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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가 많이 잡힌다. 방송이고 신문이고 '흑산도에 한 번 다녀가지 않은 언론은 언론답지 않다'는 소리마저 들린다. 겨우 한 척으로 몇 년을 버텼는데 최근 1~2년 사이에 왜 이렇게 많은 홍어가 잡힐까? 배도 7척으로 불어났다. 어느 논객에 의해 정치생선까지 등극한 홍어. 그 이면에는 분명 속사정이 있었다.
첫째, 몇 년 전부터 강화된 해양수산청의 불법조업 단속으로 일명 '고대구리' 조업이 없어졌다. 고대구리는 입구가 커다란 그물을 이용해 바다 밑바닥을 싹쓸이하며 훑고 지나가는 조업방식인데 이 그물에 걸려들지 않고 빠져나가는 고기가 없을 정도로 바다를 초토화했다. 그 시절 꽤 많은 홍어가 잡혔다. 잔챙이들까지 죄다 잡아먹는 못된 민족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불법 조업이라 수협을 통한 공개 위판이 불가능하여 도시로 곧바로 유통되어버린 물량은 산출해 낼 수가 없었다. 몇 해 전 흑산도에 홍어배가 1척밖에 안 남았다는 기사가 있어 값을 부추기고 서민들의 입맛을 앗아갔지만 한편으론 당시에는 '고대구리' 조업 선이 기승을 부렸다.
둘째, 중국 저인망 '쌍끌이' 어선들이 철수한 때문이다. 현지민에 따르면 겨울철 영산도가 바라다 보이는 흑산섬 남쪽 바다 사리마을 앞에 중국어선 수백 척이 폭풍을 피해 정박하는 풍경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겨울부터는 그런 풍경들이 사라졌다. 먼 옛날 일도 아니니 기억하기도 쉽다.
한중어업 협정으로 '배타적경제수역(EEZ)'이 발효되자 그 동안 흑산도 근해에서 무차별적으로 행해지던 중국의 저인망어선들이 물러나게 되어 지금은 그 풍경을 목격하기 어렵다.
중국의 이 저인망 어선 역시 우리나라의 고대구리 조업보다 더 위험한 바다생태의 파괴자였던 것이다. 수백 척의 중국 어선들이 우리 홍어어장을 짓밟고 다녔으니 오죽 하였겠는가?
그렇다면 홍어는 어떻게 잡는 것일까? 먼저 홍어 낚시 방법을 이해해야 한다. 홍어 낚시는 어떻게 할까? 홍어는 주로 '주낙'이라는 어구를 이용하여 잡게된다. 바다 속 깊이는 아이 주먹만한 크기의 돌이나 쇠를 매달아 한 뼘이 안되는 바닥 근처에까지 낚시를 내린다. 물론 물 속을 훤히 내다보는 혜안을 가진 어부들이지만 쇠뭉치가 바닥에 닿으면 떠오르게 된 찌의 흔들림을 보고 그 높이를 재는 방식이다.
대개 주낙은 수많은 낚시 바늘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 그 낚시에는 물고기를 유혹하는 멸치, 새우, 고등어, 오징어 등 맛있는 미끼가 바늘을 감추고 있게 된다.
잡을 어종에 따라 이 주낙을 바다 한 뼘 가까이 밑바닥에 가라앉히는 형태와 농어나 돔과 같이 바다 속 중간부분까지 드리우는 형태가 있다. 홍어주낙은 일반 주낙과는 여러 가지 상이하며 전자에 가깝다. 몇 가지 특징을 보면,
첫째, 홍어주낙에는 미끼가 없다. 홍어주낙을 바다에 드리울 때 낚시에 미끼를 사용하지 않고 빈 낚시를 그대로 던진다.
둘째, 홍어주낙은 낚시 바늘까지의 간격이 낚시목줄보다 훨씬 짧다. 바다 밑바닥에 드리워진 모양새는 낚시들끼리 서로 부딪혀 엉킬 수 있는 형태에 가깝다.
셋째, 홍어낚시를 '7자낚시'라고도 부르는데, 숫자 "7"처럼 생긴 홍어낚시에는 일반낚시에서 볼 수 있는 낚시 안쪽으로 가시처럼 숨어있는 2중 장치가 없다. 한 번 걸렸다 빠지려는 순간 낚아챌 잠금장치가 필요 없는 것이다. 굳이 그런 복잡한 형태를 갖지 않고서도 몸 어느 곳이고 한군데 찔리면 꼼짝없이 따라 오고 만다.
'빈 낚시', '7자 모양', '낚시간격' 이 세가지가 바로 홍어가 잡히는 핵심이다. 결론으로 홍어는 미끼로 유혹하여 낚시바늘을 물어 잡히는 방식이 아니다.
납작 엎드려서 날개를 펄럭이며 바닥생활을 즐기는 홍어는 유유히 바닥을 지나다가 밑바닥에 누워있는 '7자 낚시'에 그 날개가 철커덩 걸리게된다. 깜짝 놀란 홍어는 몸을 재빨리 움직여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 요동을 치지만 이미 때는 늦다. 힘차게 도망치려 하는 순간, 바로 옆에 있는 낚시에 다시 날개가 걸려 연쇄적으로 넘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엉키게끔 만들어진 주낙은 금방 홍어날개 여러 곳을 꽉 붙들고 놔주지를 않게 된다.
이래 봤자 수십 마리를 한꺼번에 잡는 것이 아니므로 수회 이런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한 번 나가면 사나흘은 지나야 돌아오는 게 무슨 그물 쳐서 잡는 조업방식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니 농사꾼 출신인 내 입장에서 볼 때 한탄강 모래를 체로 쳐 사금을 채취하는 게 쉬울 성 싶다. 그 넓은 바다에서 어부들이 땀 흘리는 광경을 보고는 쉽게 한 점 넘어가지 않는다. 이렇게 잡은 홍어가 3~4일에 한 번 700여 마리 되는 걸 두고 우리는 풍어라고 한다.
이 홍어주낙에는 다른 고기도 잡히는데 아구, 상어, 가오리, 대구 등 해저 바닥을 기어다니는 어둠의 자식들이라 보면 된다. 공통점은 머리가 차지하는 비율이 크거나 못생긴 놈들 일색이다.
공교롭게도 김대중 정부 때 보다도 김영삼 정부 때 홍어 값이 훨씬 좋았다는 즐거운 사실을 알았다. 문민정부 시절 1등품 위판가격이 80만원을 넘어서곤 해 상종가를 올렸지만 국민의 정부 때는 50만원을 넘어서는 가격이 형성되곤 하여 지금까지 그 가격에서 크게 변동이 없다. 거제도건 흑산도건 간에 멸치가격이 천장부지로 솟았던 것은 문민정부의 업적인데 이 때 서해에서도 떼부자 된 사람 적지 않았다.
홍어잡이 배는 크다. 보통 30톤에서 50톤 까지다. 홍어를 한 번 잡으려면 최고 18노트의 속력으로 5~6 시간은 가야 한다. 한 배에 최소 5~6명에서 최대 8명 까지 승선한다. 예전에는 미끼를 썼는데 주로 '놀래미'였다고 한다.
또한 홍어의 생물학적 특성을 보면 '삐끼'라 불리는 알집 양쪽에 각 2개 씩 새끼가 자란다. 노란자가 하나지만 분열과정을 거치면서 각각 2개 씩 결국 4개로 나뉘는 것이다. 대체로 17cm 가량되는 길이이지만 산란기 때 낚시에 걸려 스트레스를 받으면 토해버리는 습성이 있다.
한편 홍어잡이 배는 기상이 좋으면 따로따로 출항해서 시기를 조절해가며 들어오지만 기상이 악화가 지속되어 며칠 홍어가 달릴 즈음이면 동시에 출항하게 된다. 또 기상이 급격히 악화될 경우 동시에 철수하게 된다. 또한 여러 척이 나갈 때는 만선이 되지 않아도 들어와 빨리 물량을 처리하려고 하므로 일찍 들어오는 수가 있다.
잘 잡히는 시기도 있다. 양력 10월부터 이듬해 4월 중순까지가 적기다. 이 때가 어획량도 많고 고기 맛도 최고다.
'만만한게 홍어좆'이라는 말이 있다. 무슨 동물이고 식용으로는 수컷을 쳐주지 않는다. 육질도 뻐시고(뻣뻣하고) 특유의 노린내가 많이 나기 때문이다. 돼지와 수소도 불을 까는 이치와 대동소이하다. 바다에서 수컷을 잡으면 홍어 물건을 칼로 툭 잘라 던져 버리면 그 부분이 "쏘옥~"하고 들어간다. 그러니 만만하지 않은가? 값마저 싸다면 나라도 잘라 바다에 버리겠다. 이러니 경매장에서도 거들떠보지 않고 4kg 이하 것과 함께 '펄랭이' 취급을 당하여 맨 나중에 싼값에 팔려가게 된다.
8kg 이상 나가는 수컷의 경우 홍어 물건의 길이가 15cm 이상이나 된다. 말(馬) 다음으로 큰 물건이요, 덩치에 걸맞지 않게 크다고 볼 수 있다. 칠레산 대형 홍어의 경우 그 크기는 장대하다. 더욱 기이한 것은 이 물건을 홍어는 두 개나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홍어 꼬리에 버금가는 그 긴 것을 말이다. 알은 생각만큼 크지 않다. 그러니 암컷에도 두 개가 있어야 당연한 일 아닌가?
동물의 왕국 보는 것 같아 파고들수록 재미난다.
덧붙이는 글 | 하니리포터, 뉴스비젼21, 조인스닷컴에도 송고할 예정입니다.
홍어와 홍어맛을 느끼시고 싶은 분들은 http://cafe.daum.net/hongaclub 을 참고해 주세요.