 북미협상이 실패하면서 미국은 본격적으로 대북제재를 추진했었고, 김영삼 정부는 이를 말리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제재를 주문했었습니다. 이에 북한은 어떻게 대응했습니까? "제재는 곧 전쟁을 의미하며, 전쟁이 나면 서울도 불바다가 될 것"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당시 북한의 이와 같은 발언이 단순히 엄포용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한-미-일 주도의 대북 제재가 본격 추진되면서, 북한은 원자로에서 연료봉 인출을 강행하고 미국이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IAEA 사찰단을 추방하겠다는 경고를 했었고, 이에 미국은 우리도 모르는 상황에서 한반도에서의 전면전도 고려한 군사적 대응을 추진했었습니다.

제재는 북한에게 통하지 않을 뿐더러, 핵무장을 부추기고 전쟁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는 지난 역사가 가르쳐주고 있는 뼈아픈 교훈인 것입니다. 작년 10월 북핵 파문 이후 북한이 취해오고 있는 일련의 태도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으로 철저하게 '작용-반작용'을 해오고 있다는 점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미국에서 대북제재론이 거론되면서 "제재를 전쟁 행위로 간주하겠다"는 북한의 경고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미국 다녀와서 생각이 달라졌다고요?

신기남 의원께서는 미국과 유엔을 다녀와서 생각이 달라졌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신 의원께서는 "미국의 무력사용의 기준(Red Line)이 북한이 핵을 가지려는 순간일 것으로 판단"했지만, "미국의 정책 당국자들에게서 확인한 결과는 달랐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즉, 미국은 "북한이 핵을 가지려는 순간이 아니라 북한에서 핵을 수출하는 순간을 무력사용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도 이 얘기는 이전부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부시 행정부의 정해진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일부 관리들 사이에서 나오는 발언 정도라는 것입니다. 부디 침소봉대해서 미국의 의도와 정책 수단을 오판하시지 말기 바랍니다.

물론 지금까지 '북한위협론'을 통해 톡톡히 재미를 봐온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핵무장 문턱에 도달하더라도 당장 무력을 사용하기보다는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과 군사비의 파격적인 증액, 공격적인 군사전략의 채택 등 자신의 군사적 이해를 위해 활용하고자 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협상의 대상이 아닌 정권교체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북한 정권을 제재와 고립을 통해 무너뜨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부시 행정부 일각의 바람일 뿐입니다. 북한이 핵무장에 성공한다는 것은 탈냉전 이후 미국 외교의 '최대의 실패'를 의미합니다. 신 의원께서도 지적한 것처럼, 북한의 핵무장은 북한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동북아와 서남아시아, 그리고 중동으로까지 핵도미노 현상이 벌어질 수 있고, 이에 따라 핵무기 비확산체제는 사실상 종말을 고하게 될 위험성이 있습니다. 2004년 재선거를 앞둔 부시 행정부가 이와 같은 상황을 방치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신 의원님에 대한 안타까움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신 의원께서는 미국과 유엔의 관리들을 만나고 나서 "끝까지 대화만 하자는 말이냐? 대화해서 북한이 들으면 좋지만, 안 들을 경우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 대화의 강제 수단은 없다는 말이냐?"며,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이 없는 것은 무책임한 논거였다"고 한탄하셨습니다.

결론적으로 무책임한 쪽은 대화의 강제 수단으로 경제제재를 고려하고 있지 않은 우리 정부가 아니라, 문제의 본질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미국과 유엔 관리들을 설득하지 못한 신 의원님이 아닐까 합니다. 대화의 대상은 북한만이 아닙니다. 앞에서도 강조한 것처럼, 북한은 대화를 원하는 반면에, 이를 거부하는 당사자는 바로 미국입니다.

오히려 신 의원께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미국과 유엔 관리들에게 설득당할 것이 아니라, 그들을 설득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 수 있는 방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부하는 미국을 설득하지는 못할 망정, "생각이 바뀌었다"며 국내에서 제재의 불가피성을 말씀하시는 것이 의원 외교의 목표이자 성과였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이 핵개발로 협박하고 있다고요?

신 의원님께서는 또한 "우리는 한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그 질문으로 "북한이 계속 협박하더라도, 우리는 제재에 대한 이야기는 함구한 채 끝까지 인내하고 대화를 해야 하느냐"는 것을 제시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답변으로 핵문제는 달라야 한다며 제재라는 수단의 필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정말 미국 관리들로부터 설득을 당해도 단단히 당하셨구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입니다.

자, 북한이 핵개발을 통해 남한을 협박한 적이 있나요? 지금 북한이 핵카드를 다시 꺼내든 것이 미국으로부터 돈을 달라고 협박하기 위한 것인가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많은 핵무기를 갖고 있는 나라가 어디입니까? 그리고 핵무기로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금기를 깨뜨린 나라가 어디입니까? 그리고 이 나라의 선제공격 대상에 대표적으로 포함된 국가들이 어느 나라들인가요?

신 의원님께서 만약 북한의 지도자라면, 제네바 합의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었는데, 북한을 상정으로 한 모의 핵공격 훈련을 미국이 실시하고, 핵선제공격 대상에 포함시키고, '악의 축'이라고 운운하고, 핵무기 불사용 약속, 경수로 사업 및 정치적, 경제적 관계를 완전히 정상화하기로 한 제네바 합의의 의무 조항을 미국이 지키지 않을 때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부시 행정부가 요구하는 것처럼 완전히 옷을 벗고 살려달라고 애원하실 것인가요?

오해는 하지 마십시오. 이러한 저의 반론이 결코 오늘날 북한 정권의 선택과 태도를 옹호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자는 것이며, 알게 모르게 미국식 담론에 빠져들고 있는 우리 스스로를 반성해보자는 것입니다.

더구나 북한 정권 스스로도 여러 차례 밝히고 있듯이, 북한은 협상을 통해 체제안전보장을 원하고 있습니다. '핵공갈'로 미국이나 남한한테 돈을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미국이 결단만 내리면 문제를 풀 수 있는 비전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가 다른 글들을 통해 이미 여러 차례 강조한 것처럼, 북핵 해법과 관련해 우리가 지켜야 할 마지노선은 미국으로 하여금 절대로 '딴 생각'을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신의원님의 주장이 위험하다는 것은, 신의원님 같은 책임 있는 정치인들의 입을 통해 자꾸 제재 등이 운운되면 안 그래도 협상테이블로 이끌어내기 힘든 미국을 설득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남한도 우리를 따르게 될 것"이라는 판단을 부시 행정부가 하게 되면 그야말로 한반도의 운명은 우리 손을 떠나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제 주장 가운데 틀린 부분이 있다면 기꺼이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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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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